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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문건' 조현천 체포…돌연 귀국엔 "정치권과 상의 안 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앞두고 ‘계엄령 문건’ 작성을 주도한 혐의를 받아온 조현천(64) 전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현 국군방첩사령부) 사령관을 29일 귀국 직후 체포한 뒤 수사에 나섰다. 조 전 사령관이 2017년 12월 미국으로 출국한 지 5년 3개월 만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 계엄령 문건 의혹의 핵심 인물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뒤 서울서부지검으로 압송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 계엄령 문건 의혹의 핵심 인물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뒤 서울서부지검으로 압송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병주)는 미국 애틀랜타 출발 델타항공(DL 027편)을 통해 귀국한 조 전 사령관을 이날 오전 6시 34분 인천국제공항에서 체포했다. 조 전 사령관은 체포 직후 “계엄문건 작성의 책임자로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기 위해 귀국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후 조 전 사령관을 서부지검 청사로 압송해 조사 중이다. 조 전 사령관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기각될 경우 병력을 동원해 촛불집회를 진압하는 등 계엄령을 선포하겠다는 계획이 담긴 이른바 ‘계엄령 문건’의 작성을 지시하고 실행을 준비했다는 혐의(내란음모)를 받아왔다. 지영관·소강원 전 기무사 참모장 등에 여론 선동을 지시했다는 혐의와 문건 은폐를 위해 허위 공문서를 작성했다는 혐의(직권남용·허위공문서작성 등)도 받았다.

조 전 사령관의 미국 체류로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던 검찰은 이날 그의 귀국으로 다시 수사에 시동을 걸게 됐다. 이와 관련, 계엄령 문건 작성 태스크포스(TF) 이름을 허위로 꾸며내 조직을 숨기려 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 등)로 기소된 소강원 전 기무사 참모장은 군사법원 1심에선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서울서부지법 제1-2형사부(부장 최은주)는 지난 16일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계엄 문건 작성 사실을 숨기기 위해 TF가 ‘미래 △△△업무 발전 방안’을 연구할 것처럼 허위로 문건을 작성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문건에 대해서는 “사령관으로부터 보고서 작성을 지시 받게 됐다”고 판결문에 썼다.

검찰에 따르면 조 전 사령관에 대한 조사는 30일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조 전 사령관의 갑작스런 귀국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여권 무효화와 인터폴 적색수배 등의 조치에도 귀국하지 않았던 조 전 사령관이 처음 자진 귀국 의사를 밝힌 건 지난해 9월 14일이다. 국민의힘 국가안보문란실태조사 TF(위원장 한기호 의원)가 “계엄 문건이 단순 검토 보고서로 불법성이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도 내란 음모 목적이 있었던 것처럼 활용했다”며 송영무 당시 국방부 장관 등을 검찰에 고발한 날과 같은 날이었다. 시기가 맞물렸던 만큼 당시 더불어민주당에선 “조 전 사령관의 기획 입국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조 전 사령관 측 변호인은 29일 중앙일보에 “귀국은 지난해 가을부터 천천히 준비해온 것”이라며 “짐 정리, 주변 정리를 하느라 시간이 걸린 것이고 특별한 외적 계기는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주장한 기획입국설과 관련해서도 “정치권과 사전 상의한 바가 없다”고 일축했다.

조 전 사령관 측은 계엄 문건에 대해서도 “헌법과 법률에 규정된 계엄령의 구체적 절차를 검토한 문건에 불과하다”며 “불법행위를 염두에 둔 실행계획이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쿠데타나 내란을 음모했다는 건 완전히 오해란 걸 소명하고 억울함을 풀겠다. 수사를 통해 오해가 풀리고 실체 관계가 밝혀지기를 바란다”며 “탄핵 기각 결정으로 정권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친위 쿠데타라는 말 자체가 앞뒤가 안맞는 주장”이라고 덧붙였다.

기무사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요구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2017년 3월 작성한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 방안 보고서 일부 [중앙포토]

기무사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요구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2017년 3월 작성한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 방안 보고서 일부 [중앙포토]

한편 계엄령 문건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군인권센터는 이날 “조 전 사령관은 쿠데타를 모의한 중대 범죄 혐의가 분명함에도 수사를 피해 장장 5년을 해외로 도주한 지명수배자”라며 “48시간 안에 수사를 마무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검찰은 즉시 구속영장을 청구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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