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3대 핵전력’ 중 하나인 전략폭격기 B-52H가 한 달 만에 한반도에 다시 출격했다. 이번 달 북한의 무력시위가 예고된 상황에서 잇달아 미 전략자산을 등장시키며 대북 경고의 수위를 끌어올린 것이다.
국방부는 5일 미 공군의 B-52H가 참가한 가운데 한·미가 한반도 상공에서 연합 공중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군 당국자는 “한국의 F-35A 전투기와 미국의 F-35B·F-16 전투기 등이 적의 위협으로부터 B-52H를 엄호하는 내용으로 이번 훈련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 공군은 B-52H 4대와 공군 210명이 폭격기 기동군(BTF) 임무를 위해 지난달 30일 미 본토를 떠나 괌 앤더슨 기지에 배치된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이번 훈련을 놓고 한·미가 유사시 북한에 핵 투발이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B-52는 전술핵 등 32t의 폭탄을 실을 수 있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략핵잠수함(SSBN)과 함께 미국의 '3대 핵전력'으로 꼽힌다.
한·미는 지난달부터 미 전략자산 카드를 수시로 꺼내들며 대북 경고의 수위를 꾸준히 끌어올려 왔다. 지난달 3일 B-1B 전략폭격기에 이어 같은 달 6일 B-52H가 한반도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이후 B-1B는 19일 한반도에 다시 등장해 공중훈련에 참가했다. 지난 3~4일에는 미 핵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함이 남해 공해상에서 한·미·일 해상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한·미의 이 같은 행보에는 이번 달 북한이 고강도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여느 때보다 높다는 판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북한은 이번 달 내 군사 정찰위성 발사를 공언한 상태다. 김일성 생일(15일), 인민군 창건(25일) 등 기념일을 계기로 정찰위성을 쏜다며 ICBM의 정상각도 발사 등 무력시위를 벌일 수 있다는 의미다.
국방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한·미는 긴밀한 공조를 통해 한반도에 적시적으로 미 전략자산을 출격시키겠다”며 “연합훈련의 수준을 심화시키면서 ‘힘에 의한 평화’를 구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