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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도 호수가 몽땅 안어는 이유…'물의 비밀' 알려주는 박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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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최종수 박사

최종수 박사

‘살수·귀주대첩에서 실제 수공(水攻)은 가능했을까’. 물 이야기를 알기 쉽게 풀어준 『물은 비밀을 알고 있다』(웨일북)를 출간한 최종수(55·사진) 박사를 유엔이 지정한 ‘세계 물의 날’(3월 22일)을 맞아 만났다. 1995년부터 LH공사 토지주택연구원에서 도시의 물 관리를 연구한 ‘물 박사’인 그는 “한국도 물 부족 국가”라고 말했다. “미국 국제인구행동연구소 분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인당 물 사용 가능량이 연간 1500㎥가량으로 ‘물 스트레스 국가’인 게 맞다. 인구밀도가 높고 강수량이 여름에 집중된 탓에 물이 넉넉하지 않다”고 하면서다.

지구에 물은 많지 않나.
“지구 표면 3분의 2가 물로 덮여있다. 외계인이 지구에 이름을 붙였다면 수구(水球)가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구 전체 물의 양은 부피로 14억㎦인데, 무게( t )로는 14 뒤에 0이 17개나 붙는다. 하지만 이 중 인간이 이용 가능한 하천과 호수의 물은 0.0086%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물 사용량은.
“우리 국민 1인당 하루 물 사용량은 평균 280L인데,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개발 여지를 확보하려고 물 사용량을 300L, 400L로 부풀리기도 한다.”
물 사용량을 부풀리면 문제가 있나.
“댐도 더 지어야 하고, 정수장·하수처리장 규모가 쓸데없이 커져 예산이 낭비될 수 있다. 신도시 같은 경우 하수처리장을 크게 지었는데 처리할 물이 적은 일이 벌어진다.”
남부지방 가뭄이 심하다.
“댐 하나에서 농업용수와 공업용수, 생활용수를 모두 취수하기 때문에 문제가 더 심해진다. 먼저 생활용수·공업용수로 쓴 뒤 하수처리장에서 처리해 농업용수로 재사용하는 게 강 하류의 보(洑)에서 물을 상류로 끌어오는 것보다는 훨씬 바람직하다. 한강 팔당댐은 안성이나 인천까지 물을 보내는 데 상수원 하나에 너무 많은 사람과 지역이 의존하면 국가 안보 차원에서 취약하고 물을 멀리 보내느라 에너지 소비도 늘어난다.”
살수대첩 수공에 의문을 제기했는데.
“을지문덕의 살수대첩과 강감찬의 귀주대첩은 신채호의 ‘조선상고사’에만 수공으로 기록돼있다. 하지만 현대 토목기술로도 단기간에 보를 쌓기도 어렵고 수공을 위해 순식간에 터뜨리기도 쉽지 않다. 비판적 고찰이 필요하다. ‘살수(薩水)’라는 말에서 ‘살수(殺水)’를 연상한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겨울에도 호수가 모두 얼지 않는 이유는.
“호수 표면이 얼면 부피가 커지는(밀도가 낮아지는) 독특한 성질이 있어 얼음이 물속에 가라앉지 않는다. 날씨가 아무리 추워져도 얼음의 보온 기능 덕분에 아래의 물은 얼지 않는다. 그래서 물속 생물도 안전하게 겨울을 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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