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진해 벚꽃축제’ 반쪽수당에 감시까지? 성난 MZ공무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20면

진해군항제가 한창인 지난 26일 경남 창원시 경화역 공원에 관광객이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진해군항제가 한창인 지난 26일 경남 창원시 경화역 공원에 관광객이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초과수당도 제대로 못 받아 불만인데 감시까지 한다니 솔직히 짜증납니다.” (창원시 군항제 차출 공무원)

“단순 복무점검이지 감시가 아닙니다. 직원들 사기 떨어질까. 먼 데서 보기만 합니다.” (창원시 군항제 복무단속반)

대표 봄꽃축제 ‘진해군항제’가 한창인 지난 26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축제로 들뜬 분위기와 달리 대민업무에 동원된 창원시 공무원과 이들 근무를 점검하는 공무원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복무 단속을 맡은 감사관실 직원은 멀찍이 떨어져 축제 근무자의 정위치 근무 여부를 살폈다. 직접 대면하진 않았지만, 언제 나타날지 모를 단속반에 축제 근무자 신경도 예민해져 있었다. 이런 상황은 최근 ‘군항제 공무원 차출’을 두고 공직사회에서 표출된 갈등의 연장선이다. 앞서 “근무시간 대비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며 일부 공무원이 축제 동원에 반발하자, 다른 한쪽에선 공무원이 사명감 없이 보상만 요구한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창원시에 따르면 지난 25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열리는 진해군항제 기간(주말 4일·평일 6일)에 시 공무원 2241명이 동원된다. 하루 220여명이 차출되는 셈이다. 이들 공무원은 대부분 6급 이하로, 차량통제·주차관리·관광안내 등을 맡는다. 전반조(오전 9시~오후 6시) 또는 후반조(오후 3시~오후 10시)로 나눠, 보통 축제 중 하루만 투입된다.

이와 관련, 최근 창원시공무원노동조합 게시판에는 “쥐어짤 줄만 알지 합당한 보상은 해줄 줄 모른다” “시간 뺏기고 돈은 제대로 안 챙겨주고 사무실 일은 누가 해주나” 등 글이 올라왔다. 본래 할 일을 두고 축제에 동원되느라 업무가 가중된단 불만이다. 여기에 반쪽짜리 보상제가 기름을 부었다. 시 공무원은 축제현장에서 하루 8시간을 일한다. 하지만 규정상 초과근무는 하루 최대 4시간으로, 주말 내내 일해도 절반만 인정된다.

20·30대 젊은 공무원(MZ세대)을 중심으로 “무임금 차출이 문제” “공짜노동” 등 불만이 나온다. 군항제 현장에서 만난 20대 공무원은 “예전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은 ‘내가 일한 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는’ 게 너무 당연하다”고 했다.

반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창원시 공무원도 많다. 시 간부공무원은 “과거엔 수당이 있었나, 특별휴가가 있었나. 아무것도 없었다. 공무원이니까 당연히 한 일”이라며 “공무원 헌장에도 ‘국민에게 봉사한다’고 돼 있다. 사명감 없이 (공무원으로) 일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까라면 까’식의 공직문화가 바뀌는 것은 공감하지만 이번엔 (젊은 직원들이) 지나친 감이 있다”고 했다. 시 차석 공무원은 “공직자로서 어느 정도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고 보는데, 보상과만 연결지으니 대화가 잘 안 된다”고 했다.

전문가는 이런 갈등을 MZ세대 공무원 증가에 따른 과도기적 현상으로 진단했다. 송광태 창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무원 사회가 MZ세대를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위계질서나 사명감에만 의존해 공무원 조직을 운영하긴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국민에게 봉사한다’는 사명감은 공직자에게 꼭 필요한 요소다. 하지만 공무원 처우가 예전만 못한 상황이어서 대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