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벚꽃비 옆에서 경광봉 번쩍…여의나루역에 뜬 경찰 기동대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일 서울 여의서로 벚꽃길을 걷고 있는 시민들 옆에서 경찰이 인파 통제를 하고 있다. 김홍범 기자

2일 서울 여의서로 벚꽃길을 걷고 있는 시민들 옆에서 경찰이 인파 통제를 하고 있다. 김홍범 기자


“신호! 신호! 여기 정리해야 해. 정지!”

“에스컬레이터에서 걷지 말아 주세요. 넘어질 수 있어요. 협조 감사합니다.”

서울 여의도에 벚꽃이 만개한 2일 서울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안팎은 전쟁터를 연상케 했다. 경찰은 역사 바깥에서 인파·교통을 통제했고, 안에선 서울교통공사·영등포구청 직원 십여명이 경광봉을 들고 질서 유지를 외쳤다.

지난해 이태원 참사로 많은 인파가 몰리는 봄꽃축제의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이상 기후로 개화(開花) 시기까지 갑자기 앞당겨지며 당국이 ‘인력 총동원’에 나섰다. 특히 주중 비예보에 갑작스레 축제를 찾는 이까지 겹치며 인파가 더 몰렸다. 이날 윤중로를 찾은 이호준(25)씨는 “올해 유난히 일찍 벚꽃이 폈고, 다음 주에는 비가 와 벚꽃을 보지 못하게 될 것이란 말에 급히 방문했다”고 말했다. 영등포구청에 따르면 지난 1일 여의도 윤중로를 찾은 사람은 50만5300여명이었다. 2일에는 이보다 20만명 많은 70만명가량이 이곳을 찾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른 개화로 인해 상춘객들이 갑작스레 몰리면서 안전 관리 당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당초 4일 봄꽃축제 개막과 함께 여의도에 안전 관리 인력을 투입하려고 했던 경찰은 최근 계획을 급히 수정했다. 지난주부터 여의도로 벚꽃을 보려는 인파가 몰리자 지난 1일부터 70여명으로 구성된 1개 기동대를 투입해 인파 통제에 나섰다. 경찰은 5일부터 벚꽃축제가 열리는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도 지난 1일부터 1개 중대 인력을 배치해 안전 관리에 나서고 있다. 여의도에서 만난 한 경찰 관계자는 “이태원 참사 이후 모두가 예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의 2일 역사 내부 모습. 서울교통공사 직원과 경찰이 시민들의 안전 대책을 세우고 있다. 김홍범 기자

서울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의 2일 역사 내부 모습. 서울교통공사 직원과 경찰이 시민들의 안전 대책을 세우고 있다. 김홍범 기자

영등포구청에선 시민 안전과 직접 관련된 부서가 아닌 가로경관과 유니폼을 입은 이들까지 거리로 나왔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이태원 참사 이후 이번 상춘객 대비와 관련한 회의‧행사 점검‧교육만 총 16회가 이뤄졌다”며 “회의 횟수와 투입 인원 모두 과거 평균 대비 2배 이상을 유지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중로보다 여의나루역에 인파 통제를 위한 인력이 집중적으로 투입된 것도 여러 차례 회의의 결과물이다. 인파 자체는 윤중로로 모일 수 있지만, 좁은 이동로와 경사 등이 있는 여의나루역이 더 사고 위험은 높다는 판단에서다.

기후 변화로 빨라진 개화 시기를 놓고 일정 조정을 고민하는 곳도 적지 않다. 8일 개막하는 안양 충훈벚꽃축제 관계자는 “이제 와 축제 일정을 조정할 수도 없어 비가 많이 올까 걱정”이라며 “축제가 끝나면 다시 논의하겠지만 기후 변화로 벚꽃이 일찍 피는 것을 어떻게 할 수도 없어 씁쓸하다”고 말했다. 이화여대는 2019년부터 벚꽃철이 오면 정문 옆에 적는 교명 레터링(문자 도안)을 지난해보다 한 주가량 일찍 설치했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십수 년째 우리 대학의 옥외 광고물을 다뤄온 담당자가 적절한 시점을 예상하곤 했는데, 올해는 학교 측에서 예정보다 더 당겨야 한다고 연락을 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