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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휴가계획 짜줘” 호텔·항공권 예약도 대신해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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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 세계적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인공지능(AI) 챗봇 ‘챗GPT’가 한 번 더 진화한다. 최신 정보에 취약했던 약점을 보완하고 연결된 다른 프로그램에서 이용자가 할 일을 대신 해줄 수 있는 ‘챗GPT 플러그인(plug-in)’을 내놓았다. 해외 전문가들은 이를 ‘AI 업계의 앱스토어’라고 표현하고 있다. 애플의 앱스토어가 누구든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하고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도록 해 모바일 생태계의 변혁을 일으켰던 것처럼 챗GPT 플러그인이 AI 생태계를 폭발적으로 성장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생성AI의 선두주자로 떠오른 챗GPT의 활용도가 한층 높아지면서 국내 기술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오픈AI는 지난 23일(현지시간) 공식 블로그를 통해 챗GPT와 특정 웹사이트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챗GPT 플러그인’을 발표했다. 플러그인은 특정 기능을 실행할 수 있는 일종의 확장 프로그램이다. 마치 콘센트에 꽂았다 뺐다 하는 플러그처럼 컴퓨터 소프트웨어에 부가 기능을 추가한다는 의미에서 플러그인이라고 한다. 챗GPT는 이같이 플러그인을 통해 생성AI의 기능을 무한 확장하게 됐다. 오픈AI는 “챗GPT 플러그인이 언어 모델의 눈과 귀가 돼 가장 최신의 정보는 물론 개인적이거나 구체적인 정보에도 접근할 수 있다”며 “챗GPT는 플러그인을 통해 실시간 정보 검색을 하고, 이용자를 대신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픈AI는 우선 익스피디아(호텔·항공권 예약), 인스타카트(장보기), 스픽(언어 교육), 오픈테이블(식당 예약) 등 11개 기업의 플러그인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 외에 자체 개발한 ‘웹 브라우저’(최신 웹 정보 검색) 플러그인, ‘코드 인터프리터’(데이터 분석·시각화) 플러그인을 지원할 예정이다.

플러그인 스토어에 들어가 원하는 플러그인을 설치하면 챗GPT가 이용자의 요청에 따라 필요한 기능을 알아서 가져다 쓴다. 가령 이용자가 챗GPT에 “뉴욕 여행 준비 좀 도와줘” 같은 명령어(프롬프트)를 입력하고 여행에 대한 문답을 나누면 챗GPT가 익스피디아의 데이터베이스(DB)에 연결해 실제 비행시간과 항공권 가격, 호텔 등을 검색하고 예약도 해 준다. 장보기도 챗GPT에 맡길 수 있다. 원하는 요리를 말하면 챗GPT가 요리법을 찾은 뒤 구입 품목을 나열하고 온라인 장바구니에 쏙 넣어준다. AI 스타트업 올거나이즈의 신기빈 최고AI책임자(CAIO)는 “이제 모든 서비스의 시작은 키워드가 아닌 자연스러운 대화형 질문이 될 것이다”고 했다.

챗GPT는 플러그인을 통해 생성AI 서비스에서 다른 서비스를 연결하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진화하게 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챗GPT 플러그인을 AI업계의 앱스토어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패스트컴퍼니가 “오픈AI 버전의 앱스토어 탄생을 목격했다”고 표현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기즈차이나도 “(오픈AI의) 접근 방식은 아이폰에 도입된 애플의 앱스토어와 유사하다”며 “오픈AI는 챗GPT 플러그인을 제공해 개발자가 자체적으로 기능을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챗GPT가 가지고 있던 각종 한계도 플러그인을 통해 해결할 수 있게 됐다. 기존 챗GPT는 2021년 9월 이전의 정보만 학습해 이후의 정보는 대답하지 못한다는 게 단점으로 꼽혔다. 그런데 챗GPT 플러그인을 활용하면 앞으로는 실시간 정보 검색이 가능해지고 답변 출처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없는 말도 지어내고 우기는 생성AI의 고질적 문제,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환각)’을 어느 정도는 보완할 수 있다. 오픈AI는 챗GPT와 수학계의 검색엔진 ‘울프럼’을 플러그인으로 연결하게 돼 복잡한 수학 문제도 척척 풀 수 있게 될 거라고 설명했다.

오픈AI는 챗GPT 플러그인 출시 시기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소수 개발자를 대상으로 플러그인을 적용하고, 점차 범위를 넓혀갈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스타트업들이 발 빠르게 ‘플러그인 대기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익명을 원한 AI 스타트업 관계자는 “플러그인 생태계에 들어가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AI 스타트업 포티투마루의 김동환 대표는 “챗GPT를 쓴 이용자 수가 1억 명을 돌파한 만큼 플러그인의 파급력도 클 것”이라며 “오픈AI가 플러그인을 통해 모든 온라인 시장을 흡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전 세계 기업들이 플러그인을 만들게 되면 오픈AI가 생태계를 독점하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플러그인이 앱 기반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기업들에는 위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국내 벤처캐피털 옐로우독의 유재연 이사는 “챗GPT 안에서는 문장 한 줄이면 모든 것이 직관적으로 해결되는데, 굳이 사이트나 앱에 별도로 들어갈 이유가 없어지게 될 것”이라며 “상품을 최저가로 큐레이팅하면서 이용자를 유인하던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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