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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 너무 좋다"는 팀쿡…글로벌CEO 향한 시진핑 회유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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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시진핑(習近平) 3기의 중국 경제를 이끌 리창(李强) 총리 등 국무원 경제사단이 25~27일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진행되는 ‘2023 중국 발전 고위급 포럼’에 총출동해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상견례에 나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축전을 보내 총수들에게 ‘제도형 개방’을 다짐했다.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에 직면한 중국이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오프라인 국제포럼을 열어 외자 기업 붙들기에 나선 모양새다.

딩쉐샹 중국 상무부총리가 26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열린 중국 발전 고위층 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중국발전포럼(CDF)

딩쉐샹 중국 상무부총리가 26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열린 중국 발전 고위층 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중국발전포럼(CDF)

2000년 창설 이래 해마다 전국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정협)와 같은 달에 열려온 중국 발전 고위급 포럼은 중국이 연간 경제정책을 수립한 뒤 외국 주요인사에 이를 홍보하고 소통하는 플랫폼이다. 국무원 발전연구센터가 주최하고 중국발전연구기금이 주관한다. 특히 5년 단위의 정부 교체 직후에는 중국 경제팀과 기업가의 스킨십 창구로 활용돼 왔다.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 후 열린 올해 포럼 주제는 ‘경제 회복: 기회와 협력’이다.

지난 25일 개막한 포럼에는 30여 명의 중국 장관급 지도자와 20여 명의 국영 기업과 금융 기구 책임자, 포천 500 기업의 CEO급 경영자 100여명이 참석했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이재용 삼성 회장, 팀 쿡 애플 CEO, 팻 겔싱어 인텔 CEO, 앨버트 불라 화이자 CEO,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CEO가 모습을 드러냈다.  학계에서도『예정된 전쟁』의 저자 그레이엄 엘리슨 하버드대 교수, ‘닥터 둠’ 누비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스테판 로치 예일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장쥔(張軍) 푸단대 경제학원 원장은 “이 참석 열기가 28일 개막하는 보아오(博鰲) 아시아포럼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현장 교류의 분위기가 돌아왔다”고 반겼다.

특히 지난 21일(현지시간) 미 상무부가 중국의 반도체 생산능력을 제한하기 위한 ‘가드레일’ 규정을 발표한 직후 열리면서 세계 언론의 이목이 쏠렸다. 미국 반도체법의 지원을 받는 기업은 중국에서 반도체 제조능력 확장과 관련된 거래가 제한된다고 고시된 직후 삼성과 퀄컴 등 반도체 제조사 수장이 3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을 찾는 상황이 됐다.

‘닥터 둠’ 누비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사진=중국발전포럼(CDF)

‘닥터 둠’ 누비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사진=중국발전포럼(CDF)

지난 양회에서 미국의 압박을 직접 공격했던 시진핑 주석은 개혁개방의 제도화를 내세워 ‘유화 손짓’을 흔들었다. 26일 딩쉐샹(丁薛祥) 상무부총리가 대독한 축전에서 시 주석은 “경제 회복을 촉진하려면 컨센서스와 협력이 필요하다”며 “중국은 규칙·규제·관리·표준 등 제도형 개방을 안정적으로 확대하고, 각 나라를 움직여 제도형 개방의 기회를 공유하겠다”고 강조했다. ‘제도형 개방’은 지난해 20차 당 대회 보고에서 확정한 개념으로 높은 수준의 대외개방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시 주석은 지난해 12월 경제공작회의 내부 연설에서 ‘제도형 개방’을 언급한 바 있다.

딩쉐샹 “中 개혁개방은 밥 먹고 물 마시기와 같다”  

딩쉐샹 부총리 역시 개방을 강조했다. 취임 후 첫 공개 석상에 나온 그는 “대외개방은 중국의 기본 국책이자 불가결한 중대 정책”이라며 “마치 인류가 밥을 먹고, 물을 마시고, 숨을 쉬고, 잠을 자야 하는 것처럼 빼놓을 수 없다”고 비유했다. 딩 부총리는 국제 거시경제 정책의 협조도 주문했다. “경제 성장이 주춤하고, 인플레이션이 고공 행진하는 복잡한 국면에서 대국 사이에는 마땅히 거시 경제 정책의 협조를 강화해야 한다”며 “정책의 급진적인 조정으로 인해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에 심각한 파급 효과가 일어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급격한 이자율 상승으로 국제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것을 지적한 대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열린 2023중국발전고위급 포럼에 참석한 모습. CC-TV 캡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열린 2023중국발전고위급 포럼에 참석한 모습. CC-TV 캡처

딩 부총리는 거시경제 정책 협조 외에도 ▶진정한 다자주의 견지 ▶국제 과학기술 교류 협력 심화 ▶녹색 협력 동반자 관계 구축 ▶공동 발전의 추동 등 다섯 가지 이니셔티브를 제안했다. 리창 총리는 27일 오전 글로벌 CEO들과 비공개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최근 미국의 실리콘밸리 투자은행(SVB) 파산을 비난한 중국 당국자 발언도 나왔다. 한원슈(韓文秀) 중앙재경위원회판공실 부주임은 25일 기조 발언에서 “중국은 세계 경제의 회복과 발전의 주요 엔진, 국제 금융 안보의 대피소, 국제 투자의 천당”이라며 “중국에 투자하면 긴 낚싯줄로 대어를 낚을 수 있다”고 자랑했다.

‘닥터 둠’으로 불리는 룸비니 교수는 25일 “위대한 현대화의 시대는 끝났다”며 “투기와 금융 불확실성이 충만한 신시대에 들어섰다”고 현 국제 경제 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다가오는 경제·금융·지정학 영역의 글로벌 ‘메가 위협(mega-threats)’에 대응하기 위한 세계 대국 사이에 더 많은 협력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협력하며 함께 생존을 추구하던가, 제로섬 게임으로 서로를 파괴하던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팀 쿡 애플 CEO가 25일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열린 2023중국발전고위급 포럼에 참석한 모습. CC-TV 캡처

팀 쿡 애플 CEO가 25일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열린 2023중국발전고위급 포럼에 참석한 모습. CC-TV 캡처

이재용 “베이징 날씨 좋아요” 팀 쿡 “돌아와 너무 좋다”

2020년 시안 반도체 공장에 이어 3년 만에 중국을 방문한 이재용 회장은 포럼 참석에 앞서 24일 톈진(天津)을 찾아 삼성전기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생산 라인을 점검했다. 이어 천민얼(陳敏爾) 정치국 위원 겸 톈진시 당서기와 만나 면담을 가졌다.

팀 쿡 애플 CEO가 24일 베이징 싼리툰의 애플스토어를 찾아 고객과 셀카를 찍고 있다. 웨이보 캡처

팀 쿡 애플 CEO가 24일 베이징 싼리툰의 애플스토어를 찾아 고객과 셀카를 찍고 있다. 웨이보 캡처

팀 쿡 CEO는 24일 베이징 싼리툰(三里屯) 애플스토어를 깜짝 방문해 매장 직원과 고객과 셀카를 찍은 뒤 자신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사진과 함께 공개했다. 25일 오전에는 ‘기술과 교육’ 세션에 참석해 “돌아올 수 있게 되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날 이재용 회장은 특파원단에 “베이징 날씨가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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