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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 韓영화 맞아?…황정민·조인성과 나오는 역대급 해외 스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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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HOPE)에 캐스팅된 배우 마이클 패스벤더(왼쪽)와 그의 아내 알리시아 비칸데르. 사진은 두 사람이 지난해 5월 칸 영화제에 참석한 모습. AP=연합뉴스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HOPE)에 캐스팅된 배우 마이클 패스벤더(왼쪽)와 그의 아내 알리시아 비칸데르. 사진은 두 사람이 지난해 5월 칸 영화제에 참석한 모습. AP=연합뉴스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테일러 러셀, 캐머런 브리튼...

할리우드 영화의 캐스팅 라인업이 아니다. ‘추격자’ ‘황해’ ‘곡성’, 세 편의 영화로 대중과 평단을 사로잡은 나홍진 감독이 ‘곡성’ 이후 8년 만에 연출하는 신작 ‘호프(HOPE, 가제)’에 출연 예정인 할리우드 배우들이다.
그간 한국 감독들이 해외로 넘어가 영어 영화를 찍거나, 외국 배우 한두 명이 한국 영화에 참여한 적은 있었지만, ‘호프’처럼 할리우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한국 영화는 드물었다. 한국 영화의 세계적 위상이 꾸준히 높아진 데다 제작비 규모도 상승하면서 글로벌 배우들의 한국행 발걸음도 잦아지는 모습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바에 따르면, ‘호프’는 고립된 항구마을 호포항에서 시작된 의문의 공격에 맞서는 주민들의 사투를 그릴 예정이다. 할리우드 배우들이 여럿 출연하지만,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가 투자·배급하고 대사도 한국어 비중이 큰 한국 영화다. 국내 배우들 중에도 황정민, 조인성에 더해 ‘오징어 게임’으로 일약 글로벌 스타가 된 정호연까지 출연을 확정 지었다.

배우 황정민(왼쪽부터), 조인성, 정호연도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HOPE) 출연을 확정 지었다.

배우 황정민(왼쪽부터), 조인성, 정호연도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HOPE) 출연을 확정 지었다.

나 감독은 “누군가의 선의가 입장의 차이를 거쳐 끝내 파국으로 치닫는 모습이 사회 곳곳에서 발견되곤 한다. 이번 영화는 이런 현상을 담아보려 한다”며 “주제의식을 영화의 형식적인 측면에 반영해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한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호프’에 출연하는 외국 배우들은 모두 할리우드에서 이미 인정받았거나, 주목받기 시작한 배우들이란 점이 특히 눈길을 끈다. 마이클 패스벤더는 ‘스티브 잡스’ ‘노예 12년’으로 두 차례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에 오르고, ‘엑스맨’ 시리즈, ‘에이리언: 커버넌트’, ‘맥베스’ 등에서의 연기로 거장들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 배우다. ‘대니쉬 걸’로 2016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패스벤더와 2017년 결혼한 부부 사이로, ‘호프’에서도 부부 역할로 출연한다.

이외에도 영화 ‘본즈 앤 올’에서 티모시 샬라메와의 호흡으로 전세계 영화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테일러 러셀, 넷플릭스 시리즈 ‘마인드헌터’로 에미상 후보에도 올랐던 캐머런 브리튼까지 합류하며 해외 영화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글로벌 배우들의 대거 합류는 지난 몇 년간 높아진 한국 영화의 세계적 영향력에 대한 방증이라 볼 수 있다. 2016년 ‘인천상륙작전’에 리암 니슨이 맥아더 장군으로 출연하고, 2019년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에 메간 폭스가 한국전쟁 참상을 알린 종군기자를 연기하는 등 할리우드 배우들의 한국 영화 출연은 이따금씩 이어져 왔는데,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급성장한 K콘텐트 영향력에 힘입어 더욱 본격화된 것이다.
미국 영화 전문 매체 인디와이어는 ‘호프’ 캐스팅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서 “다국적 캐스팅을 향한 나홍진의 모험은 ‘설국열차’, ‘미키17’ 등에서 할리우드 스타와 작업하며 영어 영화 제작으로 도약한 봉준호 감독과 유사한 사례”라고 평하기도 했다.

8년 만의 신작 '호프'(HOPE)를 연출하는 나홍진 감독. 사진은 나 감독이 지난 2월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열린 단편 스릴러 영화 '페이스'(Faith) 시사회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8년 만의 신작 '호프'(HOPE)를 연출하는 나홍진 감독. 사진은 나 감독이 지난 2월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열린 단편 스릴러 영화 '페이스'(Faith) 시사회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몸값 높은 할리우드 배우들을 캐스팅할 수 있는 건 팽창한 산업 규모에 따라 상승한 제작비 규모 덕분이기도 하다. 영화진흥위원회 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상업영화 편당 평균 총제작비는 124억 6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30억 7000만원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순제작비 150억원 이상의 대작도 2021년 2편에서 지난해 6편으로 늘었다.
초호화 캐스팅을 완성한 ‘호프’의 경우 구체적인 제작비는 밝혀진 바 없지만, 역대 한국영화 최고 수준(‘외계+인’, 330억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영화업계 관계자는 “한국영화 위기론이 분출되는 상황에서 ‘호프’와 같은 대형 프로젝트가 착수되는 것만으로 큰 의미가 있다”며 “이런 대작이 시장을 끌고 나가주길 바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호프’는 프리 프로덕션 단계를 거쳐 올해 중순 크랭크인 예정이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는 “‘호프’는 한 편의 영화 뿐 아니라 콘텐트 IP를 활용해 다양한 범위의 확장을 꾀할 수 있는 매력적인 프로젝트”라며 “무엇보다 나홍진 감독의 뛰어난 감각과 창의력에 대한 신뢰로 이번 투자·배급을 결정했다. ‘호프’가 국내를 넘어 글로벌 단위로 널리 알려지고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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