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해관계 너무 복잡한데…" 선거제 개편, 20년 만에 전원위 소집

중앙일보

입력

30일 여야가 국회 본회의에서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결의안’을 통과시킨 뒤 의원 299명 전원의 이름으로 전원위원회(전원위)를 구성했다.

김영주 국회 전원위원회 위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4회 국회(임시회) 제1차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결의안 심사를 위한 전원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김영주 국회 전원위원회 위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4회 국회(임시회) 제1차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결의안 심사를 위한 전원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전원위 위원장을 맡은 김영주 국회 부의장은 첫 회의를 주재하며 “대립적 정치 구도를 해소하는 국회의 출발선이 바로 선거제도 개혁”이라며 “국민이 보기에 충분히 합리적인 합의안이 도출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간사인 김상훈 의원,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전재수 의원도 적극적인 논의를 다짐했다.

전원위에서는 결의안에 담긴 ▶중대선거구제(도농복합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권역별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3가지 안을 중심으로 토론할 예정이나, 새로운 안이 제기될 가능성도 높다. 전재수 민주당 간사는 “결의안은 전원위 논의의 가이드라인이 전혀 아니다”며 “개문발차를 위한 하나의 형식이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전원위는 다음 달 10일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비례대표(10일), 지역구(11일), 여타 쟁점(12일)에 대한 토론을 사흘간 거쳐 13일에 종합 토론을 실시한다. 모든 토론은 국회방송으로 생중계된다. 김 부의장은 “의원 수, 발언 시간, 전문가 명단 등은 간사끼리 협의해서 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2003년 4월 28일 서울시 송파구 특수전 사령부에서 열린 서희부대와 제마부대의 이라크 파병신고및 환송행사 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파병지휘관 및 장병 가족들을 격려하고 있다.

2003년 4월 28일 서울시 송파구 특수전 사령부에서 열린 서희부대와 제마부대의 이라크 파병신고및 환송행사 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파병지휘관 및 장병 가족들을 격려하고 있다.

국회에서 전원위원회가 제대로 가동되는 건 2003년 ‘이라크전 파병 동의안’ 논의 이후 20년 만이다. 2003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라크전에 건설공병대 600명과 의무부대 100명을 파견하도록 하는 파병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민주당·한나라당 의원 71명의 소집 요구로 3월 28~29일 양일간 전원위가 열렸다.

하지만 결말은 초라했다. 소집을 요구한 의원 수보다 적은 50~60명만이 자리를 지켰다. 4시간 18분 동안 의원 32명이 발언했으나 “한미 동맹 강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파병해야 한다”(심재철 당시 한나라당 의원)는 입장과 “파병을 하게 되면 미국의 침략 전쟁을 정당화하는 꼴”(김근태 당시 민주당 의원)이라는 입장이 끝까지 평행선을 달렸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이 직접 국회 본회의 국정연설(같은 해 4월 2일)에 나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굳건한 한·미 공조가 중요하다”고 호소하고 나서야 파병 동의안이 통과됐다. 이듬해 17대 국회에서도 ‘파병 연장 동의안’ 처리를 위한 전원위원회가 한 차례 더 소집됐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단 2분 만에 산회했다. 여야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 “전원위가 복잡한 이해관계의 퍼즐을 풀 수 있는 공간인지 모르겠다”는 회의론이 나오는 이유다.

선거 제도 개혁. [일러스트=김지윤]

선거 제도 개혁. [일러스트=김지윤]

선거제 개편의 선택지가 다양하다는 점도 전원위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의 한 TK(대구·경북) 의원은 “소수로 구성된 정개특위에서도 합의를 이루지 못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299명이 정해진 틀 없이 논의하는 데 합의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도 “의원 개개인의 이해관계가 너무 달라서, 단일안이 도출될 수 있을지 비관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간 주로 밀실에서 이뤄졌던 선거제 개편 논의가 전 국민에게 생중계되는 전원위에서 논의되는 것 자체가 긍정적이라는 반응도 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일수록 공개적으로 논의해야 국민의 선택을 구할 수 있다”며 “위성정당이 난립하는 ‘괴물 선거법’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공개 토론을 벌인 뒤 여론조사를 하면 해법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전원위원회란?

☞ 본회의 최종 의사결정 전에 보다 심도 있는 의안심사를 위하여 국회의원 전원으로 구성하는 위원회로, 1949년과 1952년 각각 두 차례씩 열렸다. 국회법에는 1960년 근거 조항이 삭제됐으나, 2000년 2월 다시 생겼다. 2003년 3월 이라크 파병안 심사를 위해 두 차례 열렸으며, 2004년 12월 파병 연장동의안 심사 때는 개회 직후 곧바로 산회했다.

전원위는 재적 의원의 4분의 1(21대 국회 기준으로 75명) 이상의 요구로 소집할 수 있다. 본회의에 수정안을 낼 권한이 있으며 재적 의원 4분의 1 이상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