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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t급 배 타고 2시간…한강 따라 서해 바닷길 가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6일 낮 12시30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인근 한 선착장. 취재진을 태운 194t급 관공선 ‘한강르네상스호’가 출항했다.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인근 선착장에 관공선 '한강르네상스' 호가 정박해 있는 모습. 나운채 기자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인근 선착장에 관공선 '한강르네상스' 호가 정박해 있는 모습. 나운채 기자

서울항 1단계는 여의도 선착장 짓기

뱃머리가 먼저 향한 곳은 서울 마포대교 남단 쪽이었다. 서울시는 이곳에 2028년까지 국제여객터미널 ‘서울항’을 만들겠단 구상이다. 서울항은 크게 3단계로 이뤄져 있다. 먼저 올 연말까지 서울항 예정지 인근에 여의도 선착장부터 조성할 예정이다. 길이 약 102m·폭 약 32m짜리로, 1000t급 이하 선박 3척을 동시에 댈 수 있는 규모다. 이게 1단계다.

현재는 선착장 길이가 65m로 짧아 배가 정박하지 못하고 회항하고 있다. 하지만 선착장이 확장되면, 내년 2월부턴 한강에서 1000t급 여객선의 정박·운항이 가능해진다. 한강~서해 바닷길을 배로 오갈 수 있단 의미다. 여의도 선착장에서 아라김포·인천여객터미널 순으로 뱃길을 따라가는 정기 운항 노선이 연간 150회 계획돼 있고, 시범 운항도 지난해 10월~12월 승객 총 3838명을 태우고 15차례 진행됐다. 서울항의 ‘예고편’이 되는 셈이다.

새롭게 조성되는 서울 여의도 선착장의 조감도. [자료 서울시 제공]

새롭게 조성되는 서울 여의도 선착장의 조감도. [자료 서울시 제공]

'서울링' 예정지 한눈에 들어와 

배를 타고 가다 보니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과 월드컵공원(하늘공원)이 차례로 눈에 담겼다. 하늘공원은 ‘서울링’ 예정지다. 서울링은 바큇살이 없는 반지 형태 대관람차로선 세계 1위 규모(높이 180m)로 계획됐다. 완공은 2027년 12월이 목표다.

서울시는 과거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2.0인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핵심 정책으로 서울항이나 서울링 모두 이 프로젝트로 꿰어 있다. 서울링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서울항과 연계한 대표 관광자원이 될 거로 보인다.

잠시 뒤 한강르네상스호는 높이 45m로 국내 최대 규모의 인공폭포인 인천 아라폭포 인근을 지났다.

지난 6일 한강에서 경인아라뱃길을 배를 타고 가는 도중 볼 수 있었던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하늘공원과 국내 최대 규모 인공폭포인 아라폭포의 모습. 나운채 기자

지난 6일 한강에서 경인아라뱃길을 배를 타고 가는 도중 볼 수 있었던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하늘공원과 국내 최대 규모 인공폭포인 아라폭포의 모습. 나운채 기자

한강서 '갑문' 거친 뒤 서해로 

물살을 가르며 빠르게 가던 배는 천천히 속도를 줄였다. 거대한 크기의 ‘아라한강 갑문’ 때문이다. 이 갑문은 경인아라뱃길과 한강의 수위를 맞춰 배가 진·출입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관문이다. 10여 분간 대기하고 있자 갑문이 천천히 열렸고, 배는 다시 서해 방향을 향해 나아갔다. 출발했을 때부터 2시간가량 배를 타고 가니 인천 서구 경인아라뱃길 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여의도부터 이곳까지 편도 32㎞쯤 된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이 배는 약 10노트(18.52㎞/h) 선속인데, 배마다 속도가 다르다”며 “더 빠른 배를 탄다면 이보다도 더 일찍 도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항 2단계 ‘국내’·3단계 ‘국제’

서울시는 내년 여의도 선착장의 운영 상황을 모니터링해 보완 사항을 점검하고, 오는 2026년 상반기까지 국내선 취항이 가능한 서울항을 조성하겠단 계획이다. 여기까지가 2단계다.

2단계 서울항은 5000t급 대형 선박의 정박이 가능하다. 일단 서해를 넘어 여수, 제주도 등 국내선 항만 기능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온 해외 관광객들도 5000t급 크루즈를 타고 한강의 야경이나 서해의 각종 섬을 둘러볼 수 있게 된다.

서울항에 세관·출입국·검역(CIQ) 기능을 더해 중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를 연결하는 게 마지막 3단계다. 서울항이 국제여객터미널으로써 기능하게 된다. 서울시는 서울항 기본계획 및 타당성 조사를 수행할 업체를 선정했고,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용역에 착수할 방침이다.

2026년 개항을 목표로 하는 서울항에서부터 출발하는 한강~경인아라뱃길 예상 노선도. [자료 서울시 제공]

2026년 개항을 목표로 하는 서울항에서부터 출발하는 한강~경인아라뱃길 예상 노선도. [자료 서울시 제공]

10여년만 돌아온 吳 역점 사업…환경은?

서울항은 ‘서해 뱃길’ 사업으로도 불린다. 과거 한 차례 시정 역점사업으로 추진된 적 있다. 오세훈 시장이 지난 2010년 재선에 성공한 뒤다. 이후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하면서 완전히 뒤집혔다. 정책방향이 한강 개발에서 보전 쪽으로 틀어지면서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한강의 환경 문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환경 문제는 포기할 수 없다”며 “이에 한강의 자연성을 회복하고 보존하기 위한 객관적인 조사·평가도 조만간 용역을 발주해 시작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게 무엇인지 확인하는 동시에 서울항이 한강의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꼼꼼히 따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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