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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해변에 놀러 온 사람들”…지금 여당 지도부가 그렇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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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달 10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서 국민의힘 지도부가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김기현 대표, 김재원·김병민·조수진·태영호 최고위원, 장예찬 청년 최고위원. [연합뉴스]

지난달 10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서 국민의힘 지도부가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김기현 대표, 김재원·김병민·조수진·태영호 최고위원, 장예찬 청년 최고위원. [연합뉴스]

김재원 “4·3은 격이 낮다” 조수진 “밥 한 공기 다 비우자”

친윤계 일색에 당내 견제 기능 상실…긴장감 잃은 여당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이 아닌 용산탕”이라고까지 불리는 친윤계 일색의 국민의힘 지도부가 연일 궁지에 몰리고 있다. 최고위원들의 발언이 잇따라 국민적 비판의 대상이 되면서다. 이미 당내 ‘사고뭉치’로 전락한 김재원 최고위원은 세 차례 실언 논란 끝에 4일 “당분간 공개 활동을 모두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직접적 계기는 제주 4·3 관련 발언이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희생자 추념식 불참과 관련, “4·3 기념일은 3·1절, 광복절보다 조금 격이 낮은 기념일 내지는 추모일”이라고 했다. 그러자 정치권 안팎에선 “윤 대통령이 참석한 대구 서문시장 100주년 기념일과 프로야구 개막전은 4·3보다 격이 높나”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달에도 ‘5·18 정신 헌법 수록 반대’ 입장 표명, “전광훈 목사가 우파 진영을 천하통일했다”는 발언으로 두 차례 큰 홍역을 치렀다.

바통을 이어받은 이가 조수진 최고위원이다. 당 민생특위 ‘민생 119’ 위원장인 그가 어제 라디오에서 한 발언이 문제였다. 정치권 최대 이슈인 양곡관리법과 관련, ‘당장 힘들다는 농민들을 보호할 다른 방안은 없느냐’는 질문에 조 최고위원은 “남아도는 쌀 문제가 가슴 아픈 현실 아니냐. 밥 한 공기 다 비우기를 특위가 논의했다” “여성분들은 다이어트를 위해서도 밥을 잘 먹지 않는 분이 많은데, 밥이 오히려 칼로리가 낮다는 점을 알려 나가겠다”고 했다. 그가 제시한 해법에 야당은 “황당무계하다”고 비판했고, SNS도 하루종일 들끓었다. 김 최고위원의 경우 설화가 반복된다는 점이 특히 문제다. 그래서 “실언이 아니라 총선에서 극우층에게 도움을 받기 위한 전략적 발언 아니냐”는 의심까지 사고 있다. 조 최고위원은 고민과 성찰의 부재, 당내 민생특위 위원장으로서의 자질과 무게감이 도마에 올랐다.

잇따른 돌출 행태가 지도부 구성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주요 당직 모두를 친윤계가 휩쓸면서 당 내부의 견제·자정 기능이 작동하지 않은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이번 설화 국면에서 당 지도부의 대응은 이준석 전 대표 징계 당시의 살벌했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견제와 긴장의 부재는 기강해이로,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일탈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2006년 당시 대선 출마를 준비하던 이명박 서울시장은 자신이 소속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의 모습을 “해변에 놀러 온 사람들 같다”고 비판해 파문을 일으켰다. 긴장감과 근성 부재를 비판하며 체질 개선을 촉구한 것인데, 지금 여당 지도부의 모습이 꼭 그렇다. 당 대표가 사법 리스크에 빠진 공룡 야당의 입법 폭주와 비정상적 행태에도 불구하고 여당의 지지율이 더 하락하는 데엔 다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