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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용해법' 일단락되자…한·중·일 정상회의 속도 낸다 "연내 개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19년 12월 중국 청두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왼쪽부터, 당시 직책 기준)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이후 한일 갈등과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지난 4년간 3국 정상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뉴스1

2019년 12월 중국 청두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왼쪽부터, 당시 직책 기준)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이후 한일 갈등과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지난 4년간 3국 정상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뉴스1

‘3국 동반자 관계 강화’를 표방하는 최고위급 협력 채널인 한·중·일 정상회의가 4년 만에 재개할 조짐이 보인다. 3국 정상의 대면 소통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었던 한·일 갈등 국면이 일단락되고, 중국 역시 정상회의를 위한 한·일 양국과의 소통에 전향적 태도를 보이면서다. 윤석열 정부는 한국이 3국 정상회의 순회 의장 의장국이란 점을 적극 활용해 연내 개최를 위한 협의를 주도할 예정이다.

정부 소식통은 “한·중·일 정상회의의 연내 개최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주요 과제인 만큼 한·중·일 협력 사무국(TCS) 차원의 실무 논의를 포함해 중·일과의 협의를 본격화할 예정”이라며 “정상회의가 중단되며 멈춰선 경제·문화·보건 등 각 분야의 3국 협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의제 발굴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尹 "3자 정상회의로 역내 평화와 발전을"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재외공관장 초청 만찬에서 한중일 정상회의 재가동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재외공관장 초청 만찬에서 한중일 정상회의 재가동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재외공관장 만찬 자리에서도 한·중·일 정상회의를 재가동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3자 정상회의를 통해 역내 평화와 발전을 위한 노력을 해 나가야 한다”며 이 같은 뜻을 밝혔다. 앞서 지난 20일 중국 역시 “한·중·일 3국 협력에 일관적으로 적극 참여해왔다”(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며 3국 정상회의 개최에 호응했다.

중국이 돌연 3국 정상회의 개최를 지지하는 메시지를 발신한 건 미·중 공급망 경쟁 속 한·일 양국이 반도체·첨단기술 등 핵심 분야에서 미국에 밀착한 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이는 중국 입장에서 한·중·일 3국의 협력채널이 갖는 전략적 가치가 커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中 "3국 정상회의 지지" 속내는

실제 중국은 한·일이 자국의 핵심 이익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상황을 제지하기 위한 카드로 한·중·일 협력을 사용하곤 했다. 2022 베이징 겨울 올림픽을 앞두고 미국 등 서방 주도의 ‘외교적 보이콧’ 움직임이 확산하자 류사오밍(劉曉明)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2021년 11월 “한·중·일은 긴밀한 이웃이자 파트너”라며 “3국 협력은 각국의 공통된 이익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밝힌 게 대표적이다.

3국 정상회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과 연동된 의제이기도 하다. 정상회의는 일본→중국→한국 순으로 의장국을 맡아 자국에서 회의를 여는데, 이번엔 한국 차례다. 물론 중국은 한·일과 달리 앞서 8차례에 걸친 3국 정상회의에 국가주석이 아닌 총리가 참여했다. 시 주석의 참석은 그동안의 관례를 깨는 일인 만큼 중국 측도 조심스럽지만 가능성은 열려있다. 시 주석이 3국 정상회의에 참석한다면 2014년 이후 9년 만의 방한이 성사된다.

한·일 관계 개선이 불러온 한·중·일 '훈풍' 

왕치산 중국 국가 부주석은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3국 정상회의 개최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왕치산 중국 국가 부주석은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3국 정상회의 개최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 당시부터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주요 과제로 염두에 뒀다. 당시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왕치산(王岐山) 중국 부주석이 윤 대통령에게 “한국이 9차 한·중·일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것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논의가 본격화하는 듯했다. 하지만 취임식 11일 만에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격상하자는 합의 하에 정부는 대미(對美) 협력에 방점을 찍었고, 의도치 않게 중국과의 거리두기가 이어졌다.

한·중·일 정상회의가 재차 화두에 오른 건 지난해 12월 윤석열 정부가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면서다.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는 ‘포용성’을 대중(對中) 견제 구상으로 평가받는 미국의 인태 전략과 한국판 인태 전략의 차이라고 설명하며 “(한국판 인태 전략에선) 한·미·일 간 안보협력을 상당히 힘줘서 강조하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한·중·일 정상간 소통과 협력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일 3국 공조에 이어 한중일 정상회의 재개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6일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일 3국 공조에 이어 한중일 정상회의 재개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정부의 강제징용 문제 해법과 한·일 정상회담을 거쳐 양국 갈등 국면이 일단락됨에 따라 자연스레 한·중·일 협력의 토대가 마련됐다. 일본이 한·중·일 정상회의의 선결 조건으로 설정했던 강제징용 문제와 한·일 관계 정상화가 일거에 해소됐기 때문이다.

尹-기시다 회담 후 한·미·일 이어 한·중·일까지 

앞서 2020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한·중·일 정상회의 연내 개최를 목표로 3국 협의를 주도했으나, 당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끝내 거부하면서 일정이 무산됐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외교 소식통은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이후 이어진 현금화 조치에 대해 일본 측은 ‘현금화 중단’을 대면 소통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며 “한·일 관계가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상황에서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는 어불성설이란 게 일본의 완고한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한·일 관계 복원은 한·미·일 3국 공조에 이어 한·중·일 협력의 핵심 기제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지난 16일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중·일 고위급 프로세스를 조기에 재가동하는 게 중요하다는 데 대해 (의견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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