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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사상 최고치 눈앞…R공포·약달러에 안전자산 강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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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9일 서울 강남구의 한 GS25 편의점 골드바 자동판매기 화면에 표시된 실시간 순금 시세. [연합뉴스]

9일 서울 강남구의 한 GS25 편의점 골드바 자동판매기 화면에 표시된 실시간 순금 시세. [연합뉴스]

미국발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에 금값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물가 상승에도 그동안 금값의 발목을 잡아왔던 강달러와 고금리의 위세가 한풀 꺾이면서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 가격은 지난 6일(현지시간) 온스당 2026.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 선물 가격은 지난 4일 온스당 2038.2달러를 기록하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공포가 본격화한 2022년 3월 8일(온스당 2043.3달러)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값은 최근 한 달여 만에 약 8% 올랐다.

국내 금시장도 다시 들썩이고 있다. 한국거래소(KRX)에서 금 1g은 지난 7일 전날보다 1.21%(1030원) 오른 8만6330원에 거래를 마쳤다. 2014년 3월 24일 금 시장 개장 이후 최고가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금값이 오르며 금을 팔려는 수요도 늘고 있다. 국내에서 금제품을 유통하는 한국금거래소 송종길 대표이사는 “금값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뛰자 돌반지, 금팔찌 등 현물 금을 팔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3월 16일부터 4월 6일까지 전국 100여 개 가맹점(한국금거래소)에서 매입한 금 총량이 390㎏에 이른다”고 말했다.

금값의 질주는 경기 침체 공포와 함께 시작됐다. 금값은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반짝 상승한 뒤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공급망 충격에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고강도 긴축을 시작하면서다.

그런데 올해 3월 이후 금값의 발목을 잡아왔던 달러값과 채권 금리가 동시에 떨어지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6일(현지시간) 연 3.305%에 거래를 마치며 한 달 사이 0.7%포인트 하락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1973년=100)도 3월 2일 105.3에서 지난 6일 101.8로 가파르게 하락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경기 침체 먹구름도 짙어지고 있다. 지난 4일 미 노동통계국의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2월 미국 기업의 구인 건수는 993만 건으로 2021년 5월 이후 처음으로 1000만 건을 밑돌았다.

미국 노동부가 지난 7일 발표한 3월 고용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3월 비농업 일자리는 23만6000개 증가했다. 코로나19 이전보다는 여전히 증가 폭이 크지만 1월(47만2000개), 2월(32만6000개) 등 매달 증가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 시간당 평균임금도 전년 동월보다 4.2% 증가해 2월(4.6%)보다 상승세가 둔화됐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금 가격 급등은 미국이 직면한 SVB발 신용 위험과 러시아와의 대립, 중국과의 갈등 등 대내외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금값을 떠받쳐왔던 각국 중앙은행도 금을 더 사모으고 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중앙은행의 금 보유고는 올해 1월 74t, 2월 52t 늘었다. 중국인민은행이 2월 한 달 동안 사들인 금만 25t에 달한다. WGC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이 지난 1년간 사들인 금은 125t가량이다.

외환정보업체 오안다의 수석 시장분석가인 크레이그 얼람은 “많은 데이터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금값이 온스당 2000달러 이상을 유지하고, 추가 상승으로 미지의 영역(최고가)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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