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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도 잘 걸린다, 편도선…"과로했나" 방치하다간 패혈증까지[건강한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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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도 잘 걸리는 편도 질환

편도선은 목 안쪽에 위치한 한 쌍의 면역 조직이다. 유해 물질이 침입해 문제를 일으키기 전, 이를 감지하고 무력화하는 역할을 한다. 편도선이 자주 붓고 아프면 면역을 지키는 보안시스템에 부하가 걸렸다는 신호다. 편도선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관리법을 편도선의 목소리로 재구성해 봤다.

안녕하세요. 저는 여러분의 건강을 지키는 숨은 영웅 ‘편도선’입니다. 스스로 이렇게 표현하자니 조금 쑥스럽지만 이유가 있습니다. 저에 대해 많은 사람은 ‘피곤하면 좀 붓고 목 아프게 하는 말썽꾸러기’ 정도로 알고 있는 듯해요. 하지만 저는 여러분의 면역력을 가동해 건강을 지키는 파수꾼입니다. 요즘처럼 봄바람 부는 날에는 특히 더 쉴 틈이 없어요.

입·코를 통해 쉴 새 없이 밀려오는 침입자를 막아서는 첫 번째 방어선, 바로 저입니다. 여러분이 즐겁게 먹고 마시고 호흡할 때 저는 24시간 경계 태세를 갖추고 늘 긴장합니다. 온갖 종류의 세균·바이러스가 몰래 들어오려고 시도하기 때문이에요. 이런 놈들을 포획하고 파괴하는 게 제 일입니다. 몸속 깊이 침투하려는 유해 물질들이 슬금슬금 들어오면 일단 잡아서 제 몸의 주름진 틈에 가둡니다. 그런 다음 우리 몸이 반격을 시작하도록 면역 체계에 경고합니다. 제 역할은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침입자와 싸우는 데 도움되는 항체와 면역 세포도 만들어낸답니다.

세균 감염됐다면 항생제 필요

안타깝게도 가끔 제가 부어오르고 염증이 생길 때가 있어요. 세균·박테리아 같은 적군이 너무 많아서 이들과 싸우다 지쳤을 때죠. 여러분의 건강을 보호하려다 오히려 문제가 생긴 상황입니다. 흡연·과로와 영양결핍,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알레르겐도 저를 약하게 만듭니다. 급격한 기온 변화와 건조한 환경에서 저는 더 힘을 잃어요.

제게 문제가 생기면 목이 아파서 음식물을 삼키고 숨 쉬는 게 어려워질 거예요. 열이 나거나 귀가 아플 때도 있을 겁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났으면 여러분의 편도선이 감염에 대항해 장렬히 싸우다 다쳤다는 신호입니다.

항생제는 제가 세균에 감염됐을 때 필요한데 편도선염 환자 10명 중 3명 정도에 해당합니다. 세균이 원인인 감염일 땐 제 몸에 백색 반점과 고름이 나타날 수 있어요. 바이러스가 감염 원인이면 항생제는 불필요합니다. 휴식과 수분 보충, 진통제 복용 같은 조치로 관리하면 됩니다. 전염될 수 있으니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해주세요.

제가 아플 때 방치하면 저뿐 아니라 여러분도 더 고통스러워집니다. 감염이 심해지고 다른 부위로 퍼질 수 있어요. 염증이 편도선 아래 있는 후두로 침범하면 쉰 목소리가 날 수 있습니다. 편도선 주변에 고름(편도선 주위 농양)이 찼는데도 이를 즉시 배출·치료받지 않으면 위험한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어요. 목이 부어 숨이 찰 뿐 아니라 농양이 전신에 퍼져 생명을 위협하는 패혈증으로까지 악화할 수 있어 문제입니다.

가끔 제 몸 틈새에 돌 같은 이물질이 낄 때가 있습니다. 편도 결석이라는 것인데, 세균이나 음식물 찌꺼기 등이 축적된 것이에요. 입안이 깨끗해도 제 모양과 크기 때문에 편도 결석이 잘 생기는 사람도 많습니다. 위생 상태가 좋지 않은 것만이 결석의 원인이라는 건 오해랍니다.

사람들은 종종 제 존재를 잊고 삽니다. 그러다 붓고 아파서 불편함을 느끼면 결과는 생각 안 하고 ‘제거해 버릴까’ 고민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를 불필요한 조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겠죠. 성인이 되면 제 크기가 작아지는데, 이 때문에 쓸모없는 조직이라고 오해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여러분의 어린 시절뿐 아니라 성인기에도 면역 체계로서 기능합니다. 저를 제거하면 림프샘·비장 같은 다른 신체 기관이 제 역할의 일부를 수행합니다. 하지만 저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어요.

물론 전반적인 건강을 위해 편도선 절제술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편도선염이 반복적으로 생기고 편도선이 비대해지면 이차적인 합병증이 따라오기 때문입니다. 코골이·수면무호흡증으로 잘 때 숨 쉬는 게 불편해질 수 있습니다. 어린이는 성장 발달에 문제가 생기기도 하죠. 편도선이 크거나, 불규칙한 편도 선와(작은 주머니)가 있으면 염증이 자주 재발합니다.

물 자주 마시고 가글링 해야

편도선 질환은 면역 체계가 미숙한 어린이에게 흔하지만 20~40대에서도 적지 않습니다. 활동력이 많기 때문이죠. 그래서 편도선 건강에 좀 더 신경을 써주셔야 해요. 제가 건강해야 감기·독감 같은 호흡기 감염 위험도 줄어든답니다.

참, 제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데 관심을 좀 가져주시겠어요? 제가 몸에 주름이 져 생김새는 투박해도 섬세합니다. 촉촉하고 깨끗한 환경을 좋아해요. 물을 자주 마셔 주세요. 가글링은 늘 기다려지는 시간입니다. 여러분이 정크푸드를 우적우적 먹고, 구강 위생을 소홀히 하면 슬퍼요. 손을 자주 씻고, 흡연뿐 아니라 간접흡연도 피해 주세요. 역류성 식도염으로 위산이 역류하면 제게도 영향을 미칩니다. 편도선을 손상해 감염과 염증 위험이 커지니 적절히 치료받기를 권합니다.

어떤가요, 여러분. 제게 조금은 관심이 생기셨나요? 편도선이 붓고 아플 때마다 제 탓을 하며 미워하지 마세요. 저는 여러분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키는 충실한 동반자입니다. 우리가 함께면 성가신 침입자들을 물리칠 수 있어요. 세심하게 저를 돌봐주세요. 그리고 제가 종종 붓고 염증이 생기면 적절히 치료해 주세요. 영양가 있는 식사와 숙면을 챙기는 것도 잊지 말아주세요.

감수=김상연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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