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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구호기금 4배 늘린 한국, 국제 리더로서 중요한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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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피터 샌즈 글로벌펀드 사무총장이 지난달 30일 스위스 제네바 사무실에서 한국 기자단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글로벌펀드

피터 샌즈 글로벌펀드 사무총장이 지난달 30일 스위스 제네바 사무실에서 한국 기자단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글로벌펀드

"한국이 1억 달러로 증액한 게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지난해 9월 7차 약정회의 모금액(157억 달러)에서 굉장히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한국은 이제 G20 국가로서 해야할 역할의 중요성을 인지한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3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난 글로벌펀드 피트 샌즈 사무총장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펀드는 세계 최대의 국제구호지원기관이다. 2002~2021년 155개국에 530억 달러(약 70조원)를 지원해 5000만명의 목숨을 구했다. 3년마다 국가·기업 등이 구호기금 기부를 약정하는데,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의 7차 회의(2023~2025년)에서 한국은 2500만 달러를 1억 달러로 4배로 늘렸다. 증가폭이 가장 컸다. 기여금 순위가 6차약정(2020~2022년) 때 공여국 중 20위에서 7차에서는 14위로 뛰어올랐다. 7차 회의 직후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이 제기됐었다.
 샌즈 총장은 기여금 증액의 의미와 관련, "한국은 보건의료 분야에서 기술적인 전문성이 있어 (이 분야) 개발을 더 확장해야 한다는 역할을 인지한 것으로 본다"며 "우리가 지구를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한국인들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뉴욕 회의에서 윤 대통령에게 무슨 말을 했냐"고 물었더니 "약정액을 높이고 리더십을 보여준 점에 감사하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이 "세계 보건 분야에서 한국이 더 큰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기존노력을 기반으로 더 많은 것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고 한다. 샌즈 총장은 "이런 말씀에 대해 적극적·절대적으로 환영한다. 왜냐하면 금전적인 문제에 국한된 게 아니라 한국 기업과 한국의 과학적 역량, 정치적 리더십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샌즈 총장은 "한국이 세계에 공유할 만한 좋은 얘깃거리를 갖고 있다"며 "코로나 대응에 앱을 적절하게 활용하고 질병 모니터링에 디지털 혁신이 무엇인지를 보여줬고, 새로운 진단기기를 개발한 것이 굉장히 기여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의약품·진단기기 등에서 글로벌펀드의 여섯번째 공급국이며 진단기기는 2위이다. 샌즈 총장은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한국이 세계보건에 있어서 정치적으로, 지적으로 리더로서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윤 대통령과 한국이 리더로서 역할이 더욱 중요한 이유는 코로나로 인해 다른 질병(결핵·말라리아 등)이 악영향을 받았고, 곳곳에서 분쟁이 지속되고 있으며, 기후변화에 맞닥뜨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코로나로 결핵 등이 늘었고, 전쟁·기후변화로 인해 난민·이재민이 급증하면서 감염병이 확산하고 있다.
 샌즈 총장은 "한국전쟁 이후의 역사를 보면 정말 대단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경제적·정치적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무총장을 맡기 전 SC은행 회장 시절에 제일은행을 인수했는데, 유럽의 한국 투자 중 최대 규모였다. 그때 한국이 비즈니스 분야, 기업·금융에서 얼마나 많이 성장했는지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지속적으로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기업이 성공하고, 특히 K드라마 등 문화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혁신 면에서 굉장히 매력적인 나라"라고 말했다. 샌즈 총장은 "한국이 공적개발원조(ODA) 면에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국제 원조를 하는 나라에서 이제는 역할에 맞는 기여를 하는 나라로 거듭나고 있다"면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등을 감안하고 다른 주요한 기여국과 비교하면 더 기여할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펀드는 2010년 이후 북한의 결핵·말라리아 대응에 1억2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샌즈 총장은 "북한이 다양한 규제를 하고 있어 지원 프로그램을 집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특히 의약품이 그렇다. 결핵·말라리아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북한에 우려를 표명했다"며 "향후 3년 북한 결핵·말라리아 대응, 보건 시스템 구축에 4020만 달러 지원 계획을 세웠다. 북한이 요청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샌즈 총장은 한국 기업의 조달 시장 참여를 적극 권고했다. 그는 "SD바이오센서 등의 한국 기업과 관계를 이미 구축하고 있다. 한국기업에 앞으로도 당연히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분자 기반의 진단기기, 여러가지 병을 한꺼번에 확인하는 멀티플렉스 진단기기를 저개발국에 지원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터 샌즈 글로벌펀드 사무총장 인터뷰

 피터 샌즈 총장은 2006~2015년 스탠더드 차터드 PLC회장을 지냈고 당시 제일은행을 인수했다. 이후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과 국제보건연구소에서 연구하다 2018년 글로벌펀드 사무총장이 됐다. 글로벌펀드는 기여금을 내거나 받는 나라의 정부와 국제기구·비정부기구(NGO) 등 민간 부문이 참여하는 민관 협력 파트너십 형태 조직이다. 2002년 코피 아난 당시 UN 사무총장이 주창해 설립됐다. 에이즈·결핵·말라리아 예방과 치료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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