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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투기 58대, 대만포위 시위…미국 “과잉대응 말라” 경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중국이 지난 8일에 이어 9일 대만을 사방에서 포위하는 강도 높은 무력시위를 벌였다. 지난 5일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의 미국 회동에 대한 군사적 보복 조치다.

대만 국방부는 9일 정오까지 젠10 등 전투기, 훙6 폭격기, 윈유20 공중급유기, 쿵징 500 등 각종 중국군 전투기 58대를 관측했다며 그중 31대가 해협 중간선과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중국군 군함은 9척이 관측됐다. 전날엔 중국 군용기 71대와 군함 9척이 관측됐으며 45대가 중간선을 침범했다.

‘날카로운 칼날’로 명명된 중국의 이번 훈련은 미군의 개입을 차단하는 능력을 점검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중국 인민해방군 뉴스포털인 중국군망에 따르면 스이 동부전구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8~10일 대만해협과 대만섬 북쪽과 남쪽, 동쪽 바다와 영공에서 전투경비 순찰과 ‘날카로운 검 연합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중국 해군은 모의 상륙작전도 했다. 중국중앙방송(CC-TV)의 인터넷 매체 앙시신문은 “구축함 여러 척과 해상의 미사일고속정, 해안 상륙부대가 대만 남서쪽 목표물을 시시각각 추적했다”면서 “순찰 함정은 예정된 타격 지점을 점령했다”고 보도했다. 해군은 특히 미 7함대의 잠수함 전력을 격퇴하는 이른바 ‘상어사냥’을 진행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이와는 별도로 육군과 로켓군은 대만 목표물에 대한 정밀 타격훈련을 했다.

대만 국방부는 지난 8일 “중국공산당이 차이 총통의 미국 경유를 구실로 군사훈련을 시행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 안보를 엄중히 파괴했다”며 “대만군은 ‘충돌을 고조시키지 않고 분쟁의 실마리를 촉발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경계와 감시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중국 해군 소속 미사일구축함 타이위안함은 지난 8일 오후 3시쯤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남부 팡랴오향 해안에서 24해리(약 44㎞) 거리까지 접근했다. 이에 대만군은 3000t급 호위함과 해경 함정 등 2척을 긴급 파견했다. 한때 양측의 거리가 3해리(약 5.5㎞)까지 근접했다고 한다. 9일엔 중간선 인근에서 양측 군함 20여 척이 대치하는 일도 벌어졌다.

미국은 중국을 겨냥해 “과잉 대응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8일 “우리는 역내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고 국가안보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기에 충분한 자원과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중국의 행동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군은 지난 8일 해상초계기 P-8A 포세이돈을 대만 서남부 방공식별구역에 투입했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포세이돈 초계기는 8일 오전 대만 서남부 방공식별구역을 선회 비행했다. 한 군사전문가는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당시 진행된 중국군의 ‘대만 봉쇄’ 군사훈련 때도 P-8A 포세이돈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지난 6~8일 대만을 방문한 마이클 매콜 미 하원 외교위원장이 이끄는 의원대표단은 차이잉원 총통을 만나 대만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다만, 양측은 수위 조절을 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중국은 지난해엔 대만 상공을 통과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강력한 무력시위를 벌인 것과 달리 이번엔 시뮬레이션 훈련으로 대체했다. 미국 역시 차이 총통의 이번 미국 경유는 관행이라는 점을 내세우는 한편 중국과의 소통 채널 유지 입장(국무부)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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