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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국 "북핵 문제 관련 '양비론'은 엉터리…여론전 밀려선 안 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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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국 주유엔대사는 29일 "중국과 러시아가 최근 유엔에서 북핵 문제에 있어 미국의 책임도 있다는 '양비론'을 펼치고 있는데 사실 관계에 맞지 않는 엉터리 주장"이라며 "북핵, 인권 문제에 대한 잘못된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해, 세 대결 양상의 국제 여론전에서 밀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황준국 주 유엔대사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는 모습. 뉴스1.

황준국 주 유엔대사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는 모습. 뉴스1.

"잘못된 논리 타파해야"

황 대사는 이날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 러시아가 최근 유엔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크게 세 가지의 잘못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며 "중·러의 장황한 논리를 북핵 문제를 잘 모르는 제3국이 들으면 자칫 수긍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황 대사에 따르면 중·러는 최근 유엔 무대에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는 이유는 한·미 연합훈련 때문이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북한이 상당히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를 했는데 미국이 성의를 안 보였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이행은 제재 뿐 아니라 대화에도 방점을 두고 균형적으로 이행해야 한다는 등의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황 대사는 이에 대해 "북한이 물론 연합훈련에 맞춰 (도발) 타이밍을 미세하게 조정하긴 하지만, 과거 30년을 돌아보면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이 없을 때도 미사일을 많이 쐈고, 한국 정부가 햇볕 정책을 추진할 때도 핵실험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이 모라토리엄(핵실험·ICBM 발사 유예)을 3년정도 유지했다는 건 기술적 측면에서 원래도 3년 주기로 도발을 감행하기도 했으므로 의미 있지 않고, 2018년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도 보여주기식이었다"고 말했다. 또 "현재도 대화를 거부하는 건 북한 쪽"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 유엔에서 한국 정부를 대표해 발언하는 황준국 주유엔대사. 유엔 웹티비 캡처.

지난해 10월 유엔에서 한국 정부를 대표해 발언하는 황준국 주유엔대사. 유엔 웹티비 캡처.

"北 인권 '공식 회의' 부활해야"

황 대사는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현재 목표는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한 '공식 회의'를 부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년간 안보리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비공개회의만 열었을 뿐, 중·러의 반대로 공식회의는 개최하지 못했다.

황 대사는 "통상 안보리에선 미얀마 등 내전에 빠져든 국가를 다루면서 인권도 함께 논의하는데, 북한의 경우 놀라울 정도로 내부 상황이 안정적인데도 불구하고 순전히 인권 문제만 따로 떼서 안보리 의제로 삼는 굉장히 드문 케이스"라며 "특히 인권 유린과 핵 개발은 동전의 양면처럼 연계돼 있다"고 지적했다.

오는 6월 한국의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 선거와 관련해선 "방심하지 않고 열심히 하고 있다"며 "최근 안보리 기능이 마비됐다는 지적이 있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일도 많은 법"이라며 "특히 투표를 통해 선출되는 비상임이사국 10개국인 'E10(Elected Ten)'의 역할이 몇 배 더 확대됐다"고 말했다.

황준국 주유엔대한민국대표부 대사가 29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황준국 주유엔대한민국대표부 대사가 29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대표부 굉장히 바빠져"

한편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미 국무부와 주유엔 북한대표부 간 비공식 대화 채널인 '뉴욕 채널'에 대해 "의미 있게 작동된다고 볼 수 없고 대화가 전혀 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지난해 7월까지 뉴욕 채널로 북한에 수차례 대화를 제의했지만 대답이 없었다"고 전한 바 있다.

외교가에 따르면 최근 주유엔 북한대표부는 유엔 무대에서 한국 측의 발언에 대해 보고와 지침을 받고 반박문 등을 만드는 일로 바빠졌다고 한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국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4년만에 공동제안국으로 복귀하는 등 북한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훨씬 선명한 입장을 취하는데 따른 반응이란 분석이다.

일각에선 지난해 5월 북한의 ICBM에 대해 안보리 사상 최초로 대북 결의안을 부결시켰던 중·러가 향후 북한의 7차 핵실험을 할 경우에는 마냥 북한을 비호하기는 어려울 거란 관측도 있다. 특히 중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의 가장 큰 수혜국 중 하나로 평가 받기 때문에 핵실험에 대해선 미사일과는 다른 접근법을 취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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