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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전액 지원"...서울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 이주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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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어린이들이 골목을 지나가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어린이들이 골목을 지나가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시가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리는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개발에 속도를 낸다. 이를 위해 임대보증금 등을 전액 지원하는 파격적인 이주 대책을 내놨다. 구룡마을에선 그간 수해와 화재 피해가 반복됐다.

서울시·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30일 이런 내용을 담은 ‘구룡마을 거주민 이주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구룡마을은 과거 도시정비사업에서 밀려난 철거민이 농지 위에 비닐·판자·부직포 등으로 집을 지어 형성된 거주지역이다.

현재 구룡마을에 540세대 거주 중

구룡마을 임시 이주 임대주택 현황. 그래픽 김경진 기자

구룡마을 임시 이주 임대주택 현황. 그래픽 김경진 기자

서울시에 따르면 구룡마을 거주민은 당초 1107세대였다. 이 가운데 567세대는 지난 11년간 SH공사가 서울 등에 지은 공공임대주택 등으로 이주했다. 나머지 540세대는 아직 살고 있다. 지난 1월 설 명절 직전 화재로 집을 잃은 이후 천막생활 중인 이재민(32세대)도 여기에 포함된다.

서울시는 남은 주민 가운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이 임대 주택에 입주하면 보증금·임대료를 전액 지원·감면해주기로 했다. 또 수급자 등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임대보증금을 전액 감면하고, 임대료 지원율을 종전 40%에서 60%로 높일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구룡마을 화재 이재민 중 32세대가 임대료 부담 등을 이유로 불이 났던 곳에서 천막을 치고 생활하고 있다”며 “이대로 가다간 또다시 불이 날 수 있어 시급히 이주 대책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4구역 주택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 소방청]

지난 1월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4구역 주택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 소방청]

오세훈 서울시장도 화재 당시 현장을 지휘하면서 “구룡마을 거주민 안전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도시개발사업의 조속한 추진”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이런 대책을 내놓자 SH공사도 다음 달 중 이주 지원 대책 관련 안내문을 구룡마을 거주민에게 보낼 예정이다. 계획대로라면 5월 1일부터 임대료 감면 등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다. SH공사는 또 구룡마을 개발 사업에 앞서 오는 5월 1일 보상계획도 공고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은 “구룡마을 주민은 임대나 입주권 선호로 양분돼 있다”며 “서울시가 내놓은 대책은 임대 선호 주민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의장은 “입주권을 요구하는 주민이 이주에 응하지 않으면 별도 대책이 필요하다”며 “조만간 주민들이 이번 대책에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들어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구룡마을은 김 의장 지역구다.

기초생활·차상위자 임대료·보증금 ‘0’

구룡마을 재해 발생 현황. 그래픽 김경진 기자

구룡마을 재해 발생 현황. 그래픽 김경진 기자

한편 서울시는 2011년 구룡마을 일대를 공영 방식으로 도시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보상·이전 방식을 두고 강남구와 이견이 발생해 좌초됐다. 2015년엔 해당 사업을 재추진했지만 이번엔 토지주·거주민과 갈등이 발생해 사업이 늦춰졌다. 이는 최초 계획 수립 이후 12년 동안 구룡마을 주민이 이전하지 못하는 요인이다. 서울시는 2016년 12월 다시 개발계획 수립을 고시했고, 2020년 6월 SH공사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했다.

개발 계획이 지연하는 동안 구룡마을엔 재해가 끊이지 않았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지금까지 9차례 화재와 1차례 수해로 246세대 412명이 피해를 봤다.

여장권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구룡마을 주거 안정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조속한 이주와 빠른 도시개발사업 추진”이라며 “이번 이주 지원 대책을 계기로 천막 거주자 등 생계가 어려운 주민은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으로 빨리 이주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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