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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 제친 '6만불 도시'…노인·학벌 안따지고 직원 모시기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울산 동구청·울산조선업도약센터, HD현대중공업·미포조선이 함께 마련한 첫번째 조선업 현장 취업설명회 모습. 부산·대구, 경북·경남 등 전국에서 모인 구직자들이 복지 등 근로여건을 듣고, 조선소 생산 기술교육 과정 등을 소개받았다. 사진 울산 동구

울산 동구청·울산조선업도약센터, HD현대중공업·미포조선이 함께 마련한 첫번째 조선업 현장 취업설명회 모습. 부산·대구, 경북·경남 등 전국에서 모인 구직자들이 복지 등 근로여건을 듣고, 조선소 생산 기술교육 과정 등을 소개받았다. 사진 울산 동구

31일 오후 울산시 동구 현대미포조선. 45인승 버스 2대에서 37명의 남녀가 차례로 내렸다. 20대와 30대뿐 아니라, 50대 2명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동구청·울산조선업도약센터, HD현대중공업·미포조선이 함께 마련한 첫 번째 조선업 현장 취업설명회에 참석한 구직자들이다. 부산·대구, 경남·경북 등 전국에서 조선소 근무 여건을 직접 보고 경험하기 위해 울산을 찾았다.

회사 측의 안내를 받은 구직자들은 선박 건조 현장을 견학하고, 복지 등 근로여건을 들었다. 조선소 생산 기술교육 과정도 소개받았다. 점심을 먹으면서 울산지역 조선소의 직원 식사 수준도 직접 확인했다. 권경현 동구청 일자리정책과장은 “오는 8월까지 한 달에 한 번씩 조선업 현장 취업설명회를 연다”면서 “전국 어디서 누구든, 이메일로 신청하면 세심하게 현장을 보여주고, 실제 취업으로 이어지도록 적극적으로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노 스펙 현장 견학 '직원 모시기' 

국내 1등 조선소가 모인 울산에서 지자체와 조선업체가 나이·학벌·성별 등을 묻거나 따지지 않는 ‘노(No) 스펙’ 현장 견학 취업 설명회를 여는 등 ‘조선소 직원 모시기’에 힘을 쓰고 있다. 동구청 측은 “배 수주가 많아 지역에 인력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최근 외국인 근로자 1000여명을 채용했지만, 현재도 미포조선 등에 3000여명의 일자리가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울산 동구에는 HD현대중공업·미포조선, 협력업체 등 조선업체들이 모여 있다. 이에 조선업체들과 동구청은 취업설명회를 열면서 이달 초부터는 지역 시니어클럽과 노인 일자리 사업을 연계, 조선소에서 일할 노년층 인력까지 찾고 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일당 14~24만원, 학자금 연 575만원, 주택자금대출이자 연 150만원, 식사 무료 제공 등 협력업체(160여개) 근로자 지원책도 마련해 직원을 모집 중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구직자들이 복지 등 조선업 현황 등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울산 동구

구직자들이 복지 등 조선업 현황 등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울산 동구

울산은 2021년 기준 1인당 지역총소득 5935만원, 지역내총생산 6913만원으로, 각각 5421만원·4965만원인 서울을 제친 국내 유일 ‘6만불 도시’다. 이 넉넉한 도시 경제를 견인하는 산업 중 하나가 조선업이다. 울산이 조선소 직원 부족 현상에 더 예민한 이유다. 울산의 조선소 인력난은 단순히 “조선소 일이 고되기 때문에 안 온다”라고만 진단할 수 없다. 조선소가 모여 있는 울산 동구의 지방소멸 현상과 맞닿아 있어서다.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11월 국내 228개 시·군·구 인구 변화를 조사, 울산 동구를 소멸 우려 지역으로 분류했다. 광역시에 속한 도심 지자체, 그것도 이른바 ‘돈이 잘 도는 경기 좋은 곳’의 소멸 우려는 이례적이었다. 동구의 지방소멸 그림자는 2016년부터 예견됐다. 2015년 18만1207명이던 동구 인구는 2017년 17만3096명으로 줄었고, 최근엔 15만1711명으로 감소했다. 인구 감소는 지역 경제 기반인 조선업 불황이 주원인이었다.

동구청에 따르면 전체 지역 주민 30~40% 정도는 조선업 종사자 또는 그 가족으로 추산된다. 즉 조선업 불황에 따른 인구 이탈 현상이 ‘소멸 우려’를 만들었다는 의미다. 이를 보여주듯 조선업 호황기인 2014년 HD현대중공업 근로자는 협력업체 직원을 포함해 6만2000여 명에 달했다. 이후 조선업 불황 등을 거치면서 2017년 2만9700여명, 올해 들어 2만5400여명으로 감소했다.

현대미포조선이 2021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한 5만톤급 PC선의 모습.사진 HD현대=연합뉴스

현대미포조선이 2021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한 5만톤급 PC선의 모습.사진 HD현대=연합뉴스

불황에서 호황, 인력난 그대로 

HD현대중공업이 LNG선 7척을 2조원에 수주하면서 지난해 중순부터 조선업은 불황에서 호황으로 바뀌었다. 그렇지만 앞서 불황에 동구를 떠난 조선업 근로자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경우 울산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장은 “조선업은 실외에서 일해야 하고, 여기에 임금도 그리 높지 않다 보니 떠나간 근로자들이 돌아오지 않는 것”이라며 “인력난은 2016년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이 한창일 때 이미 예견됐던 일로, 다시 인력을 축적하기 위해선 4~5년의 세월이 더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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