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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세컷칼럼

북한 7차 핵실험시 중·러 반응 3대 시나리오

중앙일보

입력

장세정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대한민국 내부가 한·일 정상회담 '뒷담화'에 몰두하는 지금 북한과 중국의 움직임이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다. 2021년 2월 내정됐던 왕야쥔(王亞軍) 주북한 중국대사가 지난달 27일 무려 2년여 만에 평양에 부임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북·중 국경 봉쇄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발이 묶였는데 북·중 국경의 빗장이 대폭 열렸다. 이에 따라 그동안 사실상 중단됐던 북·중 인적 교류가 재개되고 식량난과 보릿고개가 겹치는 북한에 중국의 식량 지원이 있을지 주목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중국 방문 가능성이 덩달아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다. 김 위원장은 2018년 3, 5, 6월과 2019년 1월 중국을 방문했다.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으로 치면 2005년 후진타오 이후 14년만에 시진핑 주석이 2019년 6월 북한을 방문했으니 김 위원장의 답방이 자연스러운 순서로 거론된다.

ICBM 도발에 안보리 거부권 빈축
중국 “핵실험과 ICBM 달라” 강변
중 기대보다 한·미·일 협력 강화를

 시 주석의 3연임 이벤트가 마무리됐고 러시아 방문까지 마쳤기에 다음 순서로 북·중 정상회담이 가능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4월 전격 방중 전망부터 5월 11~13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그 무렵 예상되는 한·미·일 정상회담을 전후한 시점도 방중 시점으로 회자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영변 핵시설에서 활발한 핵물질 생산 활동이 관측되면서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미국에서 제기됐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미국은 전략자산 전개 등을 통해 강도 높게 대북 압박을 가해야 할 것이다. 한·미 동맹 70주년이라는 상징적인 해를 맞아 미국의 핵우산, 즉 확장 억지에 대한 한국인의 의구심을 진정시키기 위해 미국이 어떤 새 카드를 뽑을지 궁금하다.

 다른 각도에서 주목할 대목은 북한이 핵실험으로 동북아와 국제 정세에 충격파를 가할 경우 중국과 러시아가 보일 반응이다. 2017년 11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도발 당시 중·러는 유엔 안보리에서 미국 주도의 강력한 제재 결의안(2397호)에 동참했고, 압박을 느낀 북한이 이듬해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유화적 태도로 돌아섰던 전례가 있다.

 그런데 2018년 6월 싱가포르,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미·중 패권 다툼이 더 격렬해지고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으로 '신냉전' 구도가 고착하면서 중·러의 태도가 돌변했다. 지난해 5월 북한의 ICBM 도발 당시 중·러는 2017년과 달리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해 충격을 줬다.

 이런 흐름에 따라 지난해 11월 북한의 ICBM 도발을 규탄하는 미국 주도의 안보리 의장성명조차 중·러의 반대로 불발됐다. 상임이사국의 역할을 방기한 중·러의 무책임한 태도 때문에 유엔 안보리가 분열되고 기능부전에 빠졌고 북한이 이를 핵미사일 고도화에 이용한다는 탄식이 들렸다.

 그렇다면 중·러는 북한의 7차 핵실험조차 모른 체할까. 고위 외교 소식통은 "중국 측이 최근 'ICBM과 핵실험은 다르다'는 말을 외교가에 흘리고 있다"고 전했다. ICBM과 달리 핵 실험을 강행할 경우 좌시하기 어렵다는 뉘앙스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아직은 중국의 정확한 속내가 불투명해 보인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동조해온 시 주석의 북한에 대한 의중에 따라 세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는 전망이 외교가에 돌고 있다. 첫째, 중·러가 과거처럼 핵실험에 대해 제재에 동참하거나 적어도 규탄 성명을 내는 시나리오다. 둘째, 북·중·러 공조 틀을 유지하되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의식한 중·러가 기권해 제재안이 통과되는 시나리오다. 셋째, ICBM의 경우처럼 중·러가 침묵해 북한의 핵 도발을 사실상 묵인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우리 외교·안보 라인은 어떤 대응 카드를 준비해야 할까. 오는 26일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가안보실장 교체로 어수선해진 분위기를 조속히 추스르고 전열을 재정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확장 억지 강화 방안을 긴밀히 조율하고, 미국이 북한에 대해 '레드 라인'을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지도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중국을 상대로 북핵 외교를 어떻게 펼질지도 고민거리다. 문재인 정부는 중국의 역할을 학수고대하며 줄곧 저자세를 보였으나 빈손에 그쳤다. 어차피 중국이 북한의 목을 조를 정도로 압박할 것 같지 않다면 섣부른 기대를 접는 것이 현명할 수도 있다.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책임 있는 역할을 원론적으로 주문하되, 한·미·일 외교·안보·군사 공조를 강화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일 것이다. 그만큼 2017년 이후 국제질서가 크게 달라졌고 우리의 선택지가 좁아졌음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할 때다.

글=장세정 논설위원  그림=김아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