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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물질 증산" 김정은 지시 전부터…"영변 오가는 탱크화차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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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전력 강화를 위한 “핵물질 생산 확대”를 지시한 가운데, 이와 관련한 북ㆍ중 국경 지역의 중요 핵개발 지원시설을 다룬 미국 싱크탱크의 보고서가 나왔다. 27일(현지시간)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가 운영하는 북한 전문 사이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는 ‘만포 은하공장: 북한의 잃어버린 퍼즐조각’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그간 베일에 가려져 있던 북한 핵인프라 중 한곳의 실태를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75년부터 가동 중인 만포 은하공장은 영변 핵시설에 플로토늄 등 핵물질 추출에 필요한 질산 등을 공급하는 시설이다. 그간 한국 정부와 정보당국은 이 공장을 ‘만포 화학공장’ ‘만포 14호 공장’ 등으로 불러왔다.

지난 1일 촬영한 상업용 인공위성 사진으로 압록강 앞의 만포시에서 남쪽으로 떨어진 외곽에 만포 은하공장이 있다. 강 건너편은 중국 지린성 지안시이다. CSIS '분단을 넘어' 화면 캡처

지난 1일 촬영한 상업용 인공위성 사진으로 압록강 앞의 만포시에서 남쪽으로 떨어진 외곽에 만포 은하공장이 있다. 강 건너편은 중국 지린성 지안시이다. CSIS '분단을 넘어' 화면 캡처

해당 시설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시와 마주 보고 있는 자강도 만포시 외곽에 있다. 인근에는 ‘만포 13호 공장’으로 불리는 미사일 추진제 생산시설 등도 있다.

보고서는 이 공장과 관련해 “영변 핵시설에 다양한 화학물질을 공급하는 주요 공급처로 북한 핵인프라에서 중요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시설”이라며 “특히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플루토늄-239, 6불화우라늄(UF6) 등을 추출하기 위한 질산을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공위성 사진 분석을 바탕으로 “최근 만포 은하공장과 영변 핵시설을 오가는 탱크화차가 증가했다”고 전했다. 핵개발과 관련한 화학물질을 그만큼 많이 실어날랐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지난 4일 북한 평안북도 영변의 핵시설 중 하나인 방사화학연구소를 촬영한 상업용 인공위성 사진으로 연구소 서쪽에 탱크 4개가 탑재된 화차가 포착됐다. CSIS는 해당 탱크화차가 만포 은하공장에서 온 것으로, 최근 들어 이같은 움직임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CSIS '분단을 넘어' 화면 캡처

지난 4일 북한 평안북도 영변의 핵시설 중 하나인 방사화학연구소를 촬영한 상업용 인공위성 사진으로 연구소 서쪽에 탱크 4개가 탑재된 화차가 포착됐다. CSIS는 해당 탱크화차가 만포 은하공장에서 온 것으로, 최근 들어 이같은 움직임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CSIS '분단을 넘어' 화면 캡처

북한이 최근 들어 전술핵 관련 미사일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시험 발사를 늘리는 등 핵무력 시위를 계속하는 가운데 이같은 움직임이 포착된 셈이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핵무기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기 위해 무기급 핵물질 생산을 확대해 핵무기 생산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조선중앙통신 28일 보도)고 말한 것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용한 한국국방연구원(KIDA)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핵무기 소형화와 투발 수단 다양화를 마친 상태에서 전술·전략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한 적정 수준의 핵무기 보유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를 단기간에 완성하려면 그만큼 핵물질 생산 속도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핵무기병기화사업을 지도했다며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이튿날 공개한 사진. 신문은 '화산-31'로 명명한 새 전술핵탄두도 전격 공개했다.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핵무기병기화사업을 지도했다며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이튿날 공개한 사진. 신문은 '화산-31'로 명명한 새 전술핵탄두도 전격 공개했다. 뉴스1

지난 1월 발표된 KIDA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 80~90여 발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됐다. 북한은 2030년까지 현 중국 수준인 300여 발까지 늘린다는 목표이지만, 그간 생산 추세로 볼 때 160여 발 생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의 발언과 만포 은하공장의 움직임 등은 이런 북한의 다급한 속내를 보여주는 셈이다.

이와 관련, CSIS 보고서는 “향후 북한과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 가능한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만포 은하공장을 다른 핵시설들과 함께 신고ㆍ검증ㆍ폐기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포 은하공장의 개발 현황을 다룬 후속 보고서를 조만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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