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무라이 재팬’ 2013년 위기가 터닝포인트였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6면

WBC 무대에서 통산 세 번째 우승한 일본야구 대표팀이 23일 귀국해 나리타국제공항 입국장에서 팬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WBC 무대에서 통산 세 번째 우승한 일본야구 대표팀이 23일 귀국해 나리타국제공항 입국장에서 팬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본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미국을 꺾고 우승하면서 전 세계가 ‘사무라이 재팬’을 주목하고 있다.

‘사무라이 재팬’은 야구 국가대표팀의 강인한 이미지를 위해 붙인 애칭이 아니다. 일본 야구대표팀을 지칭하지만, 야구로 돈을 벌어들이는 비즈니스 모델이자 브랜드이기도 하다. WBC 1, 2회 대회에서 우승한 일본 야구대표팀이 2013년 3회 대회에서 3위에 그친 ‘사건’이 사무라이 재팬을 만든 계기가 됐다.

일본야구기구(NPB)는 그해 국가대표팀을 전담 관리하는 ‘NPB 엔터프라이즈’를 설립했다. 일본 양대 리그 12개 구단 대표가 이 회사 이사를 겸임한다. 전 구단이 소속 선수의 대표팀 차출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서약도 했다. 국가대표 전임 감독제도 이때부터 공식적으로 도입했다. NPB 레전드 스타였던 고쿠보 히로키와 이나바 아츠노리가 사무라이 재팬 전임 감독을 거쳐 갔다. 이번 대회 우승을 이끈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이 제3대 사령탑이다.

‘사무라이 재팬’이라는 브랜드는 NPB 선수들이 나서는 성인 대표팀뿐 아니라 여자 야구 대표팀, 15세 이하 대표팀, 18세 이하 대표팀, 대학 야구 대표팀, 사회인 야구 대표팀까지 총망라한다. 굵직한 국제 대회가 열리지 않을 때도 대표팀을 상시 관리하고, 다가올 대회를 미리 준비한다. 시즌이 끝난 뒤엔 친선 경기를 개최해 수익을 창출한다.

사무라이 재팬 홈페이지도 따로 있다. 역대 대표팀을 거쳐 간 선수 명단과 현재 국가대표 선수 현황이 자세하게 정리돼 있다. 하나의 기업이나 구단처럼 ‘소속’ 선수들의 역사와 데이터베이스를 완벽하게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대표팀 유니폼도 하나로 통합했다. 메인 대표팀과 여자 대표팀, 청소년 대표팀과 아마추어 대표팀이 모두 똑같은 디자인·색상의 유니폼을 입는다. ‘일본의 국가대표’라는 소속감과 자긍심, 일체감을 느끼라는 뜻이다.

NPB 관계자는 “사무라이 재팬은 일반 프로팀 위에 국가대표들로 구성된 ‘특급’팀이 존재한다는 의미”라며 “야구 국가대표를 모두가 동경하고 우러러보는 자리로 만들겠다는 취지가 가장 컸다. 실제로 일본의 어린이들이 국가대표 선수들을 존경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엄청난 마케팅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일본 퍼시픽리그 구단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도 “일본 야구는 비슷한 수준의 국가대표팀을 하나 더 만들 수 있을 만큼 선수층이 두껍다는 게 장점”이라며 “최상위 레벨 선수들의 기량은 비슷할지 몰라도, 그 정도 기량의 선수가 얼마나 있느냐는 점에서 일본과 한국의 차이가 확연하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