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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세 암투병 안도 다다오…“살아있는 동안이 청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좋은 건축이 만들어지는 데 중요한 요소로 ‘발주자’의 역할을 특히 강조했다. “용감하고 담대한 구상으로 자신에게 설계할 기회를 준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건축물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좋은 건축이 만들어지는 데 중요한 요소로 ‘발주자’의 역할을 특히 강조했다. “용감하고 담대한 구상으로 자신에게 설계할 기회를 준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건축물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저는 대학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암 때문에 5개 장기 절제술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살아야겠다는 희망으로 살고 있습니다.”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81)가 지난달 31일 강원도 원주시 뮤지엄 산(관장 안영주)에서 기자들과 마주하자마자 한 첫 인사다. 그는  “사실 저는 계속 절망적인 인생이었다”며 “장기를 절제해도, 또 저처럼 학력이 없어도 청춘을 유지하며 살아간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건축가 안도의 개인전 ‘안도 다다오-청춘’이 뮤지엄 산에서 지난 1일 개막했다. 일곱 번째 국제 순회전으로, 안도의 원본 드로잉과 스케치, 영상, 모형 등 250점을 망라했다. 이번 전시는 안도 자신이 설계한 곳에서 열리는 최초의 전시다. 뮤지엄 산은 이인희 고 한솔그룹 고문의 의뢰를 받아 안도가 설계해 2013년 개관했다.

1941년생인 안도는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해 1969년 설계 일을 시작했으며, 1995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일본 이바라키시 교외 주택가의 ‘빛의 교회’와 88년부터 30년 넘게 진행 중인 나오시마 프로젝트 등으로 유명하다. 국내에도 제주 본태미술관과 글라스하우스, 유민미술관, 경기 여주의 마음의 교회,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 등이 있다. 지난달 31일 열린 기자 간담회와 강연 내용을 정리했다.

당신에게 청춘이란 무엇인가.
“청춘은 10대, 20대가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은 모두 청춘이다. 여러분 모두 청춘을 계속 유지하며 살기 바란다.”

17세에 프로 복서로 입문한 그는 고교 졸업 후 15평짜리 술집 인테리어를 맡으면서 일을 시작했다. 건축 공부는 책과 여행으로 했다. 20세에 『르코르뷔지에 작품집』을 베껴 그리며 건축 도면을 외우다시피 했다. 그는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학력주의 사회다. 난 전문학교도 나오지 않았지만 절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건축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열네 살 때 우리 집 증축 공사가 있었다. 목수분이 여러 아이디어를 내며 즐겁게 일하는 모습을 보고 ‘건축이 참 재미있는 일이구나’하고 생각했다.”
강원도 원주시에 자리한 뮤지엄 산. 이인희 전 한솔그룹 고문 의뢰로 안도가 설계했다.

강원도 원주시에 자리한 뮤지엄 산. 이인희 전 한솔그룹 고문 의뢰로 안도가 설계했다.

그는 “1965년 일본 근대 건축의 영웅 단게 겐조(1913~2005)가 지은 건물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건축은 설계와 시공, 이후 운영을 통해 계속 성장해 나가는 것”이라며 “나도 협업으로 저렇게 근사한 건물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출 콘크리트의 대가’로 불린다. 건물의 안팎을 노출 콘크리트로 일관하며, 그 안에 빛을 극적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공간의 특징을 만들어왔다.

왜 노출 콘크리트인가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아무나 만들 수 없는 건축을 하고 싶었다.”

안도는 자서전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에서 “(콘크리트는) 내 창조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도전”이라며 “내가 만들고 싶은 공간을 더 원초적인 형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매력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그의 건축에서 중요한 요소는 ‘빛’이다. “르코르뷔지에(1887~1965)의 롱샹성당을 보고 빛을 추구하는 것만으로도 건축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그는 “빛은 희망이다. 나는 희망이 있는 건축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작 ‘나오시마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곳엔 땅에 묻힌 건축물로 유명한 지추미술관을 비롯해 현재까지도 새로운 미술관을 짓고 있다. 그는 “나오시마는 처음엔 아주 절망적인 곳이었지만 지금은 매년 70만 명이 찾아온다”며 “아이를 낳아 정성을 들여 키우는 것처럼 건축도 계속 성장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좋은 건축을 위한 선제 조건은.
“좋은 클라이언트다. 정말 중요한 것은 그곳에 건물을 지을 구상을 하고 설계와 공사를 발주하는 사람이다.”

그러면서 고 이인희 고문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14년 전 저를 불러 세계에 둘도 없는 건물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그때 나는 서울서 먼 이곳에 사람이 과연 올까 싶었다. 그런데 지금 1년에 20만 명 이상이 찾고 있으니 그분의 꿈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청춘을 유지하려면 지적·신체적인 체력이 필요하다. 나는 하루 1만보를 걷고 매일 1~2시간 정도 공부하고 있다”며 “청춘을 유지하기 위해서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7월 30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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