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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정찰풍선, 美 핵기지 염탐해 실시간 전송 가능했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2월 미국 본토 상공을 비행했던 중국 정찰풍선이 미군기지 정보를 수집해 실시간으로 중국에 전송할 능력을 갖췄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미 공군 U-2 정찰기가 지난 2월 3일 미국 영공에서 촬영한 중국의 정찰 풍선. 미 공군이 동부의 사우스캐롤라이나 해안에서 격추하기 전에 촬영한 사진을 미 국방부가 지난 2월 22일 공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 공군 U-2 정찰기가 지난 2월 3일 미국 영공에서 촬영한 중국의 정찰 풍선. 미 공군이 동부의 사우스캐롤라이나 해안에서 격추하기 전에 촬영한 사진을 미 국방부가 지난 2월 22일 공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NBC는 3일(현지시간) 복수의 전ㆍ현직 미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미 전역을 비행한 중국 정찰풍선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차단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러 민감한 미군 시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다”며 “중국은 풍선을 (원격) 제어해 일부 기지를 여러 번 통과하면서 수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베이징으로 전송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수집한 정보는 대부분 (사진 등 시각적인) 이미지가 아닌 기지 내 통신이나 무기체계 등에서 포착할 수 있는 전자신호였다”고 전했다.

이는 정찰풍선이 8자 대형으로 비행하는 등 여러 차례 미군기지 주변 상공을 지나면서 군사적으로 민감한 신호정보(SIGINT)를 수집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관계자들은 “정찰풍선은 원격 자폭장치를 갖춘 것으로 나타났지만, (정체가 탄로 난 이후) 오작동한 것인지 중국이 일부러 작동하지 않은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도 방송에 말했다.

앞서 미 당국은 정찰풍선이 미 북서부 몬태나주(州)의 맘스트롬 공군기지를 정탐한 것으로 파악했다. 해당 기지는 중국 본토까지 날아갈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핵무기 지하 격납고(사일로)를 갖춘 미 전역의 3개 기지 중 한 곳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와 관련,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 당국은 사전에) 풍선이 미 영공에 진입할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풍선이 유용한 정보를 수집하는 능력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를 했다”며 “(중국이 과거 정찰위성 등으로 수집한 정보와 비교해 이번에 수집한 정보가) 앞서 나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정찰풍선의 미군 신호정보 접속 가능성을 묻는 말엔 답변하지 않았다.

미 국방부도 이날 “(정찰풍선이 수집한 정보는) 부가적인 가치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사브리나 싱 국방부 대변인은 실시간 정보 전송 능력과 관련해선 “풍선에서 (중국으로) 실시간 전송이 있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며 “현재 분석 중인 사안”이라고만 말했다.

중국 정찰풍선은 지난 1월 28일 알래스카 상공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냉전 이후 외국의 군사용 무인 비행체가 미 본토 상공에 무단 침입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난 2월 5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머틀비치 앞바다에서 미 해군 폭발물처리반(EOD) 대원들이 전날 격추된 중국 정찰풍선의 잔해를 건져올리고 있다. 이후 미 정보당국은 수거한 잔해를 분석해왔다. 사진 미 해군

지난 2월 5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머틀비치 앞바다에서 미 해군 폭발물처리반(EOD) 대원들이 전날 격추된 중국 정찰풍선의 잔해를 건져올리고 있다. 이후 미 정보당국은 수거한 잔해를 분석해왔다. 사진 미 해군

이후 2월 1일 몬태나 상공에서 포착됐지만, 미군은 사흘 뒤에야 미 동부 연안에서 F-22 스텔스 전투기를 출격시켜 격추했다. 정찰풍선이 스쿨버스 세 대 정도의 크기여서 민간인 피해를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미 정보당국은 미 해군이 수거한 잔해를 분석 중인데, 이번에 미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밝힌 내용은 이러한 분석에 바탕을 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CNN은 3일 소식통을 인용해 “미 연방수사국(FBI)은 정찰풍선의 소프트웨어에 사용된 알고리즘과 풍선의 전원 및 설계 방법을 포함해 장치가 어떻게 작동했는지 등 추가 정보를 파악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간 중국은 “미국이 정찰풍선이 아닌 기상관측용 민간 비행선을 격추한 것”이라며 반발해왔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NBC 보도 내용과 관련한 질의에 중국 외교부와 주미 중국대사관 모두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3일 전했다.

“사드로 중국 맹공격 못 막아”

이런 가운데 대만 유사시 중국이 공격할 수 있는 미국령 괌의 미군기지 방어가 취약하다는 지적도 최근 나왔다.

2일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다음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는 괌’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괌 앤더슨 공군기지엔 패트리엇(PAC) 요격미사일이 없고, 이지스 방공 체계를 갖춘 군함도 항상 주변에 배치돼 있지 않다”며 “놀랍게도 중요한 군사 요충지인 데도 불구하고 방어가 허술하다”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괌에 배치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에 대해선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지 중국의 맹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고 짚었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지난 2020년 9월 공개한 영상에서 H-6K 전략폭격기가 괌 앤더슨 공군기지로 추정되는 군사시설에 쏜 미사일이 폭발하는 모습.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 동영상 캡처

중국 인민해방군이 지난 2020년 9월 공개한 영상에서 H-6K 전략폭격기가 괌 앤더슨 공군기지로 추정되는 군사시설에 쏜 미사일이 폭발하는 모습.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 동영상 캡처

반면 중국은 괌 기지에 대한 공격 능력을 계속 과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괌 킬러’로 불리는 사거리 4500㎞의 둥펑(DF)-26 중거리 탄도미사일이다. 또 중국 인민해방군은 앤더슨 기지 공격을 연상케 하는 H-6K 전략폭격기의 폭격 영상을 2020년 9월 공개한 적도 있다.

그간 전문가들은 ‘워게임’을 바탕으로 중국이 대만 침공과 동시에 미군의 서태평양 거점인 괌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일각에선 “기선 제압을 위한 전술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언급될 정도다.

미군이 지난해 3월 '탈론 라이트닝' 작전의 일환으로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도착한 C-17 '글로브마스터 III' 대형 수송기에서 사드(THAAD) 발사대를 내리고 있다. 사진 미 공군

미군이 지난해 3월 '탈론 라이트닝' 작전의 일환으로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도착한 C-17 '글로브마스터 III' 대형 수송기에서 사드(THAAD) 발사대를 내리고 있다. 사진 미 공군

미군 당국도 이같은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미 국방부가 2024회계연도 예산에 괌 기지의 미사일 방어 역량 강화를 위해 15억 달러(약 1조9600억원)를 책정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그러나 미국의 뒤늦은 조치로 실제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이코노미스트는 “여전히 많은 자금이 방어 체계의 연구개발에 투입되고 있다”며 “양극화된 미 의회가 제때 예산을 통과시킬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전문가들의 우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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