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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원 학식, 치맥' 與청년층 구애에…이재명 올린 "호러" 영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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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국민의힘이 2030세대 지지율 회복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2021년 4·7 재·보궐선거, 2022년 3·9 대선과 6·1 지방선거까지 국민의힘 3연승의 밑바탕이 됐던 청년층의 민심 이반이 심상치 않아서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당내에서 청년층 이탈 문제를 누구보다 신경쓰는 사람 중 하나는 내년 4·10 총선을 1년여 앞두고 선출된 김기현 대표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청년의 발길을 되돌리지 못하면 총선 승리도 어렵다는 절박감을 갖고 뛰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김 대표의 일정표엔 청년 관련 행보가 빼곡하다. 그는 28일 서울 경희대 학생 식당을 찾아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1000원 학식’ 확대에 대한 현장 반응을 살핀다. 1000원 학식은 학생과 정부가 각각 1000원씩 돈을 내면 나머지 비용은 해당 학교가 부담하는 형식으로 제공된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대학생이 1000원만 내면 아침 밥을 해결할 수 있게 복지 혜택을 주는 동시에 남아도는 쌀 소비까지 촉진하면서 대학가를 중심으로 긍정적 반응이 나온 정책이다. 김 대표는 취임 이후 처음 개최된 지난 19일 고위 당·정 협의회에서 이 사업을 확대하자고 정부에 제안했다.

1980년대생인 김병민 최고위원과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지난 24일 MZ세대 노조인 ‘새로고침’과 치맥 회동을 했다. 두 최고위원은 ‘청년 당·정·대(여당·정부·대통령실) 모임’이란 형식을 띄워 정기적으로 청년과 만나기로 했다. 또 당에선 지난해 없앴던 청년국을 부활시키는 한편 이준석 전 대표 체제에서 관심을 끌었던 청년 대변인 선발을 이어가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청년 당정대가 지난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치킨가게에서 열린 MZ세대 노조 연합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와 '일하는 청년들의 내일을 위한 간담회'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고용노동부 김민정 사무관, 조아라 서기관,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유하람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 위원장, 송시영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위원장, 박재하 코레일네트웍스 위원장,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 대통령실 김성용, 여명 시민사회수석실 청년담당행정관. 뉴시스

청년 당정대가 지난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치킨가게에서 열린 MZ세대 노조 연합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와 '일하는 청년들의 내일을 위한 간담회'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고용노동부 김민정 사무관, 조아라 서기관,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유하람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 위원장, 송시영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위원장, 박재하 코레일네트웍스 위원장,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 대통령실 김성용, 여명 시민사회수석실 청년담당행정관. 뉴시스

여권이 이처럼 청년에 바짝 신경을 쓰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 20~24일 조사해 27일 발표한 리얼미터·미디어트리뷴의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37.9%를 기록했다.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이재명 대표로 인해 당내 상황이 복잡한 더불어민주당(45.4%)보다 7%포인트 낮은 수치다.

저조한 지지율은 2030이 견인했다. 연령별로 떼어보면 20대(18~29세)는 33.2%, 30대는 35.8%가 국민의힘을 지지했다. 60대(52.5%)와 70세 이상(55.8%)이 지지율을 끌어 올리고 청년층이 평균을 낮추는 형국이다. 반면 민주당은 20·30대(40.0%, 41.3%)의 지지율이 60대와 70세 이상(37.8%, 29.8%) 지지율보다 높다. ‘장년층은 보수 정당을, 청년층은 진보 정당을 지지한다’는 과거 정치권의 틀로 돌아간 셈이다.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청년층은 국민의힘의 든든한 우군이었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 취임(5월 10일) 즈음 실시된 리얼미터 조사(5월 9~13일)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48.1%였는데, 20대와 30대는 각각 44.7%, 44.8%였다. 10개월 만에 2030 청년층의 약 10%포인트가 빠졌다. 한 당직자는 “다시 옛날처럼 노인만 지지하는 정당이 돼가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당내에선 “김기현 대표 체제에서 당·정 일체가 강조되면서 정부에 대한 불만 섞인 민심을 고스란히 당이 받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대통령을 좋아하진 않더라도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청년층이 있었는데 이번 지도부는 친윤 일색이 되지 않았느냐”며 “거기에다 정부가 추진한 주 69시간 노동이 청년층 민심 이반에 쐐기를 박은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연일 주 69시간 정책을 고리로 청년층의 국민의힘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젊은 세대에 인기 있는 유튜브 채널 ‘너덜트’(구독자 156만명)가 주 69시간 정책을 풍자하는 영상을 올리자 이재명 대표가 페이스북에 공유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야근, 야근, 야근, 야근, 야근, 병원, 기절’이란 제목의 영상을 소개하며 이 대표는 “하이퍼 리얼리즘 호러 다큐”라고 썼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6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사진 페이스북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6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사진 페이스북 캡처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당내에선 이준석 전 대표와 그 측근을 향한 화해의 손짓도 나오고 있다. 여의도연구원장인 박수영 의원이 2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친이준석계 등용론’에 “어떤 자리든지 발탁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이 전 대표의 영향이 그리 크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국민의힘이 이 전 대표 포용에 나선 건 그만큼 청년층의 한 표 한 표가 절실하단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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