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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지역 뚫렸다…제주도 지하수서 미세플라스틱 미량 검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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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미세플라스틱 오염도 조사를 위해 제주도 용천수(지하수) 시료를 채취하는 장면. [사진: 이진용 교수]

미세플라스틱 오염도 조사를 위해 제주도 용천수(지하수) 시료를 채취하는 장면. [사진: 이진용 교수]

국내 대표적 청정지역인 제주도 지하수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하지만 양은 L당 평균 0.07개 수준으로 미량이다.
성인이 하루 2L의 물을 마신다고 하면, 7일 동안 미세플라스틱 한 개를 섭취하게 되는 수준이다.

강원대 지질학과 이진용 교수팀은 최근 국제 저널인 '환경연구(Environmental Research)'에 발표한 논문에서 "2021년 7~9월에 화산섬인 제주도에서 관정·용천수 21곳의 지하수 500L씩을 분석한 결과 미세플라스틱이 L당 0.006~0.192개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조사지역은 제주도의 북동 지역(지하수 관정 11곳, 용천수 2곳)과 남서 지역(관정 7곳, 용천수 1곳)으로, 먹는샘물(상업용 생수) 취수 지역과는 무관한 곳이었다.

DMZ 인근 양구보다 훨씬 적어 

제주 지하수 내 미세플라스틱 오염도 조사 지점. 제주도 북동쪽 13곳과 남서쪽 8곳을 조사했다. 노란색으로 표시된 지하수 관정 18곳과 붉은색으로 표시된 용천수 3곳을 조사했다. [자료: Environmental Research, 2023]

제주 지하수 내 미세플라스틱 오염도 조사 지점. 제주도 북동쪽 13곳과 남서쪽 8곳을 조사했다. 노란색으로 표시된 지하수 관정 18곳과 붉은색으로 표시된 용천수 3곳을 조사했다. [자료: Environmental Research, 2023]

21곳 조사에서 미세플라스틱 농도는 중앙값이 0.036개/L, 평균값이 0.07개/L였다.

이는 이 교수팀이 2020~2021년 강원도 양구군 비무장지대(DMZ) 인근 펀치볼의 지하수 관정 13곳을 조사했을 때 나온 오염 수치(L당 0.02~3.48개 검출)보다는 훨씬 낮은 값이다.

제주 지하수 조사 지점별 미세플라스틱 농도(L당 개수). [자료: Environmental Research, 2023]

제주 지하수 조사 지점별 미세플라스틱 농도(L당 개수). [자료: Environmental Research, 2023]

또, 외국의 지하수 조사에서 보고된 수치보다도 훨씬 낮았다.

미국 일리노이주 카르스트 지역 지하수에서는 L당 0.0~15.2개의 미세플라스틱이, 인도 바닷가 지하수에서는 L당 0.0~4.3개가 검출됐다.
이란의 충적 대수층에서는 L당 0.1~1.3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

제주도 지하수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의 크기는 대부분 20~100㎛(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였는데, 전체의 95%가 이 범위에 들었다.
조사지점별로 파편 모양의 미세플라스틱이 72~100%, 섬유 모양은 0~28%를 차지했다.

수심 240m 깊이의 지하수에서도 300㎛가 넘는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기도 했다.

인간 활동 많은 곳 미세플라스틱 많아

제주 지하수 내 미세플라스틱 특성. (a) 크기는 대체로 20~100㎛(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 사이가 많았고, (b)플라스틱 종류는 폴리프로필렌과 폴리에틸렌, PET가 많았다. (c)모양은 대부분 섬유형이었다. [자료: Environmental Research, 2023]

제주 지하수 내 미세플라스틱 특성. (a) 크기는 대체로 20~100㎛(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 사이가 많았고, (b)플라스틱 종류는 폴리프로필렌과 폴리에틸렌, PET가 많았다. (c)모양은 대부분 섬유형이었다. [자료: Environmental Research, 2023]

연구팀은 논문에서 "제주도 지하수의 미세플라스틱 오염 원인은 비닐하우스 재배나 (잡초 성장을 억제하기 위해 밭을 덮는) 플라스틱 멀칭 등 농업 활동 탓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토양에 쌓인 미세플라스틱이 빗물을 타고 지하 대수층(帶水層, aquifer), 즉 지하수를 함유한 지층으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부서진 현무암의 균열을 통해 스며드는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조사지점의 고도가 낮을수록 지하수에서 더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이는 미세플라스틱이 대수층으로 스며드는 수직 이동 거리가 짧을 뿐만 아니라, 인간 활동의 영향이 클수록 농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는 멀칭 등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을 줄이고, 사용한 제품은 신속하게 수거해 오염물질이 지하수 우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미세플라스틱이 함유된 슬러지 비료의 사용도 자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시료 양에 따라 오염수치 달라질 수도"

미세플라스틱 오염도 분석을 위해 제주도 지하수 시료를 채취하는 장면. [사진: 이진용 교수]

미세플라스틱 오염도 분석을 위해 제주도 지하수 시료를 채취하는 장면. [사진: 이진용 교수]

이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제주도의 관정은 농업용 관정인 양구에 비해 연중 지속해서 사용하고, 관리도 철저하게 이뤄져 실제 오염도는 낮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조사지점별로 시료를 다소 많은 500L씩 분석했기 때문에 오염도가 낮게 나왔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며 "외국처럼 1~3L만 분석하면 지하수에 고여 있던 미세플라스틱이 과하게 반영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원대 지질학과 이진용 교수.

강원대 지질학과 이진용 교수.

지하수의 미세플라스틱 오염도를 조사할 때 시료의 양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제적으로도 지하수 미세플라스틱 조사방법, 특히 시료량에 대해 정해진 것이 없는 상황이다.
국제표준기구(ISO)에서도 초안을 검토하는 단계인데, ISO나 국내 국립환경과학원 등에서도 이를 두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구는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KEITI)의 '미세플라스틱 관리를 위한 측정 및 위해성 평가 프로그램' 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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