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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4·5 재·보선 옐로카드 받은 여당, 쇄신이 시급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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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힘, 대표 지역구조차 패배에 내년 총선 경고등

정부에 가감없는 민심 전달이 집권당의 제 역할

윤석열 대통령 집권 2년 차에 치러진 4·5 재·보궐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하이라이트인 전주을 국회의원 보선에서 충격적인 참패를 당한 가운데 텃밭인 울산 기초의원과 교육감 선거에서도 줄줄이 패배했다.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의 향배를 가늠할 풍향계 격인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여권에 옐로카드를 던진 셈이다. 민심 대신 ‘윤심’을 우선하며 불통과 독선으로 일관해 온 여당에 대한 국민의 경고로 볼 수 있다.

게다가 이번 선거는 3·8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김기현 대표 지휘하에 치러진 첫 선거다. 그런데 그의 지역구와 인접한 울산 남구 구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됐고, 울산 교육감 선거 역시 진보 성향의 천창수 후보가 보수 단일후보에게 압승했다. 김 대표와 국민의힘엔 특히 뼈아픈 일이다. 전주을 역시 민주당 텃밭임을 감안하더라도 집권당인 국민의힘 후보 득표율이 지난해 대선 때 윤석열 후보(15%대)의 절반 수준인 8%대에 그쳐 꼴찌에 가까운 성적(6명 중 5등)을 냈다.

새 지도부 출범 한 달이 지나도록 여당의 존재감을 보이지 못한 채 잡음만 무성했던 국민의힘 상황을 돌아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5·18 정신을 헌법에 수록할 수 없다” “4·3은 격이 낮은 기념일” 같은 김재원 최고위원의 설화를 방관하면서 민주당을 비판하는 데만 당력을 쏟아부었다. ‘주당 69시간 근무제’ 등 논란 많은 정책에 대해 납득할 만한 대안을 내놓는 대신 윤석열 대통령 방어에만 전념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대선 전 적극 추진했던 ‘호남 껴안기’ 대신 전통 지지층 결집에만 힘쓰는 모습을 보인 것도 재·보선 쓴잔의 원인이었을 것이다.

여당은 이번 패배를 교훈으로 삼아 뼈를 깎는 쇄신에 나서야 한다. 대통령실 눈치만 보는 거수기식 행태에서 벗어나 국민 눈높이에 맞게 정책 기조를 바꾸고, 야당과 협치를 복원해 경제 회생과 국민 통합에 전력을 쏟아야 한다. ‘천하용인’ 등 다른 목소리를 내 온 신진 세력도 포용해 당 대표의 대국민 약속인 ‘연포탕’을 실현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의 경고를 무시하고 독주를 이어간다면 내년 총선에서는 더욱 매서운 회초리를 맞게 될 수도 있다.

민주당도 여당 텃밭에서 신승했다고 기뻐할 상황이 못 된다. 텃밭인 전주을에서 강성희 진보당 후보가 민주당 출신 무소속 후보들을 여유 있게 꺾고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 경합 지역인 청주 기초의원 선거에서도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득표율이 7%포인트 넘게 뒤져 패배했다. 정권의 실정에 경고음을 내면서도 당 대표가 사법리스크에 빠진 가운데 입법 폭주와 비정상적 행태를 일삼는 제1 야당에 대해서도 국민은 낮은 점수를 줬음을 민주당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