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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군단이 약하다고? 박진만의 독한 야구 맛을 봐라

중앙일보

입력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 연합뉴스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 연합뉴스

누가 사자군단을 약하다 했나. 삼성 라이온즈가 종료를 하루 앞둔 시범경기에서 1위(10승 3패·27일 기준)를 달리고 있다. 시범경기 성적이 정규시즌 결과와 관계 없다는 건 야구계의 상식이다.  하지만 박진만 삼성 감독은 달라진 삼성의 모습에 만족했다.

2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만난 박진만(47) 감독은 "약하다는 평가를 감사하게 생각한다. 선수들이 더 자극받아야 한다"고 했다. 승부욕을 통해 더 강해져야 한다는 거였다. 선한 인상의 박진만 감독은 "선수들에게 '상대 선수를 죽일 듯이 하라'고까지 했다. 나도 현역 시절엔 독하게 운동했다"고 웃었다.

박진만 감독은 "시범경기 성적 자체로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삼성은 2016년 시범경기 1위를 차지했지만, 가을 야구를 하지 못했다. 그러나 박진만 감독이 흐뭇한 건 경기 내용 때문이다. '경쟁'을 강조했던 박 감독의 기대대로 주전이 아닌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돋보였다.

'미완의 대기'로 꼽혔던 이성규(30)는 시범경기 홈런 1위(5개)를 질주하며 김현준이 부상으로 빠진 중견수 자리를 예약했다. FA로 이적한 김상수의 보상선수로 KT에서 온 외야수 김태훈(27)도 개막 엔트리 진입이 유력해졌다. 박 감독은 "젊은 선수들의 기량이 향상됐다. 시범경기는 테스트 성향이 강한데, 우리 젊은 선수들이 앞서갔다. 많은 훈련을 통해 기술적으로 발전한 게 쌓였다는 게 의미가 있다"고 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 사진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삼성 감독. 사진 삼성 라이온즈

지난 시즌 도중 대행을 맡은 박진만 감독은 시즌을 마친 뒤 마무리 훈련을 일본 오키나와로 떠났다. 스프링캠프에서도 연습 경기에서 지면 보강 연습을 했다. 최근엔 보기 힘들었던 '강훈련'이란 단어가 삼성 캠프의 화두였다.

박진만 감독은 "솔직히 우리가 선수일 때보단 훈련이 많지 않다. 최근엔 훈련보다는 컨디셔닝 위주로 돌아간다"면서도 "젊은 선수들은 정말 기술적인 훈련을 많이 했다. 반면 고참 선수들은 본인들의 몸에 맞게 연습했다"고 설명했다. 연습경기 초반 연패에 대해선 "훈련량이 많다 보니 몸이 무거운 시기였다. 경기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찾은 뒤, 반복훈련을 했다. 시즌에 들어가면 다를 것"이라고 했다.

박진만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삼성은 '적토마' 이병규 수석코치를 영입했다. 이 코치는 일본 주니치 드래건스 시절을 제외하면 LG에서만 선수로 뛰고, 지도자 생활을 했다. 그러나 절친한 2년 후배 박진만 감독의 부름을 받아 푸른 유니폼을 입었다.

박 감독은 "나는 묵묵하고 차분한 편이다. 이병규 수석은 선수들 앞에 나서서 움직여줄 수 있는 타입이다. 내가 부족한 부분을 이 수석이 채운다면 좋을 것 같았다"고 했다. 이어 "(한 팀에서 뛴 적은 없지만)2000년 시드니 올림픽부터 대표팀에서 오래 같이 뛰며 친해졌다. 평소에도 야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LG의 레전드다 보니 팀을 옮기는 데 부담이 있었지만, 흔쾌히 받아들여줘 고마웠다"고 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왼쪽)과 이병규 수석코치. 사진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삼성 감독(왼쪽)과 이병규 수석코치. 사진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은 시범경기에서 다양한 타순을 꾸렸다. 박 감독은 "지난해 후반에도 경기마다 변화를 많이 줬다. 데이터를 활용했다. 다만 새로 시즌을 시작하면 모든 게 '리셋'이다. 투수들의 구종도, 컨디션도 다르다. 초반엔 컨디션을 먼저 보면서 다소 고정된 라인업을 꾸릴 것"이라고 했다. 이어 "데이터가 쌓인 후반엔 다시 타순 변화를 주면서 야수 전원이 나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려 한다. 선수들도 언제든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만드려고 한다"고 했다.

박진만 감독은 현역 시절 국가대표 유격수로 활약했다. 2000 시드니올림픽 동메달, 2002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06 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 4강,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등 한국 야구의 영광을 함께 했다. 그런 박 감독이기에 올해 WBC 부진은 더욱 마음이 아팠다.

KBO리그 최연소 사령탑인 박진만 감독은 "아쉬웠다. 대표팀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대표팀 결과가 나쁘면 한국에 들어오기가 힘들 정도다. 현장 감독으로서 책임감도 느꼈다"고 했다. 이어 "젊은 선수들이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다. 야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선수들이 기술적인 향상을 할 수 있게끔 지도자로서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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