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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년 된 양조장과 유명 치킨회사의 ‘치막’ 협업 성공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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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면

경북 영양군 영양양조장 발효실에서 김명길 양조사가 발효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경북 영양군 영양양조장 발효실에서 김명길 양조사가 발효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108년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최장수’ 막걸리 양조장이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 양조장은 한동안 인기를 누리다 대형 프렌차이즈 기업 등에 밀려 문을 닫았다가 최근 설비를 새로 갖추고 막걸리 생산에 나섰다.

경북 영양군 영양읍에 있는 영양양조장은 1915년 ‘영양주조’로 문을 열었다. 1926년 공식적으로 사업체를 등록한 후 영양군민과 100여 년 동안 희로애락을 같이했다. 누룩을 만들어 빚은 막걸리는 사랑을 받았다.

영양양조장은 충북 단양 대강양조장(1918)보다 3년, 경기 평택 지평양조장(1925), 충북 진천양조장(1930), 충남 당진양조장(1933)보다 10~20년 앞서 영업을 시작했다. 한국 막걸리 역사를 함께한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높은 산에 둘러싸여 ‘은둔의 고장’이라고 불리는 영양군이지만 영양양조장은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영양양조장에 보관된 기록을 살펴보면 1973년 한 해 동안 막걸리 185만500L를 팔았다. 그해 주세도 386만9224원을 납부했다고 한다. 현재 화폐 가치로 환산하면 약 6800만원에 달한다.

영양양조장이 위세를 떨쳤다는 증거는 또 있다. 영양양조장 정문 문기둥에 ‘전화6’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일제강점기 때 영양에서 여섯 번째로 전화기가 설치된 것을 기념한 표식이다. 당시 영양지역을 통틀어 전화기가 10대뿐이었다고 한다. 이 표식은 리모델링 이후에도 양조장 출입구 위쪽에 그대로 붙어 있다.

한때 날개 돋친 듯 팔렸던 영양양조장 막걸리는 급속한 산업화와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 등장으로 점차 기세가 꺾였다. 결국 2017년 영업을 중단하고 2018년 12월 최종 폐업했다.

영양군은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영양양조장 살리기에 나섰다. 29억원(국비 12억원 포함)을 들여 양조장을 사들여 시설을 리모델링했다. 양조장은 새로운 시설을 갖추고 지난해 12월 문을 열었다. 양조장 운영은 교촌에프앤비㈜가 맡았다. 치킨 사업에 이어 전통주와 장류 사업에 도전장을 낸 교촌에프앤비와 뜻이 맞아 떨어졌다.

지난 20일 찾은 영양양조장 건물 외관은 예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낡고 녹슬었던 곳이 깔끔하게 정비됐고, 칙칙한 느낌이던 시멘트 담장도 나무 담장으로 교체됐다. 입구에는 교촌에프앤비 농업회사법인 이름인 ‘발효공방1991’ 간판이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는 막걸리 만드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지금은 청년 양조사 3명이 막걸리를 만들어 고품질 제품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영양양조장은 오는 5월 열리는 영양 산나물 축제를 계기로 새 막걸리 제품(은하수)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명길 양조사는 “연구를 거듭한 끝에 감미료를 넣지 않고 맛을 낸 알코올 함량 6도, 8도짜리 막걸리를 개발했다”며 “막걸리 이름인 ‘은하수’는 별빛 가득한 밤하늘로 유명한 영양지역을 상징한다”고 했다.

양조장 한쪽에는 양조장 역사를 볼 수 있는 전시장도 만들었다. 과거 사용했던 장독대와 우물·주정계(막걸리 도수를 측정하는 도구)·온도계 등을 볼 수 있다. 옛날 발효실로 쓰던 건물 이중벽 사이를 채우고 있는 왕겨 모습까지 확인할 수 있다.

오도창 영양군수는 “도시재생 뉴딜 사업을 통해 다시 문을 연 영양양조장을 마주하니 감회가 새롭다”며 “새로 문을 연 양조장은 소중한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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