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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피플' 시리아 난민 당선됐다…獨농촌마을 시장 선거 이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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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현지시간) 독일 남부 소도시의 시장으로 선출된 시리아 난민 출신 리얀 알셰블(29). CNN 캡처

지난 2일(현지시간) 독일 남부 소도시의 시장으로 선출된 시리아 난민 출신 리얀 알셰블(29). CNN 캡처

지난 2015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정부의 난민 수용 정책으로 독일에 정착한 시리아 난민이 독일 남부 소도시의 시장으로 당선됐다고 미 CNN 방송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시리아 난민 출신 리얀 알셰블(29)은 지난 2일 독일 남서부 바덴 뷔르템베르크주의 오스텔스하임시에서 치러진 시장 선거에서 승리했다. 무소속으로 출마해 55.41%의 득표율로 두 명의 현지인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오스텔스하임은 인구 2500명, 유권자는 1900명인 작은 마을이다.

알셰블은 독일 공영 ZDF 등에 “보수적인 농촌 마을에서 내가 당선된 건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며 “오스텔스하임은 독일 전체에 국제사회에 대한 개방성, 관용을 보여주는 역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선 직후 시리아에 있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다고 한다. 그의 임기는 오는 6월부터 시작된다.

1994년생인 알셰블은 시리아 남서부 아스 수와이다에서 교사·농업 기술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평범한 가정집에서 자란 그는 대학에 진학해 금융학을 전공할 예정이었지만, 시리아 내전 격화로 징집 위기에 놓이면서 고향을 떠나게 됐다. 그는 튀르키예로 넘어간 뒤 고무보트를 이용해 ‘난민들의 기착지’인 그리스 레스보스섬으로 건너갔다. 이후 여러 난민 대피소를 전전한 끝에 독일로 가 남부 소도시인 알텡스테트에 정착하게 됐다.

알셰블은 “일자리를 얻으려면 언어가 필수적인데 나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알텡스테트 시청에서 교육생을 겸한 사무 행정직 자리를 얻었다. 독일어를 빠르게 익힌 덕에 주(州) 장학금을 받으며 일했고, 시민권도 취득했다. 정착 7년 만에 알텡스테트의 인근 오스텔스하임 시장 선거 출마까지 이르게 됐다. 그는 녹색당의 일원이지만, 이번 선거에선 무소속으로 나서서 당선됐다.

그는 젊은 세대답게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를 활용해 선거 유세를 했다. CNN에 따르면 선거 기간 그를 향한 악성 댓글이 쏟아지는 등 반대 여론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온라인 유세와 더불어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홍보 활동을 했다. 알셰블은 “시리아에서 공부할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관심이 많았다”면서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공공 기관의 디지털화는 필수적인 만큼 이 부분에 집중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독일에서 시리아 출신 난민이 이처럼 단기간 선출직에 당선된 건 흔치 않은 사례다. 독일은 2015년 메르켈 총리의 대대적인 난민 포용 정책으로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120만 명의 난민을 수용했다. 이는 동시에 독일 내 극우 정치 세력의 부상을 불러왔다. 반(反)이민을 핵심 가치로 내세운 극우 성향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독일 연방 의회에 대거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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