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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타고 300km 순례…시각장애 뛰어넘은 보첼리의 음악여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여행 다큐멘터리 '안드레아 보첼리의 음악 여행' 중 보첼리(앞줄 오른쪽)와 토리 켈리가 이탈리아 산 갈가노 수도원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파라마운트+

여행 다큐멘터리 '안드레아 보첼리의 음악 여행' 중 보첼리(앞줄 오른쪽)와 토리 켈리가 이탈리아 산 갈가노 수도원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파라마운트+

이탈리아 토스카나 시에나에서 약 30km 떨어진 산 갈가노 수도원. 13세기에 지어져 지금은 지붕도 남아 있지 않은 폐허의 모습이다.
시각장애를 가진 이탈리아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Andrea Bocelli)는 이곳에서 부른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를 3주간의 음악 여행 중 가장 특별했던 순간으로 꼽았다. 2019년 미국 그래미 어워즈 수상자 토리 켈리(Tori Kelly)와 가스펠 합창단, 기타 4중주단 등이 함께한 여정이다.

16일 티빙에서 공개한 ‘안드레아 보첼리의 음악 여행’은 보첼리가 아내·친구들과 함께 이탈리아 곳곳을 다닌 여행 다큐멘터리다. 이탈리아 매체 '라 레퍼블리카'(La Repubblica)는 “말을 타고 하는 순례 여행을 다큐멘터리 시리즈로 선보이며, 안드레아 보첼리는 무대가 아닌 플랫폼 스트리밍으로 이동했다”고 소개했다.

바티칸을 떠난 그는 고향 라자티코까지, 300km가 넘는 거리를 3주간 말을 타고 이동했다. 유적지 등 주요 여행지에서 토리 켈리를 비롯해 성악가 캐서린 젠킨스(Katherine Jenkins), 마이클 W. 스미스(Michael W. Smith) 등 여러 아티스트를 만나 함께 노래 부르며 인생관까지 공유했다.

3주간 말을 타고 300km의 순례길을 떠나는 '안드레아 보첼리의 음악여행'은 지난 16일 티빙에서 공개됐다. 파라마운트+

3주간 말을 타고 300km의 순례길을 떠나는 '안드레아 보첼리의 음악여행'은 지난 16일 티빙에서 공개됐다. 파라마운트+

“승마로 자연과 가까워져…음악은 인간의 특별한 언어” 

보첼리는 서면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이동 제한이 없어진 만큼 아내와 함께 말을 타고 여행하며 자유를 다시 누려보고 싶었다”며 "보통의 여행이 아닌 ‘옮겨 다니는 기도(prayer)’로 여행을 채워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아내와 단둘이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은 방송사가 전체 여정을 카메라에 담기로 하면서 150명 규모의 프로젝트로 커졌다. 보첼리는 “여행 규모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바람에 처음에는 아프거나 부상을 입진 않을까 걱정했다”면서도 “자연 다큐멘터리에나 쓰일 법한 섬세한 촬영 기법으로 3주 동안의 여정이 기록됐고, 여기엔 기분 좋은 순간뿐 아니라 폭우 등 어려운 순간과 소중한 만남이 담길 수 있었다”고 했다.

열두 살 때 사고로 시각을 잃은 보첼리는 평소 말을 타며 특별한 감각을 느낀다고 했다. “말을 타면 자연과 가까워진 듯한 느낌이 든다”며 “전속력으로 달릴 때는 마치 바람처럼 나는 것 같아서 비행기나 기차를 탄 듯한 느낌도 받게 된다”고 했다. 자동차가 아닌 말을 이동수단으로 택한 이유다.

'안드레아 보첼리의 음악여행'에서 보첼리는 주요 여행지마다 동료 아티스트들과 무대를 만든다. 파라마운트+

'안드레아 보첼리의 음악여행'에서 보첼리는 주요 여행지마다 동료 아티스트들과 무대를 만든다. 파라마운트+

여정은 동료들과의 깊은 대화와 가슴에 와 닿는 음악으로 채워졌다. 3부작 중 2부 말미에 토리 켈리가 "언제 희망을 잃었느냐"고 묻자 보첼리는 “가수 활동을 시작하기 전인 30대 중반에 '목소리는 아름다워요. 하지만…’이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며 “수없이 거절당했지만, 가수라는 직업을 갖기 위해 노래한 게 아니라 ‘나’를 위해 노래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에 켈리 역시 “노래할 때 희망을 느낀다”면서 공감한다.

보첼리는 “음악뿐 아니라 신념과 인생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며 "수도원이나 토스카나 시골 등지에서 노래할 때 동료들과 특별한 케미스트리를 공유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음악은 인간이라는 존재의 가장 깊은 영역에 닿을 수 있는 특별한 언어”라는 음악관을 밝히기도 했다.

한국에 대한 관심도 표했다. "전통적인 음악부터 현재 전 세계를 휩쓰는 K팝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한국 음악에 관심을 갖고 있다. 한국 대중들의 특별한 음악적 역량, 따뜻한 마음, 적극적인 감정 표현을 좋아한다”며 애정을 보였다. 또 “한국인들은 아름다움과 예술에 조예가 깊고, 특히 제가 태어난 토스카나 지역을 좋아하는 분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 여정을 감상하며 고요하고도 긍정적인 시각을 경험하고, 더 나아가 각자의 순례를 떠나기를 바라는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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