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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로켓배송 늘리고, 요기요는 요금체계 손질하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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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그동안 몸집 키우기에 골몰해온 이커머스 업계가 ‘내실 다지기’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고비용 구조인 새벽배송을 줄이고 기존 물류 인프라를 활용해 신규 매출원을 찾는다. 엔데믹 전환 후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해지자 수익성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일반 판매자(셀러)의 상품도 ‘로켓배송’ 해주는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한다. 물류 전문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가 중소상공인들이 상품 입고만 하면 이후의 관리·배송·반품 등 풀필먼트 서비스 일체를 제공하는 ‘로켓그로스(Rocket Growth)’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쿠팡은 지금까지 직매입 상품에만 로켓배송을 적용해왔다. 앞으로는 일반 배송으로 이틀 이상 걸렸던 오픈마켓 상품도 로켓그로스를 통해 당일이나 이튿날 배송받을 수 있게 된다. 이로써 CJ대한통운, 한진 등 택배 업체를 이용하던 오픈마켓 판매자들에게 배송까지 쿠팡에 맡기는 선택지가 생기게 됐다. 판매자들은 택배를 이용할 때처럼 건당 물류·배송비를 더 내면 된다.

쿠팡의 새로운 서비스를 두고 업계에선 사실상 택배업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쿠팡 관계자는 “판매 중개 수수료는 기존 마켓플레이스(오픈마켓) 수수료와 같으며 수수료와 별개로 보관·포장·배송 등을 판매자 대신 진행해 물류 대행 서비스 요금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쿠팡으로선 오픈마켓 물류 대행 서비스라는 새로운 매출원이 생긴 것이다. 쿠팡은 현재 직매입 비중이 90% 이상이다.

이처럼 물류 효율화는 이커머스 업계 전체의 화두다. 11번가는 자체 물류 대신 제조사·판매사의 물류 공간을 활용하는 ‘벤더플렉스(VF)’ 방식을 도입했다. 익일 배송하는 직매입 서비스인 ‘슈팅배송’ 상품 중 제조사나 판매자의 물류 공간에 11번가 주문에 대응하는 별도 공간을 확보해 직접 배송하는 방식이다. 11번가 물류 센터를 따로 거치지 않아 물류비용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배달 앱 요기요는 ‘월정액’과 ‘수수료’ 2종으로 운영했던 주문 중개 과금 수수료를 단일 체계로 바꿔 운영 효율화에 나선다. 수요가 적은 월정액 상품을 폐지하고 건당 중개 수수료 12.5%를 내는 단일 상품으로만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월정액 상품은 월 7만9000원을 내면 별도의 중개비용을 내지 않아도 되는 상품으로 지난 2015년 8월 도입됐다. 요기요 관계자는 “월정액 상품 이용 가게가 전체의 1% 미만이라 효율적 서비스 제공을 위해 조치”라고 말했다.

신세계·롯데 등 유통 강자들도 이커머스 부문의 적자 규모를 줄여나가고 있다. 모든 것을 다 파는 전략에서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이른바 ‘버티컬(특정 분야 전문) 서비스’ 강화로 바꾸면서다. 롯데온은 온앤더뷰티, 온앤더럭셔리 등 기존 강점을 지녔던 패션·뷰티 카테고리에 집중하고, 수요가 많지 않은 새벽배송 서비스를 지난해 접었다.

G마켓은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선 전문관 ‘스마일프레시’를 지난해 하반기 도입하면서, 별도 운영하던 스마일 배송 내 새벽배송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종료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 교수는 “코로나19 동안 이커머스 업계가 적자여도 매출만 늘면 된다는 식의 프리미엄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엔데믹 전환 후 오프라인 경제가 반격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체질 강화나 수익성 확대 등 ‘숫자 경영’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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