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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몸 남성 봤다" 테슬라 카메라 비밀 폭로…직원도 "난 안 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나체 남성이 차량에 접근하는 모습을 봤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 직원들이 자율주행차 개발 목적으로 차량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고객들의 은밀한 사생활을 들여다봤다는 외신 보도가 나와 파장이 일고 있다.

자율주행차 개발 위한 카메라로 유출 

한 중국인이 지난 2월 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미국 전기차(EV) 제조사 전시장에서 테슬라 모델3 차량을 타고 조작해 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 중국인이 지난 2월 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미국 전기차(EV) 제조사 전시장에서 테슬라 모델3 차량을 타고 조작해 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통신은 6일(현지시간) 테슬라에서 일했던 직원 9명의 인터뷰를 토대로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테슬라 직원들이 고객의 차량에 설치된 카메라로 영상을 확인했고, 내부 메신저로 널리 공유했다"고 보도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을 위해 전 차량에 각 8대의 카메라를 설치해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이 카메라는 차량 내부는 물론 차고·도로 등 차량 주변까지 광범위하게 촬영한다.

테슬라의 한 전 직원은 “한 남성이 완전히 알몸으로 차량에 접근하는 영상을 봤다”고 고백했다. 또 다른 전 직원은 “성인용품 등 부끄러운 물건을 보고 가끔 추잡한 장면도 있었다”고 했다. 또 “테슬라 차량이 자전거를 탄 어린이를 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은 일대일 채팅을 통해 사무실에서 삽시간에 퍼졌다”는 폭로도 나왔다.

테슬라는 고객 개인정보 보호 고지를 통해 “차량에 내장하는 카메라는 처음부터 개인 정보를 보호하도록 설계됐다”고 밝히고 있다. 또 “고객이 데이터 공유에 동의하면 차량이 수집한 데이터를 테슬라에 제공할 수 있다”고 했지만, “해당 데이터가 개인 계정이나 차량 식별번호와는 연결되지 않으며 고객을 개인적으로 식별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전 직원 “나라면 테슬라 차량 안 사”

전기차 테슬라 차량에 설치된 카메라들. 테슬라는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해 약 8대의 카메를 차량 곳곳에 설치해 차량 내부와 외부를 찍어 광범위한 영상과 이미지를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트위터 캡처

전기차 테슬라 차량에 설치된 카메라들. 테슬라는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해 약 8대의 카메를 차량 곳곳에 설치해 차량 내부와 외부를 찍어 광범위한 영상과 이미지를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트위터 캡처

그런데도 고객 차량에서 찍힌 영상이 무차별하게 노출된 것은 많은 직원이 해당 영상에 접근하는 권한을 가지면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 인공지능(AI) 시스템을 학습시키기 위해 많은 영상 데이터가 필요했고, 이를 위해 10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해 수집된 영상을 분류하도록 했다.

이들은 보행자·도로 표지판·차고 등 각 이미지를 분류하는 과정에서 고객들의 사생활을 전부 들여다볼 수 있었다. 해당 영상은 어디에서 녹화됐는지도 보여줘 잠재적으로 차량 소유자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도 알 수 있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인터뷰에 응한 일부 직원들은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한 전 직원은 “명백한 사생활 침해다. 이렇게 영상들이 공유되는 것을 보고 나선 테슬라를 사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또 다른 직원은 “테슬라를 사는 사람들이 사생활을 존중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어서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보스턴 노스이스턴대 사이버 보안·개인정보 보호연구소의 데이비드 초프니스는 “테슬라 직원들이 민감한 동영상과 이미지를 공유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크게 비난받아 마땅하다”면서 “소비자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연방법을 집행하는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의 개입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안보 위협으로 테슬라 차량 금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 2020년 1월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열린 테슬라 모델3 차량 인도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 2020년 1월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열린 테슬라 모델3 차량 인도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테슬라의 차량 카메라에 문제가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국은 테슬라 카메라로 국가 기밀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고 보고 지난 2021년부터 중국군 부대 주변, 정부청사 건물 등에 테슬라 차량이 돌아다니지 못하게 통제하고 주차를 금지하고 있다. 독일 경찰 당국도 지난해 안보를 위해 본청과 본부 주요 시설에 테슬라 차량 출입 통제 지시를 내렸다가 철회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21년 중국발전포럼(CDF)에서 “테슬라가 중국이나 다른 곳에서 스파이 활동을 하는 데 자동차를 사용했다면 회사 문을 닫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테슬라의 지난해 한국 판매량은 1만4571대다. 2017년부터 누적으로 4만7545대가 팔렸다. 한국 법인인 테슬라코리아는 2021년 매출액 1조842억원, 영업이익 163억원을 기록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시대에서는 자동차 자체가 하나의 전자 장비가 되면서 개인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사생활 침해를 막는 법적 제도가 반드시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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