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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은행 위기 한숨 돌렸지만…코코본드 위험 잠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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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위기설이 돌거나 파산한 은행이 새 주인을 찾으면서 금융 위기 공포도 줄고 있다. 은행 위기가 진정되더라도 ‘돈줄 죄기’는 불가피해, 경기 침체는 피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예금공사(FDIC)는 실리콘밸리은행(SVB)을 165억 달러(약 21조4000억원)에 퍼스트시티즌스에게 매각한다고 밝혔다. 파산했던 시그니처 은행도 예금과 일부 대출 자산을 플래그스타은행에 매각했다. 위기설이 돌았던 크레디트스위스(CS)는 UBS와 인수·합병 절차를 밟고 있다. 문제 은행의 매각 소식에 시장도 안도했다. 위기설이 돌던 퍼스트리퍼블릭도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1.81% 상승하며 장을 마쳤다.

한숨은 돌렸지만, 이번 사태가 진정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신종자본증권(AT1) 문제가 남았다. UBS가 CS를 인수하면서 160억 스위스프랑(약 22조4700억원) 규모의 AT1이 휴짓조각이 됐다. CS 사례처럼 돈을 못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 AT1을 사려는 사람도 줄게 된다. 이럴 경우 은행들이 만기가 도래한 AT1을 다시 새로운 AT1을 발행해 갚으려고 할 때(차환) 금리를 이전보다 더 올려야 한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AT1 차환 과정에서) 두 자릿수 금리로 차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현재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지난해 한국에서 벌어진 레고랜드와 흥국생명 콜옵션 사태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이는  또 다른 금융 불안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도이치뱅크는 최근 보통주 자본비율(CET1) 중 AT1이 차지하는 비중(17.7%)이 유럽 평균(16%)보다 높아 위기설을 겪었다.

어렵게 위기를 넘긴다고 해도 은행권을 중심으로 안전성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미국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대한 감독 강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마이클 바 Fed 금융감독 부의장은 미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SVB 사태는 관리 부실의 교과서적 사례”라며 “은행을 안전하고 건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가진 모든 수단을 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월가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은 CNBC와 인터뷰에서 “경기 침체가 몇 달 안에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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