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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줬다 빼앗다니, 우리가 우습나"…제2 세종문화회관, 화난 문래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으로 낙점됐던 ‘제2 세종문화회관(제2 세종)’ 후보지가 지난달 갑자기 여의도공원으로 바뀌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핵심 사업인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와 맞물리면서다. 이에 문래동 주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제2 세종문화회관' 건립 예정지였던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옛 방림방적 공장 부지에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 나운채 기자

지난달 31일 '제2 세종문화회관' 건립 예정지였던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옛 방림방적 공장 부지에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 나운채 기자

“줬다가 뺏는 것 같아” 실망한 문래동

지난달 31일 영등포구 문래역. 이곳에서 5분 정도 걸으면 옛 제2 세종 건립 후보지(1만3000㎡)가 나온다. 과거 방림방적 공장 부지였다. 사면(四面)을 빙 둘러 설치된 가림막엔 ‘2025년 12월 제2 세종문화회관 개관 예정’이란 안내문이 적혀있었다. 하지만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텃밭’으로 쓰고 있다.

부지 인근 횡단보도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내건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제2 세종 이전 관련, 최호권 영등포구청장 지지와 규탄 문구가 보였다.

이곳 주민 A씨(60대)는 “‘시설을 주겠다’고 하다 다시 뺏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10년 넘게 카페 등을 운영했다는 B씨는 “제2 세종 방문객이 우리 가게도 찾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며 “(선거 때만) 표심을 위한 정책이 아니었나 의심된다”고 했다. 회원 수가 3만명 정도인 지역 커뮤니티에선 “주민을 우습게 보는 게 너무 화가 난다”라거나 “의견 수렴도 없이 시장과 구청장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끝인가” 등 댓글이 잇따랐다.

지난달 31일 '제2 세종문화회관' 건립 예정지였던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옛 방림방적 공장 부지 인근 횡단보도에서 각각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을 지지하거나 규탄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나운채 기자

지난달 31일 '제2 세종문화회관' 건립 예정지였던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옛 방림방적 공장 부지 인근 횡단보도에서 각각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을 지지하거나 규탄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나운채 기자

구유지 무상사용 여부, 떠오른 쟁점

제2 세종 문래동 건립은 2019년 12월 서울시가 계획을 발표하면서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서울 도심과 강남권에 집중된 공연장 인프라 불균형을 해소하겠단 취지였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과 채현일 영등포구청장 때다. 그러나 지난해 오세훈 서울시장-최호권 구청장이 취임하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특히 방림방적 부지가 구 소유 부지인 게 문제가 됐다.

영등포구는 제2 세종을 짓기 위해 구 소유 땅을 시가 반영구적으로 무상사용하는 것을 승인하기 어렵다고 봤다.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공유재산법)상 토지 무상사용은 최대 5년 동안 가능하고, 그 뒤론 유·무상 여부를 다시 심사받아야 한다. 이에 서울시로선 대규모 공연장 건축물이 들어서야 하는 해당 부지를 사들이거나 시유지를 맞교환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영등포구가 관내 더 넓은 시(市)유지에 제2 세종을 건립하는 방안을 건의했고, 제2 세종이 갖는 위상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여의도 공원으로) 이전 결정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9년 12월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제2세종문화회관’ 예상 조감도의 모습. [자료 서울시]

지난 2019년 12월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제2세종문화회관’ 예상 조감도의 모습. [자료 서울시]

“정치적 상황” vs “구민에 돌려줘”

제2 세종의 문래동 건립 무산은 정치 환경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채현일(민주당) 전 구청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제2 세종 문래동 건립은 이전부터 충분히 검토했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현 구청장이 (건립을) 철회한 게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에 최호권(국민의힘) 구청장은 “공유재산 문제는 과거부터 구의회 등에서 문제로 지적하던 사안”이라며 “구유지인데도 구민에게 돌아오는 이익이 거의 없다는 점을 알면서도 (문래동 건립)이 강행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최 구청장은 “(제2 세종) 여의도공원 이전으로 수천억원어치 땅을 구민이 되돌려받게 됐다”고 했다. 문래동 부지엔 구립 복합 문화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시가 지난달 9일 발표한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에서 서울 여의도공원에 들어설 제2 세종문화회관의 모습 조감도. [자료 서울시]

서울시가 지난달 9일 발표한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에서 서울 여의도공원에 들어설 제2 세종문화회관의 모습 조감도. [자료 서울시]

제2 세종, 기존보다 1.8배 크게

서울시는 여의도공원에 연면적 23만㎡ 규모로 제2 세종을 지을 계획이다. 기존 시설보다 1.8배 크며 2026년 첫 삽을 뜨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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