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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새 종정 사실상 2파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한국 불교를 상징하고 승려들의 수장으로 주석 하게 될 조계종 제7대 종정이 26일부터 열릴 중앙 종 회에서 추대된다.
세속의 나이 65세, 불문에든지 35년 이상이 되고 선방에서 육안 거를 지내 일체경전에 통달하여 선교를 겸비해야 추대될 수 있는 종정은 사부대중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어야 한다.
종정은 원로회의위원 19명, 중앙 종회에서 선출한 종회 의원 31명과 당연 직인 총무원장·종회 의장·호계위원 장 등 53명으로 구성된 종정추대 위원회에서 선출되며 로마 교황선출이 그러하듯 비공개 회의 끝에 만장일치로 추대되는 형식을 밟는다.
현재 물망에 오르고 있는 스님은 현 종정 이성철 스님, 불국사·법주사 조실 최월산 스님, 통도사 조실 윤월하 스님, 부산 감로암 조실 김자운 스님 등이다. 많은 원로 스님들이 종정으로서의 위풍을 지니고 있으나 역시 문중의 힘이 작용하고 있어 네 스님으로 좁혀졌고 그 중에서도 성철스님과 월산 스님이 꼽힌다.
성철스님은 80년부터 종정의 자리에 있었다. 10년 두문불출·10년 장좌불와 하여 독특한 선풍을 이루어「성철 불교」의 신화를 만들었다. 80년 10·27 법난 이후 종정이 되어 깊은 뜻이 당긴 법어를 내어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실추된 불교의 위상을 높였다. 그러나 5공과 격변기를 거치면서 침묵함으로써 부도덕한 정권과시대의 잘못에 대해 불교가 말하는 팔정도 중 정언을 하지 못했다는 불교인들의 아쉬움을 샀다. 그러나 일부 교인들은 스님이 사리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깊은 뜻을 담은 법어로 깨닫게 하는 격외 도리를 행하였다고 본다.「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같은 인구에 회자된 법문을 든다.
월산 스님은 조계종의 큰문중인「월우 문중」의 수장으로 성격이 호방·원만하다. 종단의 요직에 추대되면 산중으로 은둔하여 고사하였으나 여론에 밀려 맡기도 하였다.
불교인들은 월산 스님이 그 성격으로 보아 시대 상황에 따라 종교 지도자로서의 사회적 역할·발언을 적극적으로 해나 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고고한 스님 상보다는 대중과 친화력 있는 종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월하 스님은 투철한 소신과 꿋꿋한 자세로 일관했다. 유신시절 최고권력자 앞에서도 불교인의 자세를 지킨 일화를 갖고 있다. 총무원장 등 종단 요직을 거쳤다. 김자운 스님은 불교의 경·율·논 중 율에서 일가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속칭「전계화 상」이라고 불릴 만큼 불교계율에 대해서는 밝다.
제7대 조계종 종정 추대는 중앙 종 회에서 선출하는 위원이 어떻게 선정되느냐에 크게 좌우된다. 원로회의 소속 스님들 중에는 추대 결정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던 게 지금까지의 통례였다.
결국 여러 문중간의 의견조정이 있게 되고 두 대표적 문중간에 조정이 어렵게 되면 제3의 인물이 추대될 가능성도 있다.
조계종 종정은 상징적 존재이다. 과거 윤고암·이서옹 스님 등 이 종헌에 따라 종단 일을 친정한 일이 있으나 종단 일에 난마처럼 얽혀 들어 큰스님으로서의 위엄을 잃는 경우가 생겨 그 후 종단의 정신적 지도자로서의 위치에 있도록 종헌이 바뀌었다. 또 이번부터 임기도 5년으로 단축된다.
종정은 이렇게 상징적 존재이나 종단에 중대사가 있을 때마다 모든 불교인들이 일거수 일투족을 주목하는 어른이기도 하다. <임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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