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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물을 인천까지, 확 늘어난 광역상수도…작은 가뭄에도 아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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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전남 순천시 주암면 주암댐 본댐이 가뭄으로 사면이 드러나 있다. 이날 본댐 저수율은 18.1%로, 주암댐은 14년 만에 저수율이 20% 미만으로 떨어졌다. 신수민 기자

지난 15일 전남 순천시 주암면 주암댐 본댐이 가뭄으로 사면이 드러나 있다. 이날 본댐 저수율은 18.1%로, 주암댐은 14년 만에 저수율이 20% 미만으로 떨어졌다. 신수민 기자

최근 광역 상수도 보급이 빠르게 늘면서 대신 소규모 정수장과 취수장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광역상수도는 맑은 물을 풍부하게 공급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소수의 광역상수도 취수원에 의존할 경우 가뭄이나 오염사고 때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8일 환경부의 '상수도 통계' 등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수자원공사 등이 맡는 광역상수도와 지방자치단체가 맡은 지방상수도를 더한 전체 상수도 취수량 중에서 광역상수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7.4%로 집계됐다.
1995년에는 12.4%, 2016년 28.3%이었는데, 어느새 광역상수도 수돗물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상수원보호구역 숫자 27.4% 줄어

2018년 8월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면서 수도권 식수원인 경기도 광주시 광동교 인근 팔당호가 녹조로 덮혀 있다. [뉴스1]

2018년 8월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면서 수도권 식수원인 경기도 광주시 광동교 인근 팔당호가 녹조로 덮혀 있다. [뉴스1]

이에 비해 전국 상수원 보호구역 숫자는 2002년 369곳에서 지난해 268곳으로 20년 사이에 27.4%가 줄었다.

상수원 보호구역 총면적도 2002년에는 서울시 면적의 두 배 수준인 1260.92㎢에서 지난해 1121.35㎢로 11.1% 줄었다.
보호구역 면적이 2012년 1406.57㎢까지 늘어났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 10년 사이 20.3%나 줄었다.
또, 전국 취수장 숫자는 2012년 637곳에서 2021년 514곳으로 10년 사이 19.3% 줄었고, 정수장도 같은 기간 531곳에서 482곳으로 9.2% 감소했다.

특히, 충남의 경우 2002년에는 상수원 보호구역 26곳이었는데, 현재는 6곳으로 줄었다. 77%가 사라진 것이다.

보령댐 도수로.[중앙포토]

보령댐 도수로.[중앙포토]

금강 백제보 하류에 금강과 보령댐을 연결하는 도수로의 취수구가 있다. [중앙포토]

금강 백제보 하류에 금강과 보령댐을 연결하는 도수로의 취수구가 있다. [중앙포토]

충남 서부지역에서는 기존 상수원보호구역이나 취수장을 없애고 보령댐에 의존하는 지역이 늘었다.

보령댐 저수율이 낮아지는 등 가뭄이 조금만 심해져도 이들 지역은 어려움을 겪는다.

가뭄 때면 보령댐에서는 금강 상류 대청댐에서 내려보낸 물을 백제보와 금강 하굿둑 사이에서 취수한 다음 도수로를 통해 이송한 물을 사용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도수로를 통해 물을 이송하는 과정에서는 전력도 소비해야 한다.

가뭄·오염사고에 취약해져

2011년 11~12월 한 달 가까이 수도권 지역 수돗물에서 악취가 발생한 가운데 당시 국립환경과학원 한강물환경연구소 관계자가 팔당호에서 물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1년 11~12월 한 달 가까이 수도권 지역 수돗물에서 악취가 발생한 가운데 당시 국립환경과학원 한강물환경연구소 관계자가 팔당호에서 물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가뭄의 고통을 겪고 있는 광주광역시의 경우 2002년에는 상수원보호구역이 5곳이었는데, 현재 2곳으로 줄었다.
광주시는 최근 영산강 승촌보 상류에 있는 고정보인 덕흥보에서 임시로 취수한 물을 용연정수장으로 보내 수돗물을 생산하고 있다.
전남의 상수원보호구역은 2002년 72곳에서 지금은 60곳으로 줄었고, 전북은 19곳 중에서 10곳만 남았다.

국가 물관리위원회 위원인 LH 토지주택연구원 최종수 연구위원은 "최근 들어 광역상수도에 대한 의존도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데, 한 곳에서 취수한 물을 먼 곳까지, 넓은 지역에 보내면 가뭄 등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강 팔당댐에서 취수한 물이 인천이나 경기도 안성까지 가고 있는데, 2011년 11월처럼 '악취 파동' 같은 게 벌어질 수도 있다.

2011년 당시 북한강에서 발생한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 녹조가 팔당호로 유입됐고, 12월 중순까지 서울과 인천, 경기도 등지에서는 한 달 내내 수돗물에서 흙냄새가 난다는 민원이 빗발쳤다.

남세균이 부산물로 만든 지오스민(geosmin)이란 물질이 흙냄새의 원인이었다.

광역상수도로 물을 멀리 가져다 사용한 다음에는 그 지역에서 처리·배출하는 것도 문제다.
한강 하류 등 광역상수도 취수원의 하류에서는 유량이 줄면서 생태계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자치단체장 입장에선 '일석이조'

3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용연정수장을 방문한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강기정 광주시장으로부터 광주시 상수도 현황을 소개받고 있다. 뉴스1 [광주시 제공]

3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용연정수장을 방문한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강기정 광주시장으로부터 광주시 상수도 현황을 소개받고 있다. 뉴스1 [광주시 제공]

전문가들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지방상수도보다 광역상수도를 선호하는 것이 광역상수도 의존도가 높아지는 이유"라고 지적한다.

자치단체장들 입장에서는 광역상수도 끌어오면 상수원보호구역을 해제해 그곳에 개발 사업을 진행할 수도 있어 민원을 해결할 수 있다. 또, 광역상수도를 사용하면 수질이 나아질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울 수 있어 선거와 표를 의식하는 자치단체장으로서는 '일석이조'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원 선임연구위원은 "광역상수도 보급 확대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가뭄을 겪고 있는 호남 지역의 경우 광역상수도 덕분에 주암댐 물을 광주·목포로 보낼 수 있어 가뭄을 버틸 수 있지만, 동시에 섬진강 다른 지역에서는 물 부족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지자체가 광역상수도에 의존하면서 자체적인 수원 확보와 관리에 소홀해지면서 지역 자체의 가뭄 대체 탄력성이 줄어드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에서는 물 안보 차원에서 광역상수도와 지방상수도의 적절한 비율로 역할 나누고, 전국적인 용수 관망을 체계적으로 설치·관리할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2022년 1월 낙동강 합천합안보 개방으로 드러난 현풍양수장 취수구. 강찬수 기자

2022년 1월 낙동강 합천합안보 개방으로 드러난 현풍양수장 취수구. 강찬수 기자

한편, 이명박 대통령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전국에 16개 보가 건설됐으나, 취수구가 설치되지 않았거나 취수구의 위치를 강바닥까지 낮추지 않는 바람에 정작 가뭄 때는 보에 저장한 물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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