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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기업 본사, 킬러도 반한 떡볶이집…여기랍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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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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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로케] 영화 ‘길복순’ 촬영지 투어 

영화 속 살인 청부 회사의 모습. 내부는 ‘문화역서울 284(옛 서울역사)’, 외관은 명동 화폐박물관(옛 한국은행 본점)에서 촬영했다. [사진 넷플릭스]

영화 속 살인 청부 회사의 모습. 내부는 ‘문화역서울 284(옛 서울역사)’, 외관은 명동 화폐박물관(옛 한국은행 본점)에서 촬영했다. [사진 넷플릭스]

‘문동은(더 글로리)’이 가고 ‘길복순’이 왔다.

지난달 31일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영화 ‘길복순’의 반응이 뜨겁다. 공개 사흘 만에 1961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TOP10 영화(비영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영화는 킬러이자 사춘기 딸을 키우는 싱글맘 길복순(전도연)의 위험천만한 이중생활을 그린다. 노들섬·잠수교 같은 서울의 명소들이 비정한 킬러의 무대로 탈바꿈한 터라 하나씩 장소를 알아보는 재미가 크다. 익숙한 관광 명소도 여럿 등장한다.

‘한은 화폐박물관’ 암살회사 변신

영화 속 살인 청부 회사의 모습. 내부는 ‘문화역서울 284(옛 서울역사)’, 외관은 명동 화폐박물관(옛 한국은행 본점)에서 촬영했다. 백종현 기자

영화 속 살인 청부 회사의 모습. 내부는 ‘문화역서울 284(옛 서울역사)’, 외관은 명동 화폐박물관(옛 한국은행 본점)에서 촬영했다. 백종현 기자

청부 살인 회사 ‘MK Ent.’의 사옥으로 등장하는 건물은 실제로 서울 한복판에 있다. 외부는 명동의 ‘화폐박물관(옛 한국은행 본관)’을 담았고, 내부는 ‘문화역서울 284(옛 서울역)’를 빌려 촬영했다. 한국 금융의 역사와 철도의 역사가 뿌리내린 현장을 킬러의 소굴로 활용한 셈이다. ‘MK Ent.’가 세계 진출까지 꾀하는 대형 암살 기업이어서 도심에서 가장 웅장하고 화려한 건물을 빌렸다.

한국은행 화폐박물관과 문화역서울 284 모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근대 건축물이다. 1912년 세워진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은 르네상스 양식의 석조 건물로, 엘리베이터가 국내 최초로 설치된 장소이기도 하다. 주말 하루 1000명이 넘는 입장객이 들 만큼 인기가 꾸준하다. 입장료도 없고 무료 해설도 들을 수 있다.

돔 형태의 펜트하우스는 CG로 만든 것이다. [사진 넷플릭스]

돔 형태의 펜트하우스는 CG로 만든 것이다. [사진 넷플릭스]

1925년 준공한 옛 서울역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철도 건물이다. 2004년 역사가 폐쇄된 뒤 2011년 현재의 복합문화공간으로 부활했다. ‘길복순’에서 살인 청부 회사의 로비로 등장하는 중앙홀은 영화 ‘암살’ ‘밀정’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연습생 킬러들의 훈련장으로 나오는 ‘부천아트벙커B39’. [사진 넷플릭스]

연습생 킬러들의 훈련장으로 나오는 ‘부천아트벙커B39’. [사진 넷플릭스]

연습생 킬러들의 훈련장으로 나오는 ‘부천아트벙커B39’. [사진 B39]

연습생 킬러들의 훈련장으로 나오는 ‘부천아트벙커B39’. [사진 B39]

연습생 킬러들의 훈련장으로 나온 음침한 공간은 경기도 부천 ‘부천아트벙커B39(옛 삼정동 소각장)’이다. 과거 오물이 쌓여있던 이 쓰레기 벙커 역시 현재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방탄소년단(BTS)을 모델로 한 ‘루이뷔통 F/W 2021 온라인 패션쇼’의 무대가 이곳이었다.

충정로 52년 철길 떡볶이도 눈길

52년 내력의 충정로 ‘철길 떡볶이’도 등장한다. 낡은 분위기, 철길 전망으로 유명한 가게다. [사진 넷플릭스]

52년 내력의 충정로 ‘철길 떡볶이’도 등장한다. 낡은 분위기, 철길 전망으로 유명한 가게다. [사진 넷플릭스]

낡은 식당에 마주 앉아 암살 타깃의 프로필을 주고받던 차민규(설경구)와 길복순의 모습을 기억하시는지. 무시무시한 순간이지만, 군침을 흘린 시청자 또한 많았을 테다. 두 사람 사이에 놓여 있던 먹음직스러운 떡볶이 때문이다. 팔도 분식집을 섭렵하고 다니는 ‘떡볶이 애호가’라면 단번에 눈치챘겠지만, 영화 속 분식집은 실재하는 가게다. 충정로역 인근 철길(경의선) 옆에 자리한 초가삼간의 분식집 ‘철길 떡볶이’다.

‘2대째 내ㄹ오 철길 떡볶ㅇ(2대째 내려온 철길 떡볶이)’

52년 내력의 충정로 ‘철길 떡볶이’도 등장한다. 낡은 분위기, 철길 전망으로 유명한 가게다. 백종현 기자

52년 내력의 충정로 ‘철길 떡볶이’도 등장한다. 낡은 분위기, 철길 전망으로 유명한 가게다. 백종현 기자

세월이 느껴지는 낡은 간판, 연식을 알 수 없는 집기와 소품들, 철길과 지나가는 기차를 굽어보며 젓가락질하는 독보적인 뷰, 무심한 듯 능숙하게 손님을 챙기는 노부부…. 52년 내공의 떡볶이 맛도 맛이지만, ‘철길 떡볶이’가 전국구 명성을 얹은 건 남다른 분위기 덕이 크다. 2대 사장 허덕회씨는 “저처럼 손님들도 대를 이어서 가게를 지킨다”며 “아들까지 3대를 이어가는 게 작은 바람”이라고 말했다. 영화에서 전도연이 먹던 떡볶이와 튀김·어묵을 다 주문해도 1만원이 넘지 않는다.

민규와 복순이 처음 맞붙었던 어둑한 터널도 낯설 수 없는 장소다. 과거 수도권 대학생의 MT 명소였던 옛 강촌역 옆 피암터널이 촬영지여서다. 옛 강촌역 일대는 2005년 폐선이 된 뒤 산책길로 변모했지만, 낙서로 빼곡한 터널 안 풍경은 지금도 여전하다. ‘03.2.10 ○○♡○○’ ‘○○야 군대 잘 가라’ 같은 정겨운 낙서가 겹치고 겹쳐지며 추억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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