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를 앞둔 게임사들이 줄줄이 사업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게임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의 연봉, 직원들의 1인당 평균급여 등이 공개됐다. ‘성과급 잔치’를 벌였던 코로나 시국에 비해 보수가 줄었고, 직원들의 1인당 평균급여도 감소한 모습이다.
게임업계 ‘연봉킹’, 엔씨 김택진
22일 엔씨소프트·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넷마블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게임업계 최고 연봉자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다. 김 대표의 지난해 연봉은 총 123억8100만원(급여 23억3200만원, 상여 100억3100만원)으로 전년(106억200만원) 보다 16.8% 늘었다. 엔씨소프트는 공시에서 “리니지2M·리니지W의 성공적인 출시에 따라 상여금을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상여는 특별장기기여인센티브 71억원, 임원 장기인센티브 29억3000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김 대표 외에 엔씨소프트 임원들도 높은 연봉을 받았다. 이성구 리니지 IP본부장 부사장, 김택헌 수석부사장은 각각 65억3100만원, 57억3800만원을 가져갔다.
CEO 연봉 감소, ‘셀프 삭감’도
엔씨소프트를 제외한 게임사 CEO들의 지난해 연봉은 전반적으로 낮아졌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1477억원, 영업이익 1758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냈지만,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1년 전(22억6900만원)보다 19.6% 줄어든 18억2500만원을 수령했다. 조 대표의 주식매수선택권 미행사수량 45만주는 보수총액에 포함되지 않았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성과급을 자진반려하며 연봉을 ‘셀프 삭감’했다. 김 대표의 지난해 연봉은 10억3500만원. 전년(20억6500만원) 대비 절반 수준이다. 업계에선 신작 부재가 이어진 데다, 연말 출시한 서바이벌 호러 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 흥행 등으로 주가가 부진하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는 오는 28일로 예정된 크래프톤 정기 주주총회에서 첫 연임에 도전할 예정이다.
다만 크래프톤의 다른 경영진들은 연봉을 두둑하게 챙겼다. 크래프톤 기업공개(IPO)를 주도한 배동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총 46억5800만원(급여 10억5700만원, 상여 36억100만원)로, 크래프톤 최고 보수를 수령했다.
부진한 실적, CEO 연봉에 반영
지난해 10년 만의 영업손실(-1087억원)을 내며 적자전환한 넷마블의 권영식 대표의 연봉은 0.3% 늘어나는 데 그쳤다. 데브시스터즈 역시 적자(-200억원)를 피하지 못하며, CEO들의 보수가 감소했다. 이지훈 공동대표는 전년 대비 약 50% 줄어든 15억100만원을 받았다. 지난 2021년 스톡옵션을 행사하며 488억8100만원에 달하는 보수를 받았던 김종흔 공동대표는 당시 게임업계 ‘연봉킹’에 이름을 올렸지만 지난해에는 8억원의 연봉을 받는데 그쳤다.
직원 수는 증가…주총 화두는 CEO 연임
각 게임사 재직 인원은 전체적으로 늘었다. 데브시스터즈의 인원은 256명에서 395명으로 54.3% 급증했다. 인원이 증가하면서 연간급여총액은 전년보다 11.9% 증가한 240억500만원을 기록했지만, 1인당 평균급여는 22.2% 줄어든 5900만원에 그쳤다. 데브시스터즈 다음으로 인원 증가율이 높은 곳은 크래프톤(11.3%), 카카오게임즈(3.4%), 엔씨소프트(3.0%), 넷마블(1.6%) 순이었다.
1인당 평균급여가 가장 높은 곳은 엔씨소프트(1억1400만원)로, 5개 게임사 가운데 유일하게 전년 대비 증가했다. 게임사 관계자는 “주가가 오르던 시절엔 임직원이 스톡옵션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장이 안 좋아진 지금은 (스톡옵션 행사를) 꺼리는 분위기라 평균급여가 전반적으로 낮아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게임업계의 화두는 주주총회다. 24일 넥슨게임즈를 시작으로 카카오게임즈(27일), 크래프톤(28일), 엔씨소프트·넷마블·데브시스터즈(29일), 위메이드(31일) 등의 정기주총이 예정돼 있다. 대부분의 게임사 주총에 대표 재선임 안건이 올라와 있어, 연임 여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