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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G7 대중관세 높이자”…중국, 일본에 “앞잡이 되지 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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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하야시 일본 외무상(왼쪽)과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2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굳은 표정으로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하야시 일본 외무상(왼쪽)과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2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굳은 표정으로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일 일본과 중국 외교장관이 3년4개월 만의 회담에서 반도체 수출 규제, 대만 문제, 동중국해 등의 갈등 현안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일본 교도통신과 중국 신화사 등에 따르면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이날 베이징에서 친강 외교부장과 약 네 시간에 걸쳐 회담과 오찬을 함께했다. 하야시 외무상은 모두발언에서 “중·일 관계에는 여러 가능성이 있지만 동시에 많은 과제와 심각한 현안에 직면해 매우 중요한 국면에 있다”며 “양국이 모든 레벨에서 솔직한 대화를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친 부장은 올해가 중·일 평화우호조약 체결 45주년이라는 점을 언급한 뒤 “선인들은 탁월한 식견을 갖고 양국 관계의 평화 우호 협력이라는 큰 방향성을 확립했다”며 “역사와 인민에게 부끄럽지 않은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일본이 적극 동참하는 상황에 견제구를 던진 것이다.

앞서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도 지난 1일 보아오포럼 참석차 방중한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를 만나 “일본이 계속 평화적 발전의 방향을 견지할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하야시 외무상은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포함한 동중국해 정세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선 일본의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달 31일 23종의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의 중국 수출 규제를 오는 7월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친 부장은 “미국은 일찍이 집단따돌림 수단으로 일본의 반도체 산업을 잔혹하게 압박했는데, 지금 이 수법을 중국에 다시 쓰고 있다”며 ‘호랑이를 위해 앞잡이가 돼서는 안 된다’는 의미의 성어(爲虎作倀·위호작창)를 언급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발표했다. 친 부장은 이어 “봉쇄는 중국의 자립자강 결심을 불러일으킬 뿐”이라고 경고했다.

친 부장의 발언은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산업 발전이 1980~90년대 미국의 일본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집중 견제에 따른 몰락 때문이라는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하야시 외무상은 이번 조치는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친 부장은 일본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의장국 활동도 견제했다. 그는 “일본은 G7 회원국이자 아시아의 일원”이라며 “회의의 기조와 방향을 정확하게 인도해야 하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유리한 일을 하고 국제사회의 진정한 컨센서스를 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미국은 일본 측에 오는 5월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 공동관세 인상 대항 조치를 의제로 삼아 달라고 요청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일 보도했다. 중국이 G7 국가에 경제적 위압 행위를 하는 경우 G7이 공동으로 관세 인상 등을 통해 대응하자는 취지다.

이와 함께 햐야시 외무상은 회담에서 한·중·일 3개국의 대화 재개도 상의했다고 설명했다. 오카노 유키코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외신 브리핑에서 “회담에서 정상과 외교장관 레벨에서의 3국 대화 재개를 논의했다”며 “구체적인 시기는 논의되지 않았고, 의장국인 한국이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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