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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의 美마이크론 반도체 규제, 삼성·SK하이닉스에 경고한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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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의 로고와 반도체 회로를 합성한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의 로고와 반도체 회로를 합성한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에 맞서 미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규제에 전격적으로 나서면서 세계 반도체 업계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이번 조치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보내는 경고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반중 반도체 전선에 합류할 경우 두 회사도 비슷한 규제를 받을 수 있다는 걸 암시했다는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일(현지시간) 전문가를 인용해 “중국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CAC)이 사이버보안 조사를 받는 첫 외국 기업으로 미국 마이크론을 선택했다”며 “이는 한국·일본과 같은 이웃 국가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31일 CAC는 “중국에서 판매되는 마이크론 제품에 대한 사이버보안 조사를 한다”며 “핵심적인 정보 인프라 공급망의 안전을 보장하고, 제품의 잠재된 문제가 네트워크 보안 위험을 일으키는 것을 예방해 국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조사 이유를 밝혔다. CAC가 외국 기업에 대해 보안조사를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이 한국과 일본에 보내는 경고”

한국과 미국, 일본, 대만 국기와 반도체 칩을 합성한 이미지. 사진 셔터스톡

한국과 미국, 일본, 대만 국기와 반도체 칩을 합성한 이미지. 사진 셔터스톡

상하이에 기반을 둔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IC와이즈의 왕리푸 애널리스트는 SCMP에 “중국 반도체 시장이 미국과 동맹에 의해 포위된 상황에서 개시된 이번 조사는 한국과 일본에 보내는 경고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이 주도해 한국·일본·대만이 함께 결성한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4’를 중국 정부는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음모라고 간주하고 있다면서다.

中 “삼성·SK하이닉스에 美 따르지 말라고 경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24일 중국 톈진에 위치한 삼성전기 MLCC 생산 공장을 찾아 생산 라인을 점검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사진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24일 중국 톈진에 위치한 삼성전기 MLCC 생산 공장을 찾아 생산 라인을 점검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사진 삼성전자

칩4 동맹 국가의 기업 중에선 특히 한국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경고의 대상으로 지목됐다. 왕리푸 애널리스트는 “한국은 중국 정부의 마이크론에 대한 규제를 주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에 제조 시설을 두고 있는 한국 반도체 회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이번 조사는 미국의 조치를 따르지 말라는 경고의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낸드) 공장, 쑤저우에 테스트·패키징(후공정) 공장이 있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 D램 공장, 충칭에 후공정 공장, 다롄에 낸드 공장을 가동 중이다.

지난 2019년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확장팹(C2F) 준공식에서 주요 참석자 들이 공장 준공을 알리는 버튼을 누르고 있다. 사진 SK하이닉스

지난 2019년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확장팹(C2F) 준공식에서 주요 참석자 들이 공장 준공을 알리는 버튼을 누르고 있다. 사진 SK하이닉스

네덜란드·일본에도 경고장 날린 중국

중국의 규제는 한국 기업을 넘어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기업을 보유한 네덜란드와 일본 등으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리셰 스레이네마허 네덜란드 대외무역·개발협력부 장관은 지난달 8일 대중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 제외 범위를 첨단공정에 사용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넘어 한 세대 전 모델인 심자외선(DUV) 노광장비까지도 통제하는 조치를 올여름까지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탄젠(談踐) 주네덜란드 중국 대사는 지난달 중국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네덜란드가 첨단 반도체 장비에 대한 대중 수출을 강화한다면 중국은 참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왕 애널리스트는 “고급 반도체 제조 장비의 수출을 제한한 네덜란드에도 (마이크론과 유사한) 조사가 적용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중국은 일본에 대해서도 경고의 메시지를 지속해서 내놓고 있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2일 베이징의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열린 중·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미국은 과거에 일본의 반도체 산업에 따돌림과 같은 잔혹한 압박을 가했는데, 이번엔 중국에 그 낡은 수법을 쓰고 있다”며 “(똑같은) 살을 베이는 고통을 겪었던 일본은 위호작창(爲虎作倀)해선 안 된다”고 했다. 위호작창은 ‘호랑이를 위해 귀신이 된다’는 뜻으로, 악인의 앞잡이를 비판할 때 쓰는 고사성어다. 일본이 지난달 31일 23개 첨단 반도체 품목의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법률 하위 규정을 개정해 오는 7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한편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일 정례 브리핑에서 CAC의 마이크론 조사에 대해 “관련 부서가 법률과 법규에 따라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치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터넷 제품에 대해 보안 심사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이는 국가 안보를 수호하기 위한 정상적인 관리감독 조치다. 중국기업이든 중국에서 경영 활동을 하는 외국기업이든 중국의 법률과 법규를 준수해야 하고 중국의 국가 안보를 해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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