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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룡훈련 온 美 '미니 항모'…北 떠는 F-35B 스텔스기 싣고 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 해군 강습상륙함이 처음으로 스텔스 전투기 F-35B를 싣고 한국에 입항했다. 미측은 해당 함정의 한·미 연합 상륙훈련 참가 사실을 알리면서 이례적으로 언론 행사까지 열었다. 북한이 민감해하는 대목을 건드리면서 대북 경고의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산 입항한 '소항모' 마킨 아일랜드함 22일 오후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강습상륙함인(와스이프급,4만1천t급) 마킨 아일랜드함이 입항하고 있다. 마킨 아일랜드함은 상륙 해병 1천600여명과 2천800여 명이 탑승할 수 있고 수직이착륙 스텔스 전투기 F-35B를 20대까지 탑재할 수 있어 '소형 항공모함'으로 불린다. 송봉근 기자 20230322

부산 입항한 '소항모' 마킨 아일랜드함 22일 오후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강습상륙함인(와스이프급,4만1천t급) 마킨 아일랜드함이 입항하고 있다. 마킨 아일랜드함은 상륙 해병 1천600여명과 2천800여 명이 탑승할 수 있고 수직이착륙 스텔스 전투기 F-35B를 20대까지 탑재할 수 있어 '소형 항공모함'으로 불린다. 송봉근 기자 20230322

한·미는 23일 부산 작전기지에 정박 중인 와스프급(4만 1000t급) 강습상륙함 마킨 아일랜드함을 언론에 공개했다. 마킨 아일랜드함은 지난 20일 시작해 다음달 3일까지 예정된 한·미 연합 상륙훈련 ‘쌍룡훈련’에 참가하려고 전날(22일) 입항했다.

길이 257m, 폭 32m의 마킨 아일랜드함은 미 해군이 보유한 8척의 동급 함정 중 가장 최근인 2009년 실전배치됐다. 와스프급 함정은 강습상륙함의 기능을 갖지만 막강한 항공 전력을 싣고 다녀 사실상 소형 항공모함 역할도 한다.

토니 차베스 마킨 아일랜드 함장(대령)은 “이번에 한국을 찾은 마킨 아일랜드에는 수직 이·착륙 기능을 갖춘 스텔스 전투기 F-35B와 다목적 수직 이·착륙기 MV-22 오스프리 각 10대, 해상작전헬기 MH-60 시호크 등이 실려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상륙 해병 1600여 명을 비롯해 승조원 2800여 명이 탑승할 수 있다. 사실상 ‘떠다니는 상륙작전 기지’인 셈이다.

 23일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해 있는 미 마킨 아일랜드함 갑판에 수직 이착륙 스텔스 전투기 F-35B 탑재돼 있다. 뉴스1

23일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해 있는 미 마킨 아일랜드함 갑판에 수직 이착륙 스텔스 전투기 F-35B 탑재돼 있다. 뉴스1

이중 눈길을 모은 건 단연 F-35B였다. F-35B를 실은 와스프급 함정은 앞서 마지막 쌍룡훈련이 열린 2018년 한반도를 찾은 적이 있지만 입항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와스프급 1번함인 와스프함과 6번함인 본험리처드함은 한반도 인근 해역에서 훈련을 실시했다.

미측은 F-35B을 통해 덩치가 큰 상륙함이 적의 표적이 되더라도 공중 전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군 관계자는 “공대공 능력이 뛰어난 F-35B로 적의 공중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해 상륙함의 생존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수직 이·착륙을 통한 신속한 작전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오스프리까지 가세하면 공중에서 병력을 투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번 쌍룡훈련 역시 상륙함에 대한 호송 작전, 공중 전력을 통한 적 해안 공격 등에 이어 ‘결정적 행동’으로 불리는 공중ㆍ해상 돌격과 목표확보 순으로 실시된다.

한·미가 본격적 훈련에 들어가기 전 F-35B 등을 공개한 데는 대북 경고의 의미가 다분하다. 방공 능력이 취약한 북한 입장에선 스텔스 전투기 같은 미군의 막강한 공중 전력은 공포의 대상이다. 북한은 한국 군이 도입한 F-35A 등에 대해서도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곤 했다.

23일 부산작전기지에 입항에 있는 미 마킨 아일랜드함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마킨아일랜드 함장 토니 차베스 해군 대령(오른쪽 두번째)과 해군작전사령부 전투발전처장 이희정 대령(오른쪽 세번째)이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부산작전기지에 입항에 있는 미 마킨 아일랜드함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마킨아일랜드 함장 토니 차베스 해군 대령(오른쪽 두번째)과 해군작전사령부 전투발전처장 이희정 대령(오른쪽 세번째)이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는 또 이번 쌍룡훈련이 역대 최대 전력으로 열린다는 점을 강조했다. 쌍룡훈련은 문재인 정부 당시 대북 유화 기조 속에서 “연대급 이상 훈련은 한·미가 단독으로 한다”는 방침에 따라 2019년부터 이뤄지지 않다가 이번에 5년 만에 열리게 됐다. 한·미는 이번 쌍룡훈련을 다시 시작하면서 여단급이던 기존 규모를 사단급으로 키웠다.

이번 훈련의 참여 병력 수만 보면 1만 2000명으로 역대 최다 병력이 참여했던 2016년 1만 7000명보다는 줄었지만, 함정, 군용기 등 전력의 숫자는 더 늘었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상륙전의 ‘첨단화·고도화’ 경향도 반영됐다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23 쌍룡훈련'에 참가중인 한미 해군 상륙기동부대가 21일 포항 근해에서 경계엄호전력의 호위 하에 작전수행지역으로 이동하는 호송작전을 펼치고 있다. 맨 앞열 오른쪽부터 한국 해군의 독도함(LPH), 마라도함(LPH), 미국 해군의 마킨 아일랜드함(USS Makin Island, LHD). 해군

'23 쌍룡훈련'에 참가중인 한미 해군 상륙기동부대가 21일 포항 근해에서 경계엄호전력의 호위 하에 작전수행지역으로 이동하는 호송작전을 펼치고 있다. 맨 앞열 오른쪽부터 한국 해군의 독도함(LPH), 마라도함(LPH), 미국 해군의 마킨 아일랜드함(USS Makin Island, LHD). 해군

상륙훈련은 방어가 아닌 공세적 성격인 만큼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연합 실기동 훈련(FTX) 막바지에 해당 훈련을 대규모로 진행하는 데 대해 북한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북한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23일 “상륙이 방어가 아니라 공격을 의미하는 것은 군사상식”이라며 “대규모 병력과 무장장비가 동원되는 이번 훈련이 북침선제공격을 숙달하기 위한 데 있음을 스스로 드러낸 셈”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전날(22일) 마킨 아일랜드함이 입항 날짜를 골라 순항미사일을 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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