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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집중] 위대한 혁신은 진정한 협업으로 완성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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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기고 조재호 농촌진흥청장

조재호 농촌진흥청장

조재호 농촌진흥청장

영화 ‘아바타: 물의 길’로 세계적 명성을 다시 한번 각인시킨 제임스 캐머런 감독. 최근 그의 삶과 일생을 담담히 엮은 다큐멘터리 한 편을 봤다. 그가 지구 상에 발 디딘 인간 중 바닷속 가장 깊은 데까지 닿았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았다. 더 놀라운 건 일생일대의 프로젝트를 가능케 한 잠수정을 직접 제작했다는 것이다. 상식선에서 생각해 볼 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가늠조차 안 된다.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 자못 궁금했다. 그는 ‘집단지성의 힘’으로 함축했다. 고비마다 한뜻 아래 모인 세계 최고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난관을 돌파해 나갔다고 술회했다. 목표가 뚜렷했고, 전문가 그룹 간 경계를 허문 진정한 협업이 통했다고 덧붙였다. 위대한 혁신은 진정한 협업으로 완성된다.

미래세대를 위한 지속적인 성장은 오로지 과학과 기술, 그리고 혁신에 의해서만 이뤄낼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농업과학기술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국가기관으로서 농업인에게 소득이 되는 농업, 국민에게 쉼터가 되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21세기 농업은 생명·환경·기계·식품 등 다양한 기술이 결합한 종합적인 산업으로, 한두 가지 새로운 아이템으로 성장을 이루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지난해 10월, 농촌진흥청은 ‘융복합혁신전략팀’을 신설하고 분야별 과학자들을 횡적으로 연계하는 협업생태계 조성의 중추적 역할을 맡겼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4년 이내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국가 임무 중심 정책 주도형 프로젝트로서 5개의 프로젝트를 선정했는데, 일명 ‘종횡무진 프로젝트’다.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연구 개발과 효율적인 기술 보급의 동시 추진이 절실히 요구되는 분야로 ▶농촌 노동력 감소 대응을 위한 밭작물 스마트 기계화 ▶쌀 공급과잉 해소기반 마련을 위한 가루쌀 산업 활성화 ▶사료 가격 상승 및 수입 사료 대체를 위한 사료작물 자급률 제고 ▶과수화상병·돌발병해충 등으로부터 농작물의 피해를 사전에 관리하는 국가 농작물 병해충 예찰·예측 체계 개선 ▶쉼터로서의 농업농촌의 신가치를 창출하는 치유농업 확산 자원 융합모델 개발로 압축했다.

종횡무진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구성원의 소통과 자연스러운 융·복합 협업 분위기 조성을 위해 농촌진흥청은 중앙-지방 연계 ‘협업마당’을 개최할 예정이다. 농업연구에서 융·복합 협업이 활기를 찾으려면 품종-재배-기계-가공-저장-유통 등 분야별 전문가들이 자주 마주치고, 소통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문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나이키의 디자이너·엔지니어·운동선수들의 소통과 협력이 Flyknit 러닝화를 만들어 냈듯이 분야별 전문가들이 함께 목표를 설정하고 같이 고민해 나가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모든 것들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융복합의 시대에는 창의적인 사고를 통한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문제 해결 능력이 요구된다. 개별 연구나 혼자의 힘으로 해결하기는 쉽지 않은 여러 부분의 일들을 풀어가는 데 동료의 도움은 단비와도 같다. 함께 이룬 성공은 혼자서 일할 때는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성취감을 선사한다. 동료나 뜻을 같이하는 다른 사람에게서 뜻밖의 배움을 얻기도 한다. 상상력을 발휘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서로 지식과 경험을 나누고 공유하는 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하게 도전하는 문화, 연구개발 분야에서도 필수적인 시대가 됐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융복합 기술혁명 시대다. 스티브 잡스는 ‘창의성은 지식, 경험 등을 그저 연결하는 것에서 시작된다(Creativity is just connecting things)’라고 했다. 기술과 기술이 연결되고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어 공동의 목표를 향해 토론하고 소통하는 곳에서 진정한 협업이 시작되고 위대한 혁신의 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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