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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2000만인데…中 산둥반도 우물도 '미세플라스틱' 범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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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플라스틱. 로이터=연합뉴스

미세플라스틱. 로이터=연합뉴스

세계 곳곳의 지하수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도시 지하수에서는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100배나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산업과 농업 활동이 활발한 도시 지역일수록 지하수의 미세플라스틱 오염도 심해 이 경우 직접 지하수를 마시는 것을 삼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칭다오대학 연구팀은 최근 국제 저널 '종합 환경 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발표한 논문에서 "중국 지아오동 반도(산둥반도)에 위치한 칭다오 등 5개 도시 지하수를 분석한 결과, L당 8~6832개, 평균 2103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미세플라스틱은 지름 5㎜ 미만의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말한다.

산둥반도 5개 지역 우물 조사 

중국 산둥반도 지하수 미세플라스틱 조사지점. 칭다오(QD), 옌타이(YT), 웨이하이(WH), 웨이팡(WF), 르자오(RZ) 등 5곳에서 조사했다. [자료: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2022]

중국 산둥반도 지하수 미세플라스틱 조사지점. 칭다오(QD), 옌타이(YT), 웨이하이(WH), 웨이팡(WF), 르자오(RZ) 등 5곳에서 조사했다. [자료: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2022]

연구팀은 지난해 8월 깊이 4~8m의 우물에서 스테인리스 버킷 혹은 유리 플라스크를 이용해서 채수했다.
연구팀은 지하수 시료를 공극 크기가 13㎛(마이크로미터, 1㎛=1000의 1㎜)인 강철 막으로 걸러낸 다음, LDIR(Laser Direct Infrared) 방식으로 미세플라스틱을 확인하고, 크기를 분석했다. LDIR은 적외선 현미경과 적외선 분광기, 화학 이미징을 결합한 새로운 기술이다.

분석 결과, 5개 도시 중에 산업시설과 인구 밀집 지역에서 가까운 르자오의 우물에서는 L당 가장 많은 6832개가 검출됐다.
또, 인구 밀집지역과 가깝지만, 산업시설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칭다오 우물에서는 828개, 비슷한 조건인 웨이하이에서는 2680개가 검출됐다,
산업시설이나 인구밀집 지역 모두와 떨어져 있는 옌타이와 웨이팡의 우물에서는 각각 L당 87개와 88개가 검출됐다.

중국 산둥반도 르자오 항구. AP=연합뉴스

중국 산둥반도 르자오 항구. AP=연합뉴스

이 같은 수치, 특히 르자오·웨이하이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 숫자는 해외 다른 지역에서 보고된 것의 100배 수준에 해당한다. 대표적으로 호주 빅토리아 주에서도 LDIR 방법을 사용해 분석했는데, L당 38개 수준이었다.

연구팀은 "지아오동 반도 인구가 2000만 명에 이르고, 채수한 지점도 도시에서 30㎞ 이내였으나, 호주에서 조사한 곳은 인구 500만 이하의 멜버른 중심지에서 50㎞ 떨어진 곳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논문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호주 연구팀의 논문을 보면 뚜껑이 덮인 지하수 관정에서 채수했고, 중국 연구팀은 우물에서 채수했다. 이런 차이도 미세플라스틱 숫자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있다.

대부분 지름 100㎛ 미만 크기

중국 산둥반도 지하수 미세플라스틱 분석 과정. 적외현 현미경과 이미징을 통해 개별 미세플라스틱 입자의 크기와 성분을 자동 분석했다. [자료: Science of the Total Science, 2022]

중국 산둥반도 지하수 미세플라스틱 분석 과정. 적외현 현미경과 이미징을 통해 개별 미세플라스틱 입자의 크기와 성분을 자동 분석했다. [자료: Science of the Total Science, 2022]

중국 연구팀은 분석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은 지름이 20~471㎛ 범위로, 평균 44㎛였다. 20~30㎛의 크기가 작은 미세플라스틱이 총량의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대부분이 지름 100㎛ 미만이었다.

또, 미세플라스틱의 화학적 성분을 분석한 결과,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와 폴리우레탄(PU)이 많았다. PET는 L당 39~6009개, PU는 L당 3~165개가 검출됐다.
이에 비해 폴리프로필렌은 0~9개, 폴리염화비닐은 0~5개, 폴리스타이렌은 0~8개가 검출됐다. 폴리카보네이트는 칭다오에서만 L당 9개, 폴리에틸렌은 르자오에서만 L당 10개가 검출됐다.

중국 산둥반도 칭다오 인근 밀밭에서 농부들이 드론을 이용해 밀을 가꾸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 산둥반도 칭다오 인근 밀밭에서 농부들이 드론을 이용해 밀을 가꾸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연구팀은 "그동안 대기와 강물, 바다, 토양 등에서 미세플라스틱 오염이 심각하다는 보고가 계속 나왔는데, 이번 연구 결과는 지하수도 오염이 심각한 상황임을 보여준 것"이라며 "특히 플라스틱 생산 등 산업활동이 활발한 곳에서 지하수 미세플라스틱 오염이 심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또 "지하수에서 발견되는 미세플라스틱의 크기가 작은 것은 지표수나 토양을 통해 지하수로 미세플라스틱이 들어갔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지하수를 직접 식수로 마시는 경우도 있는 만큼 지하수 내 미세플라스틱을 줄이는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음용 지하수 관정 39만 개

지하수 개발 작업. 중앙포토

지하수 개발 작업. 중앙포토

국내에서는 지난 2013년 조사에서 농촌 지역에서 지하수를 직접 마시는 인구가 64만 명으로 파악된 바 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식수로 사용하는 지하수 관정은 2020년 현재 39만6368개(공수)에 이르고 있어 현재도 수십만 명이 지하수를 마시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지하수 미세플라스틱을 분석한 사례는 공식 보고된 게 없다.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정수장과 수돗물을 대상으로 미세플라스틱 오염을 시범 조사하는 단계에 머물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서 "푸리에 변환 적외선 분광 분석법(FT-IR)을 사용한 시범 조사 결과, 원수에서는 L당 1.4개, 정수에서는 0.24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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