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구조조정, KDI 해법…"학생들 '발로 하는 투표' 끌어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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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원(KDI)에서 졸업생 평균 연봉과 학과별 취업률 순위를 매겨서 대학 구조조정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30일 KDI가 주최한 제2차 국가미래전략콘퍼런스에서 고영선 KDI 연구부원장은 이런 내용의 ‘대학 구조개혁 방향’을 발표했다. 고 부원장은 “정부가 주도하는 대학 교육 구조개혁 방식은 한계가 있다”며 “학생들의 ‘발로 하는 투표(이동 등으로 개인의 선호를 직접 표시)’를 유도해 수요자가 외면하는 대학들이 스스로 문을 닫게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 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서 학생과 구직자들이 현장면접을 보고 있다. 송봉근 기자

한 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서 학생과 구직자들이 현장면접을 보고 있다. 송봉근 기자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2021년 142만 명인 일반대학 재학생 수는 2045년 70~80만 명 수준으로 급감한다. 저출생 여파다. 2021년 기준 수도권 대학 정원만 57만6000명이다. 현 대학 수와 정원이 유지된다면 20여 년 후 비수도권 대학 대부분이 문을 닫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2045년 대학생 70만~80만, 지방대 소멸 위기 

그런데도 대학 구조조정은 답보 상태다. 2018년부터 2020년 사이 대학 입학 정원은 단 5903명 줄었다. 2015~2017년 6만77명을 감축한 것에서 구조조정 속도가 더 느려졌다. 고 부원장은 “정부가 전면에 나서서 대학에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며 “신입생 충원율, 입학 경쟁률, 취업률 등에 투영된 수요자들의 선호가 정원 조정에 반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치적 압력, 교수 등 이해 관계자의 반발, 대학 지배구조 문제도 여기에 얽혀있다.

사진은 21일 서울시내 한 대학교 강의실의 모습. 뉴스1

사진은 21일 서울시내 한 대학교 강의실의 모습. 뉴스1

고 부원장은 현재 운영 중인 대학정보 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를 개편해 대학별 졸업생 평균 연봉, 학과별 취업률 전국 순위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생 대부분은 학과 취업률을 과대 인식하고 있다”며 “(순위 공개에 따른) 대학 서열화 부작용은 학생들의 잘못된 선택에 따른 개인적ㆍ국가적 손실보다 적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립대학에 대해선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립대의) 등록금을 인상하고 예산 지원을 축소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성민 KDI 공공투자정책실장도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 실장은 이날 콘퍼런스에서 “최근 학생 1인당 초ㆍ중등교육 교육 투자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1.4배 높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증가하고 상위학력 비율은 감소하는 등 학업 수준의 전반적 하향 평준화 현상이 감지된다”고 평가했다.

2021년 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14.2%(수학)가 기초학력 미달로 드러났다. 2012년과 비교해 10%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한 실장은 “일방향ㆍ평준화ㆍ획일화 방식의 교육 시스템이 (학업 성취도 하향 평준화의) 주요 원인”이라며 “개별 학생 수준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등 교실 수업의 대전환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고령화에 20~30년 후 韓 경제성장 ‘스톱’

한편 이날 콘퍼런스에서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고령화와 생산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20~30년 안에 한국의 경제성장이 멈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 실장은 “최근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생산성 증가율이 다소 회복된다는 전제하에 2050년의 경제성장률을 0.5%로 전망했지만, 생산성이 회복되지 못한다면 0% 내외로 하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3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국가미래전략 콘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3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국가미래전략 콘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1~2019년 사이 한국의 총요소생산성(노동과 자본 투입을 뺀 나머지 부분의 생산 효율성) 증가율은 연평균 0.7%에 그쳤다. 미국ㆍ일본 등 선진국 따라잡기에 치중한 경제 발전 모델이 한계에 봉착하면서다. 2020년 이후에도 생산성 증가율이 이렇게 낮게 유지되면 2050년 경제성장률은 0%로 고꾸라지겠다고 KDI는 예상했다. 생산성 증가율을 연 1%로 끌어올린다 해도 2050년 성장률 전망치는 0.5% 소폭에 그친다.

정 실장은 이런 위기를 극복하려면 ▶기업의 진입ㆍ퇴출이 활발해질 수 있도록 제도를 개혁하고 ▶여성ㆍ고령층의 경제활동 참가 여건을 개선하며 ▶외국인력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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