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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계 조상 혼외정사까지 캐냈다…베토벤 사인 밝힌 머리카락

중앙일보

입력

독일에 있는 베토벤 벽화. 로이터=연합뉴스

독일에 있는 베토벤 벽화. 로이터=연합뉴스

1827년 숨진 클래식 음악의 거장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머리카락을 이용해 게놈(유전체)을 분석한 결과, 베토벤 후손의 유전자와 서로 일치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유전자 분석을 토대로 현재 벨기에에 있는 베토벤 가문의 후손들은 베토벤의 부계 조상 중 한 명이 혼외 정사로 낳은 자녀의 후손으로 추정했다.

아울러 베토벤의 사인은 기존에 알려졌던 것과 달리 납 중독이 아닌 것으로 결론내렸다.

23일(현지시간) 과학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따르면 영국 케임브리지대 트리스탄 베그 교수와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 요하네스 클라우스 박사 등 국제연구팀은 베토벤의 머리카락에 대한 게놈 분석에서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베토벤 머리카락으로 알려진 모발 8타래를 분석했고, 이 중 5타래가 유럽 남성 한명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베토벤 머리카락으로 확인된 '모셸레스 타래'(Moscheles Lock). AP=연합뉴스

베토벤 머리카락으로 확인된 '모셸레스 타래'(Moscheles Lock). AP=연합뉴스

이 5타래의 머리카락은 베토벤의 생애 마지막 7년 내에 채취된 것으로 보이며, 유전자 데이터와 출처 정보 등을 종합했을 때 베토벤의 머리카락이 거의 확실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어 연구진은 벨기에에 있는 베토벤 친척들의 유전자를 분석하고 이를 베토벤의 유전자와 비교했다.

비교 결과 친척 중 일부는 베토벤과 부계 조상을 공유하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이들의 Y염색체는 베토벤의 머리카락에서 확인한 유전자와는 일치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연구진은 베토벤의 친척들이 베토벤 직계 부계 혈통에서 적어도 한 명이 1572~1770년 혼외 출산으로 낳은 사람의 후손일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진이 실험실에서 베토벤의 머리카락을 분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연구진이 실험실에서 베토벤의 머리카락을 분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아울러 연구진은 이번 연구로 베토벤의 사망 원인이 기존에 알려졌던 것과 달리 납 중독이 아니라 지속적인 음주와 B형 간염으로 인한 간 질환 악화 때문에 숨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과거 베토벤 납 중독 사망설의 근거가 됐던 머리카락 뭉치는 베토벤이 아니라 여성으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연구진은 전했다.

베그 교수는 "베토벤의 게놈을 연구자들이 이용할 수 있게 공개하고 진짜라는 게 밝혀진 그의 머리카락을 추가함으로써 향후 그의 건강과 계보에 대해 남아 있는 의문들이 풀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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