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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진술 흔드는 정진상 "없는 장소 묘사" 검찰 "변호인 시점 틀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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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연합뉴스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연합뉴스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측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진술의 신빙성을 공격했다. 7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조병구) 심리로 열린 정 전 실장의 특가법상 뇌물 등 혐의 세 번째 재판에서다.

정 전 실장 측 이건태 변호사는 “1000만원의 뇌물을 줬다는 2013년 설에 (유동규의) 출장 기록이 없다”며 “(유동규는) 2월 4일부터 14일 동안 요추와 염좌 등으로 병가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동규 근무 일지에는 2013년 2월 4일부터 병가 처리돼 있는데, 차량 운행일지에는 유동규가 같은 날 공사 관용차를 탔다고 기재돼 있다. 내용 자체를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유동규는 임원으로, 관내 출장은 출장(기록)을 달고 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유 전 본부장이 병가를 2월 4일 당일 신청했고, 그날 법인카드 사용 내역이 있는 점을 들어 “출근해 업무 일정을 진행한 후, 병가신청을 한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공소사실과 2월 4일 연가 유무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덧붙였다.

정 전 실장 측은 유 전 본부장에게서 받은 뇌물을 아파트 분양대금 중도금과 채무 변제에 썼다는 의혹도 반박했다. 이 변호사는 “(정진상의) 모친 칠순 잔치와 부친 팔순 잔치, 부친 장례식을 통해 현금을 보유하게 됐고, 이 현금을 보관하다가 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해 (채무 변제를 위해) 입금한 것”이라며 “만약 정진상이 유동규에게 뇌물을 받거나 (대장동 사업 민간업자 지분) 428억원 약정을 받았다면 김만배 등에게 돈을 요구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정진상의 배우자 계좌에 정체불명의 현금 수억여원이 장기간 입금된 내역이 있다”며 “종전 전셋집 전세자금이 현금으로 변제됐는데, 도대체 이 현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가 요지”라고 했다.

정 전 실장 측은 뇌물 수수 장소에 대한 유 전 본부장의 기억도 문제 삼으려 했으나, 시점을 헷갈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데 그쳤다. 이 변호사는 “유동규는 아파트의 3~4호 라인의 CCTV가 비추지 않는 공터에서 (정진상이) 돈을 받았다고 했다”면서 “(이 아파트는) ㄷ자 모양의 복도식이다. 출입구가 한 개에 불과해 3~4호 라인이라 부를 장소가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검찰에 따르면 3~4호 라인이 있는 아파트는 2019년 정 전 실장의 뇌물수수 장소이고, ‘ㄷ’자 모양의 복도식 아파트는 2014년 정 전 실장이 뇌물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다른 장소다.

정진상 보석 신청에 재판부 “다수 관련자들 증거인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의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의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전 실장 측은 2020년 10월 ‘대장동 사업 등 수익 배분 정황’으로 제시된 김만배 씨와 정 전 실장, 유 전 본부장 등 간의 통화 내역을 놓고도 “(통화 내용은) 대장동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측이 이재명 지사가 채동욱 전 옵티머스 고문을 만난 로비 의혹을 추궁했고, 이에 대응하면서 법조기자인 김만배에게 질의하기 위해 통화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그걸 왜 김만배와 통화하느냐”며 “당시 통화 시점 직전과 직후 유동규·정진상 등 관련자들이 통화한 내용이 촘촘히 연결된다”고 맞받았다.

한편 정 전 실장은 이날 직접 “보석을 허가해달라”는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재판부는 “다수 관련자들이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자해까지 있어 보석 여부 및 보석을 허가한다면 조건을 어떻게 설정할지 등 고민을 하고 있다“며 “검토해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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