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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옷 입은 듯 이채로운 숲…포천서 만나는 '제주 곶자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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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국내 최초로 조성돼 개장한 경기도 포천시 국립수목원 내 ‘지의류 정원’ 전경. 사진 국립수목원

지난달 31일 국내 최초로 조성돼 개장한 경기도 포천시 국립수목원 내 ‘지의류 정원’ 전경. 사진 국립수목원

 숲속의 땅과 돌이 옷을 입은 듯한 모습을 한 제주도 곶자왈의 이채로운 풍경이 경기도 포천시 국립수목원에 재현됐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난대온실에 국내 첫 ‘지의류 정원(Lichen Garden)’을 조성해 지난달 31일 개장했다고 3일 밝혔다.

지의(地衣)류는 땅옷, 돌옷이라는 뜻을 가진다. 돌과 드러난 땅을 덮는 생명체다. 지의류(Lichen)는 곰팡이(Fungi)와 광합성을 하는 조류(Algae)가 공생을 유지하는 독특한 복합생명체다. 지의류는 극지, 고산, 사막 등 극한의 환경에 잘 적응해 사막화 방지 활동에 토양을 안정화하는 소재로 사용되기도 한다. 환경오염에 취약해 대기오염 지표생물이기도 하다. 지의류는 우리나라에 1000여종, 전 세계에 2만여종이 자생한다.

땅과 돌이 옷 입은 듯한 이채로운 숲 모습    

국립수목원은 난대온실 내에 ‘숲의 옷, 지의류 정원’을 조성했다. 난대온실은 1987년에 조성돼 남부 지방 도서 및 남해안 지역에 자생하는 난대식물을 심어 관리하고 있다. 국립수목원 산림생물다양성연구과 오순옥 연구사는 “난대온실 조성 당시 식물과 함께 유입된 지의류가 30여년 세월이 지나면서 자라 자연스럽게 제주도의 곶자왈과 유사한 모습을 갖추게 됐다”고 소개했다.

지난달 31일 국내 최초로 조성돼 개장한 경기도 포천시 국립수목원 내 ‘지의류 정원’ 내 사슴지. 사진 국립수목원

지난달 31일 국내 최초로 조성돼 개장한 경기도 포천시 국립수목원 내 ‘지의류 정원’ 내 사슴지. 사진 국립수목원

제주도 곶자왈에서는 내륙에서는 볼 수 없는 엽상지의류인 청엽지의속을 포함, 69종의 지의류가 자생하고 있다. 국립수목원 지의류 정원에서는 곶자왈에 서식하는 사슴지의, 가지지의 등 10종의 지의류를 볼 수 있다. 또한 자연환경에서 쉽게 보기 힘든 ‘송라’ ‘석이’ 등 지의류도 한 공간에서 볼 수 있도록 조성했다. 숲의 개척자인 지의류를 눈으로 즐기고, 알아갈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지의류 연구자인 오 연구사는 “나태주 시인의 ‘풀꽃’의 한 구절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 풀꽃처럼 숲을 시작한 생물, 지의류에 대한 관심을 바란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지의류 정원이 있는 곳은 지의류 연구가 시작된 영국의 에든버러 왕립 식물원과 국립 웨일스 식물원이다. 핀란드 헬싱키와 호주 시드니에서도 식물원·수목원 내 다양한 지의류를 이용한 지의류 정원을 조성,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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