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건설현장 모든 과정, 영상 찍겠다"…일각선 "인권 침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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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건설현장 모든 시공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기록·관리한다. 시는 100억원 이상 공공 공사 건설현장 74곳에 대해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시범 실시중이다. 효과가 있으면 100억 미만 공사 현장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김성보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이 23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동영상 기록 관리를 통한 건설현장 안전·품질관리 혁신방안' 설명회에서 촬영 장비를 소개하고 있다.  뉴스1

김성보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이 23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동영상 기록 관리를 통한 건설현장 안전·품질관리 혁신방안' 설명회에서 촬영 장비를 소개하고 있다. 뉴스1

서울시는 23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동영상 기록 관리를 통한 건설현장 안전, 품질 관리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건설현장에서 안전·품질사고를 예방하고, 예기치 못한 사고 발생 시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에 활용하겠단 목적에서다. 이를 위해 시는 지난 6일 동영상 기록 관리를 의무화한 공사계약 특수 조건을 개정했다.

전경부터 현장까지 영상 찍어 기록화

촬영은 현장 전경 촬영, 핵심 작업 촬영, 근접 촬영으로 진행된다. 현장 전경 촬영은 높은 위치에 고정식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거나 드론을 활용해서 전체 구조물이 완성되는 과정을 타임랩스(time lapse) 형태로 담는다. 핵심 작업 촬영은 시공 후 확인이 어려운 작업이나 타워크레인 설치 등 위험도가 높은 작업 등 각 과정을 다각도로 기록한다.

근접 촬영은 근로자 몸에 카메라(보디캠)를 부착하는 방식이거나 이동식 CCTV를 활용해 현장을 기록한다. 이와 관련해 김성보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블랙박스 역할”이라며 “안전사고 예방과 사고 원인 파악에 긴요하게 활용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최근 10년간 건설업 사고 재해자수 현황. 사진 서울시

최근 10년간 건설업 사고 재해자수 현황. 사진 서울시

그간 사진·문서 관리…“원인 파악 한계”  

서울시가 건설현장 영상 기록화에 나선 배경은 산업재해 사고를 예방하고 사고 발생시 원인 파악을 위해서다.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건설업 산업재해 사고 재해자 수는 증가 추세다. 2020년 2만6799명이었던 사고재해자는 이듬해(2021년) 2만9943명, 지난해(2022년)엔 3만1245명으로 늘었다. 건설업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10년간 평균 450명이 넘는다.

서울시는 현재 건설공사 과정 기록이 주로 사진이나 감리일지 등 문서로 관리되고 있어 사고가 발생하면 원인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2019년 7월 서울 서초구 잠원동 철거현장 붕괴 사고와 2022년 1월 광주 학동 붕괴 사고 당시 사고 원인을 찾는 데에만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는 게 서울시 주장이다. 김 본부장은 “일부 영상 기록도 있지만, 수준도 낮고 기준도 없어서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지 않다”며 “작업 과정, 현장 상황, 사고 원인 파악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서울시는 23일 건설 공사의 모든 시공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기록 관리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촬영 예시 그림. 사진 서울시

서울시는 23일 건설 공사의 모든 시공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기록 관리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촬영 예시 그림. 사진 서울시

건설현장 근로자 ‘인권 침해’ 우려 제기

건설현장 공사장이 일일이 영상으로 촬영된다는 점에서 근로자 인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근로자 얼굴이 영상에 노출됨으로써 인격권 등이 침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근로자 표준계약서 작성 시 사전 동의를 구하고, 충분한 설명을 통해 협조를 구하고 있다고 했다. 김성보 본부장은 “건설공사장 안전과 품질을 위해선 부득이 (현장을) 촬영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며 “근로자 본인 안전과 (공사) 품질을 위한 부분이 있어 작업자에게 충분히 설명한 다음 동의서를 받고 촬영한다”라고 부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경 촬영은 근로자 얼굴이 식별될 정도로 영상에 담기지는 않는다”며 “핵심 촬영 등 다른 작업 영상에서도 근로자 얼굴이 비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작업 시간 외에는 카메라를 끄고, 작업 중에만 촬영하도록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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