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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플랫폼 모브 양진모 단장 “K클래식도 내수 다지고, 해외 나가야죠”

중앙일보

입력

아트플랫폼 모브의 양진모 단장은 "한류가 대중문화를 통해 동남아시아나 유럽에 퍼졌듯이 클래식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아트플랫폼 모브의 양진모 단장은 "한류가 대중문화를 통해 동남아시아나 유럽에 퍼졌듯이 클래식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창작 오페라를 여러 번 본 관객이라면 오케스트라 피트에 있던 그의 뒷모습이 익숙할 것이다.
70여 편의 오페라를 1000회 이상 지휘한 지휘자 양진모 말이다. 그는 요즘 모브아트컴퍼니(이하 모브)의 단장 겸 상임지휘자로 일하며 'K클래식의 세계화'라는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경영인 김기경 의장과 의기투합, 모브 설립 #클래식 대중화 및 글로벌 경쟁력 확보 목표 #말레이시아 공연, K클래식 수출 가능성 타진 #9월 초 로마에서 모브 국제성악콩쿠르 개최

모브(MOV)는 ‘Move Of Vibe’의 이니셜을 딴 아트 플랫폼이다. 배타적으로 활동을 독점하는 일반적인 기획사와는 달리 멤버 각자의 외부 활동이 자유롭다. 회사 내에서 자체적으로 기획하거나 아티스트가 기획한 공연을 만들어서 진행하기도 한다.
최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사옥에서 만난 그는 "국내 클래식 대중화와 지자체 활성화에 기여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목표"라면서 "모브가 출범한 지 1년이 된 현재, 소속 아티스트들의 가능성을 파악하고 여러 조합과 매칭 등 실험을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양 단장은 국내 유일의 지휘 코스가 있던 한양대 작곡과에 진학해 국립심포니를 창설한 홍연택에게 지휘를 배웠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조르조 모란디의 부지휘자로 일하며 유럽 극장의 시스템을 경험했다. 귀국해서 지휘 활동을 하면서 '국내 여건도 좋아졌지만 저변이 더 확대되기 위해서는 자본의 지원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독일은 정부의 확실한 후원 아래 문화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죠. 이탈리아는 경제가 좋지 않음에도 문화에 대한 기본적인 여건을 지키고 만들어가는 게 부럽더군요. 우리나라는 대중문화에 비해 순수예술에 대한 투자나 지원이 많지 않은 편이죠. 그러던 중 김기경 의장님을 만났죠.”

폭넓은 음악적 취향을 가진 식음료·바이오 업체 CEO 김기경 의장과 오페라를 지휘하던 양진모가 만나 모브가 탄생했다. 음악 시장을 활성화 시키고, 자체 콘텐트로 수입에서 수출로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뜻으로 의기투합했다.

“국내 오페라의 제작진 수준도 많이 향상됐습니다. 국내 인원들을 활성화시키는 작업들이 필요한 시점이죠. 클래식 음악 산업을 수입에서 수출로 바꿀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김기경 의장님도 전반적인 수준 향상에 동의하셨어요. 한류가 대중문화를 통해 동남아나 유럽에 퍼졌듯이 클래식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김기경 의장과 양진모 단장 아래 연출가 이회수, 작곡가 장석진, 음악코치 김소강, 소프라노 김순영, 메조소프라노 김향은, 테너 신상근·석정엽, 바리톤 양준모·김원, 바이올린 전진주·이깃비·안세훈·신성희·강드보라, 비올라 한연숙·조재현, 첼로 정윤혜, 더블베이스 이동혁·조용우, 플루트 김세현, 클라리넷 문승주, 피아노 정다슬 등 20여명이 모브에 소속돼 있다. 이들은 안정적인 기반에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4대 보험 혜택과 기본급 외에 연주 수당을 지급 받는다.

 아트플랫폼 모브의 양진모 단장은 "한류가 대중문화를 통해 동남아시아나 유럽에 퍼졌듯이 클래식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아트플랫폼 모브의 양진모 단장은 "한류가 대중문화를 통해 동남아시아나 유럽에 퍼졌듯이 클래식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양 단장은 지난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와 오페라 갈라 콘서트 등 네 차례 공연을 하면서 K클래식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타진했다. 김 의장이 말레이시아에서 사업을 시작하면서 선보인 클래식 공연이다. 모브의 해외 지사인 모브아시아의 회장이며 ‘One Summer Night’으로 유명한 홍콩 가수 진추하가 특별 출연하기도 했다. ‘라 트라비아타’는 지난 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재공연했다.

창작 오페라 지휘로 잔뼈가 굵은 양 단장은 누구보다 작곡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외국 작곡가 곡으로는 한계가 있고 궁극적으로는 우리 스스로 콘텐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확실한 레퍼토리 제작을 위해 존 힐러나 장석진 등 모브 소속 작곡가들을 독려해 창작의 엔진을 늘릴 계획도 밝혔다.

그는 또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근처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모브라운지(구 요요마의 키친)에서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 저녁에 클래식 음악회를 열고 있다. 식사나 와인을 하며 클래식 음악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기회다.

“출연 아티스트 개런티를 지급하기엔 아직 수익 구조를 맞추기 힘들어요. 문화 콘텐트를 만드는 모브를 홍보하기 위한 살롱 콘서트죠. 5월부터는 일주일에 한 번 오후 2시에 세미클래식이나 영화음악 등 가벼운 레퍼토리들로 가정주부나 초보 클래식 팬들이 음악을 가까이 접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합니다.”

올 가을에는 다시 한 번 해외에서 모브의 이름을 볼 수 있게 된다. 9월 1~3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모브 국제 성악 콩쿠르'를 개최한다. 1등 상금은 2만5000 유로(약 3500만원)다.

“로마에서 콩쿠르를 열면 항공료를 아낄 수 있습니다. 심사위원도 유럽 극장 극장장들, 매니지먼트 소속 사람들을 많이 참여시키려 하죠. 콩쿠르를 통해 그곳에서 데뷔하는 성악가들이 스타로 탄생할 수 있도록 도우려 합니다.”

아트플랫폼 형태의 모브가 자신만의 색채를 낼 수 있을까. K클래식의 해외 진출이란 목표 또한 이뤄질 수 있을까. 양 단장의 지휘봉이 향하는 최종 목적지가 궁금해진다.

류태형 객원기자·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ryu.tae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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